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189일째, 민성이 D+956
군산에 있을 때 민성이 어린이집 친구, 사랑이는 민성이보다 말이 빨랐다. 그녀는 민성이보다 생일이 한두 달 빨랐나 그랬다. 사랑이만 그런 게 아니었다. 또래에 비해, 민성이는 분명 말이 느린 편이었다.
500일의 육아일기를 끝내고 6개월 만에 복직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아이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말이다. 민성이 말이 정말 많이 늘었다. 아이의 성장이란 이토록 놀라운 거라는 걸, 다시금 깨닫고 있다.
"과자야 춥니? 과자는 털 없어요. 바람이 불어서 안 춥니? 너무 춥니? 우리는 안 추운데 과자는 춥니? 민성이 속에 들어가서 안 춥게 해 줄게. (과자 먹음)."
지난 주말 아내가 과자를 집어먹고 있는 민성이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내왔다. 민성이는 요즘 정말 저렇게 말한다. 점점 더 길게, 그리고 명확하게 말한다. 아이가 하는 말 90% 이상은 알아들을 수 있다.
우리 부부는 한 사람이 아이를 재우면 다른 한 사람은 주방 정리 같은 집안일을 맡는데, 보통은 아내가 민성이를 재우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게 각자가 더 선호하는, 그래서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다 최근 방식을 조금 바꿔, 주말이나 퇴근이 이른 날엔 내가 민성이를 재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서 놀랐다. 예전의 민성이와 지금의 민성이, 달라진 건 말뿐이다.
이젠 자기 전에 민성이와 대화가 된다. 민성이에게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했느냐고 물으면, 아이는 내게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낮잠도 잤다고 답한다. 더 나아가 아빠는, 이라고 되묻기까지 한다.
육아휴직 1년 반, 크게 보면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가까이서 보면 힘들 때도 많았다. 우울할 때도 있었다. 그때도 민성이와 대화가 가능했더라면, 확실히 덜 힘들고, 더 즐거웠겠단 생각이 든다.
요즘 민성이는 너무 사랑스럽다. 육아휴직을 썼을 때보다 지금이 더 사랑스러운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어땠니, 민성이 속에 과자를 넣어 따뜻하게 해 주었니, 지금 달려가 그에게 묻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