휴직 492일째, 민성이 D+741
육아일기를 마무리하기로 한 휴직 500일 차까지, 이제 일주일 남았다. 앞으로 며칠은 그동안 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1년 4개월 전,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난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긴 시간이 그냥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선택한 게 육아일기였다.
그다음엔 플랫폼을 선택해야 했다. 어디에 일기를 남길 것인가. 그러다 지인에게 추천을 받은 게 바로 이 브런치였다. 그 전엔 브런치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내 500일의 기록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브런치 작가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처음엔 브런치 알람 하나에 일희일비했다. 5분에 한 번씩 브런치에 들어가 누가 내 일기에 '좋아요'를 누르는지 확인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저리 가라였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알람에 연연하지 않게 됐다. 만약 내가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글을 썼다면, 500일 동안 500편의 일기를 남기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몸보다 정신이 고단했던 휴직 기간, 브런치는 매일매일 내 마음을, 내 생활을 다잡아주었다. 매일 밤, 졸린 눈을 비비며 브런치를 끄적이는 나를 보며 아내는 "브런치에 스스로 갇힌 새"라고 놀리곤 했다.
실제로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기 전과 후 규칙적으로 글을 쓰는 일은 귀찮고 피곤할 때가 많았지만, 그런 제동 장치가 없었다면 나는 더 큰 우울감과 무력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복직을 코 앞에 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조금이지만 그래도 매일 글을 써왔다는 게 안심이 된다. 작정하고 뉴스를 멀리해왔던 내가 글도 쓰지 않았더라면, 기자로서의 감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지 않았을까.
지나고 보니 굳이 매일 쓸 필요까지 있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써놓고 보니 참 뿌듯하다.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문득 아기 민성이가 그리워질 때, 이 해묵은 육아일기를 꺼내 키득거릴 수 있다는 게 좋다.
끝으로, 어찌 보면 지루한 육아일기를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가끔 응원과 격려, 조언을 아끼지 않은 랜선 이모 삼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일기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모두 그분들 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