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갑시다.'
옆 벤치에 나란히 앉아 숨을 돌리던 부부, 아주머니가 남편에게 가자고 하신다. 어머니에게 '딸이랑 같이 오셨어요? 딸이라서 같이 오지' 일어서시는데 아저씨는 그새 저만큼 앞서가 계신다.
'얼른 같이가시오. 함께 손잡고가야제.'
어머니가 어여 따라가시라고 손짓을 하신다.
어머니는 지금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싶으신 걸까.... 생각에 이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가까운 곳에 한번도 두분을 모셔오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졌다.
연세가 늘고 눈이 어두워지고 긴급한 순간에 대처속도가 떨어진다 판단이 들기 시작하니, 교통이 불편한 시골에서 사실은 자동차가 훨씬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운전면허를 반납하시라 했었다. 그러니 같은 담양골 안에 사시면서도 죽녹원 한번 제대로 구경을 못하셨던 모양이다. 아버지의 자가용 용달차를 처분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얼마간 기운이 쇠하여 자전거 페달도 힘겹게 굴리며 겨우 10분거리 면소재지를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니 자동차로 30분도 걸리지 않는 이곳을 나들이 나오기도 어려운 일이다. 유명한 관광지라도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오히려 시간내어 구경을 가지 않게 마련이다 핑게를 대봐야, 이런 곳을 지척에 두고도 한번도 모시고 오지 않았다니 할말이 없다.
메타세코이아 가로수가 가지런히 사람들을 반기고 서 있는 메타프로방스에서 예쁜 까페에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를 위해 향기로운 홍차와 부드러운 케익 한 조각을 주문했다. 어머니 얼굴이 환해진다. 평일 낮이라 한가하기도 했으나, 젊은 사장님이 어머니에게 짓는 미소를 보니 배려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버지도 함께 오셨다면 더 좋았을 걸. 모자란 자식의 후회는 끝이 없다.
홍차 한 모금에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는 이 순간이 참으로 좋으면서도 가슴 한 쪽이 미어진다. 어머니도 비슷한 마음이시려나.
내가 조금 더 잘 했으면 좋겠다. 어머니가 부디 외롭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운 아버지, 여전히 문득문득 눈물이 차오르지만,
아버지도 저 위에서 지금 평안하실 테니
우리 행복하게 아버지를 추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