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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05. 2022

나의 스케치북, 브런치


브런치를 작년 5월에 시작해서 어느새 브런치 작가가 된 지 2년 반이 됐다. 최근 일 년은 글을 거의 못쓰긴 했지만 어쨌든 2년 반 동안 글이 제법 쌓였다. 그런데 쌓인 글을 보니 뿌듯하기보다 어쩐지 싱숭생숭하다. 도대체 쓰고 싶은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던 거지? 육아 이야기도 했다가, 산티아고 길 순례기도 썼다가, 다이어트 얘기도 했다가, 책 리뷰에, 등산에, 달리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브런치 북과 매거진을 다 합치니 작품 수가 18개나 되었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 글이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 등에 노출된 적이 제법 많았다. 첫 글이 카카오톡 뉴스 탭(지금은 카카오 뷰 탭이 됐다)에 올라갔고, 첫 브런치 북이 브런치 홈 화면에 올라갔었다. 그 외에도 세어보진 않았지만 많은 글이 노출이 됐다.

 

첫 글과 첫 브런치북.



브런치와 다음에 노출됐던 글들 중 일부. 아 옛날이여.


'몇 만 명이 내 글을 보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처음엔 너무 신기했다. 캡처도 여러 번 하고, 조회수가 떡상하는 걸 하루 종일 들여다보기도 했다. 조회 수가 1000명을 돌파할 때마다 알람이 오기 때문에(1000명마다 오는 게 맞나...? 하도 그 알람을 받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알람이 올 때마다 심장이 두근댔다. 아기가 5개월 때 한창 다른 사람과 교류 없이 아기랑 둘이 집에 있을 때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내 글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시간이 지나니 무뎌졌다. 어느샌가 그게 당연한 일이 됐고(그땐 그랬다), 내 글이 노출돼도 캡처도 안 할 만큼 무덤덤한 지경에 이르렀다. 오히려 원고료도 못 받고 올라가는 내 글이 아깝다고 생각했다(내 글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약간 이런 생각). 알고 보니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구나, 라는 자기도취에 빠지기도 했다.


다 한때 이야기다. 지금은 아무리 내 글이 노출되길 바라도, 노출되지 않는다. 마치 변심한 연인처럼 브런치는 내게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물론 최근에 글을 많이 쓰지 않은 내 잘못도 있겠지만.


그런데 높은 조회수에 비해서 구독자수는 많이 늘지 않았다. 전체 조회수 70만 회에 구독자수는 300명 정도였다.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보면, 나보다 적은 조회수로 구독자가 많은 작가님이 많았다. 여기서 나는 의기소침하게 됐다.


글을 읽고 구독까지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 나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잡다하게(?) 올리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노출로 인해 내 브런치에 관심을 갖다가도 "이 사람은 대체 쓰려는 게 뭐지? 아 정신없어." 하고 나가는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글 하나가 마음에 들어서 들어갔는데 내가 관심 없는 주제가 많다면 굳이 구독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하지만 그렇다면 매거진을 구독하는 방법도 있는데 매거진 구독자가 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역시는 역시 내 글이 별로라는 역시일까.)


그래서 브런치 청소를 조금 했다. 책 리뷰라던가 등산 이야기, 아이와 갔던 여행지에 관한 글 같은 기록용 글은 티스토리로 옮기고, 비슷한 주제의 매거진 글은 한 곳에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런 행위는 다른 누구보다 나에게 의미가 있을 뿐이라는 걸 알지만.


그리고 고민을 했다. 브런치에 한 가지 주제의 글만 올려야 되는 걸까 하고. 육아 관련 글이 제일 호응도가 높았으니 그 주제의 글만 올려야 하는 걸까 하고. 고민하다 관뒀다. 거창한 걸 생각하고 브런치를 시작한 게 아닌데, 그냥 쓰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인데 무슨 고민이 이렇게 많담. 쓰고 싶은 걸 쓰면 그만이지. 다른 플랫폼이면 몰라도 브런치는 그렇게 이것저것 잴 필요가 없는 공간 아닌가? 이곳은 특별한 공간이라고. 스스로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브런치팀도 그러라고 이 공간을 만든 게 아닐까?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나는 브런치를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노트도 아닌 스케치북.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낙서 수준인 스케치북. 하지만 내 마음이 담긴 너무 소중한 스케치북이라고. 어차피 내 곁에 남아줄 구독자라면 내가 뭘 해도 남아주겠지 하는 바람으로(네, 남아주시라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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