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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치 Feb 17. 2021

첫 공유 오피스 경험

공유 오피스 – 말은 많이 들었지만 그동안은 가 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가야 할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러다 스위스에 온 이후 다운타운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본 한 공유 오피스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도착한 이후 정신없던 몇 주가 지나고 생활에 조금 안정이 찾아오자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다운타운에 있는 은행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 이 도시에 아는 사람도 없고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 때문에 거리도 썰렁해 휑한 기분에 울적해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공유 오피스가 보였다. 
 
멋스러운 빌딩 1층을 빙 둘러져 있는 통유리창 안에 보이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 비록 마스크를 쓰고 조금씩 떨어져 앉아있었지만 테이블에 옹기종기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Why not?이라는 생각에 문을 열고 들어가 즉흥적으로 멤버십 계약을 하고 바로 자리를 찾아 일을 하는데 벌써 덜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유 오피스에 앉아 co-working이란 것을 경험해 보니 공유 오피스라는 콘셉트가 왜 성공했는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같은 팀 아니하다 못해 같은 회사도 아니고 생판 모르는 “남”들이랑 같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때로는 같은 테이블을 나눠 쓰며 “내” 일을 한다는 것. 
 
내가 느낀 공유 오피스에 진짜 강점은 넓은 휴게실도 아니오, 이쁜 공간 디자인도 아니다. 그곳의 매력은 바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가능성이다. 다양한 배경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나의 일을 하며 나의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공유 오피스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진짜 힘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그 안에 속해 있으면 거기 있는 사람들이, 그곳의 일이, 그곳의 마인드셋이 내 세상의 전부가 된다. 그 빌딩 속에 있을 때는 세상이 그게 다인 줄 알았는데 그 우물을 나오니 이렇게 사는 사람, 저렇게 사는 사람 고루고루 만난다. 아무리 커도 우물은 우물이다. 

반면 공유 오피스에서는 나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어느 정도의 소속감과 다른 이들과의 교류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 달에 몇십만 원 내야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간다 공유하는 "나의" 오피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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