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채물감 Mar 23. 2022

아버지, 그립습니다.

아버지의 유골을 모신 납골당의 명패가 완성되어 부착된 사진이 톡으로 날아왔다. 아버지가 하늘로 가신지 보름이 지났고, 시골집에 가면 여전히 아버지가 딸 왔느냐고 웃으며 나를 맞아주실 것만 같다.


어머니 홀로 계신 집이 안쓰럽고 아프다.

어머니는 장례식 내내 자식들 마음아플까 눈물마져 꾹꾹 누르시더니 화장을 앞두고 기어이 무너지셨다.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가시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내 눈 앞에서 힘없이 숨을 놓아버리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라, 뜨거운 불길에 내어드리는 것만은 할 수 없었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건 이해해 주실테지.


내가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고, 좀 더 편안히 모셨어야 했다는 죄책감,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그리 허망하게 떠나버리신 것에 대한 원망, 그날 좀 더 환한 얼굴로 행복하게 인사를 건네지 못한 후회, 아버지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는 것이 나는 너무나 아프다.


어머니 옆에서 아버지를 추억하면서도 그 아픈 시간은 꺼내고 싶지 않아서... 그 마지막 만큼은 잊어버리고 싶어서... 그렇게 그 날을 외면하려 해도 문득문득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괴롭지만, 아니 괴로와서...

는 아버지가 더 그립다.

다정하게 웃어주시던 그 얼굴이, 그 마음이,

몹시도 그립다.


아버지, 그 곳에서는 편안하시나요. 아프지 않고 기운 넘치시나요

하고 싶었던 것들 모두 신나게 하고 계신가요....

행복한 마음으로 우리를 내려다 보시는 거지요...

작가의 이전글 해질녁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