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자
지겨워져서, 덥지 않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라고 에둘러 말했지만 사실 내가 싱가포르를 떠난 진짜 이유는 용기를 내고 싶어서다.
익숙한 풍경, 친구들, 내가 열심히 일군 싱가포르에서의 삶… 때론 그런 익숙함들이 나를 붙잡아둔다. 나는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은데 나를 가둔다.
물론 나를 가둔 거는 나다. 남 탓할 거는 없다. 나 혼자 괜스레 내 결정에, 행동에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지레짐작하고 걱정하느라 용기를 못 낸 거다.
하지만 남의 시선을 무시하고 용기를 낼 만큼 나는 훌륭한 사람이 못 돼서 이런저런 핑계로 아무도 모르는 새로운 나라로 떠나 거기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새로운 환경에 있으면 나도 새로워질 것 같아서.
그곳에서는 내가 실수를 해도, 잘하지 못해도 “그래, 잘 모르는 곳이니까. 당연히 처음에는 어렵지, 힘들지” 이렇게 내가 나를 이해해줄 것 같아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 자신에게 참 빡빡한 사람이다. 그냥 내 맘 끌리는 데로 사는 게 왜 안되는지. 왜 항상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맞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하는지. 유연하게 편안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안된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뭐라고 말할지, 신경 쓰며 사느라 지금껏 힘들었는데. 그 버릇 못 고쳐서 결국에는 극약 처방 (이주)를 내렸다. 나는 간다 스위스로.
새로운 곳에서 나는 이방인이니까. 초보니까. 그 핑계에 힘을 빌려 용기를 내볼 거다. 행복하게,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설령 그게 대충 사는 것처럼 보일지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