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500일째, 민성이 D+749
민성이는 요즘 청개구리가 따로 없다. 하지 말라는 일만 골라서 하고, 금지한 일을 자행할 때마다 나를 보고 씩 웃곤 한다. 뭐랄까. '내가 그래도 이거 했는데, 어쩔 거야 아빠?' 느낌이다.
최근 이 사랑스러운 청개구리를 본 아내는 퇴근한 뒤 장난스레 내 멱살을 잡으며 말했다.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앞으로 나보고 보라니!"
지난해 5월, 육아휴직을 막 시작했을 때, 민성이는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 지금은 민성이가 뛰어다니면 내가 따라 잡기도 힘들다. 1년 5개월, 민성이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그리고 엄청난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장난꾸러기일지언정, 민성이는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이런저런 일이 많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민성이도, 나도 건강하다. 그것만으로도 최소한의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휴직 5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육아일기를 썼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욘 없었던 것 같은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러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매일 이게 뭐하는 일인가 싶을 때도 많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쓰는 건 정말 쉽지 않았다. 거기엔 내 의지보다도 아내의 배려가 주요했다. 그녀가 없었다면 500일의 육아일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야 민성이가 예뻐 죽지만, 민성이를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도 먼발치서 매일 브런치를 찾아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분들이 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역시 이 육아일기를 가득 채울 수 없었을 것이다.
짧지 않았던 휴직 기간, 매일 육아일기를 쓰는 건 내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루의 끝과 시작을 육아일기와 함께 했기에 무기력증에, 권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매일 글쓰기는 내 휴직 라이프의 중심을 잡아주었다.
육아일기는 이렇게 마무리짓지만, 가끔 한 번씩 이곳을 찾아 짤막하게 글을 남기려고 한다. 그건 복직 일기가 될 수도 있고, 민성이의 성장 일기가 될 수도 있다. 제목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즐거울 때가, 행복할 때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 행복은 민성이가 곁에 있는 한 현재 진행형이다. 민성이의 육아일기는 끝이지만 민성이의 육아는, 그의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