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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렌파크 Oct 28. 2020

생장 가는 길

낭만의 도시 파리,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


한 달 간의 아프리카 여행 후, 본업에 돌아온 후 그럭저럭 일을 마무리 지었다.

 

여행의 여독이 다 풀리지 않은,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의 여운을 지우기 싫던 그 시점에 다시 배낭을 챙겨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그동안은 보지 못했던 한산함이 공기마저 차가웠고,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때만 해도 중국발 코로나만 걱정하던 시기였고, 한국에서는 산발적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일상을 송두리 째 바꿔 버린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던 터라 여행의 본질에 대한 생각,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조차 어려웠다. 그럼에도 의안이 되었던 것은 유럽은 아직은 잔잔했고, 그렇게 종식되리라는 가벼운 생각이었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떠나기로 했다.


매번 환승을 위해 들른 샤를 드골 국제공항이었기에, 짧은 이착륙 시간 동안 하늘에서 펼쳐진 파리(Paris)의 전경이 유일했다. 드디어 프랑스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 도착했고, 택시를 타고 시내로 오는 내내 주변의 건물들과 사람들, 그리고 내 눈 앞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예술 작품이 되어 숨 쉬고 있을 것만 같은 낭만에 사로 잡혀 있었다. 택시기사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기 전에는 말이다. 아마도 코로나가 막 시작했을 무렵이라 어쩌다 기침을 하더라도 아시아인으로 여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이야기와, 인종을 떠나 소매치기가 극심해서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지갑은 안쪽으로, 안전벨트를 꼭 메고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 나의 낭만과는 거리가 먼 현실이구나.






첫 유럽은 아니지만, 그동안 여행했던 곳과는 다를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호텔에 도착하였다. 첫날은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졸음이 몰려와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주전부리와 나의 사랑 맥주 한 캔을 하고는 금세 잠에 빠져 들었다.



택시 안에서의 걱정과 우려와는 다르게 너무나 평온했고, 이곳저곳 누비며 다녀도 문제가 되거나 피부로 와 닿는 인종차별이나 코로나로 인한 아시아인의 배척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오히려 본인의 속도로 걷는 사람들, 어쩌다 질문에도 친절한 사람들, 모든 것이 나를 반겨주는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맹신할 수도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파리에서의 목적지는 없었다. 지하철 10회권을 사서 전날 봐 둔 지역을 대충 골라 내렸고, 골목골목 유유자적 걸었던 시간이 많았다. 식사시간이 되었거나 잠시 쉬려고 호텔로 돌아올 시간이 된 후에야 지도를 켜고 돌아오는 길을 검색하는 것이 다였다. 에펠탑 앞에 위치한 호텔로 정했기에 하루에 수도 없이 에펠탑을 쳐다보고 사진을 찍고 아마 모든 순간의 에펠탑을 눈에 담으려는 듯 이글거리며 쳐다보고 서 있기를 수십 번, 그럼에도 그 나라 대표성을 띄는 랜드마크는 여행의 8할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특별할 것 없는 파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은 솔솔 더 커져 갔다. 본 여행의 시작이 될 "생장(Saint Jean pied de Port)"으로 향하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여행의 설렘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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