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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06. 2022

말은 못하지만 글은 씁니다(INTP의 독백)


MBTI(성격유형검사)를 신뢰하는 편이다. 혹자는 사람의 성격을 어떻게 16가지로 나눌 수 있냐고 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유형이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스로의 성격을 평가하는 것이니 객관성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MBTI는 사람의 성격유형을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이라는 네 가지 차원을 기본 축으로 성격유형을 총 16가지로 분류한다. 외향(E)/내향(I)은 에너지의 방향, 즉 에너지를 바깥에서 받는지, 자신의 내부에서 받는지를 나타낸다. 외향 성향의 사람은 활동성이 좋고 적극적이고 말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향 성향의 사람은 집중력이 좋고 신중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감각(S)/직관(N)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나타낸다. 감각 성향의 사람은 오감을 이용해서 세상을 인식하는, 나무를 보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들은 실용적인 현실 감각을 가지고 정확한 일처리를 한다. 직관 성향의 사람은 육감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숲을 보려는 경향이 있는 사람으로, 그들은 미래 가능성을 포착해서 신속한 일처리를 한다.


사고(T)/감정(F)은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종류의 판단을 신뢰하는지 나타낸다. 사고 성향의 사람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논리와 원칙을 따지고, 감정 성향의 사람은 옳고 그름보다 좋고 나쁨, 의미와 영향을 따진다.

판단(J)/인식(P)은 삶의 대처방식에 있어서 판단적 태도를 취하는지 인식적 태도를 취하는지 알 수 있다. 판단 성향의 사람은 조직력과 계획성이 높고,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인식 성향의 사람은 적응성과 융통성, 즉흥성이 높다.


성격유형에 따라 사람들의 성격이 참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검사 결과 INTP가 나왔고, 몇 년째 같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INTP의 특징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타인에게 대체로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혼자 집중해서 뭔가를 할 때 행복해하고,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다.

내가 MBTI 검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 성격유형 검사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E성향의 남편과 있다 보니 내가 내향적인 I라는 게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남편은 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걸 편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인데 비해 나는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어렵고 카톡 하나만 와도 진땀을 흘렸다.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수다 떨기도 내게는 과제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남편과 나를 비교하면서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INTP의 특징을 들여다볼수록 내 성격과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걸 알 수 있었다. INTP는 전체 인구에서 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성격의 사람이 많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내 성격도 하나의 유형에 속한다는 사실은 내게 위로가 됐다.


기업 채용에서 기피하는 MBTI가 있다는 말을 몇 달 전에 들은 적이 있다. 기업이 기피하는 유형은 ENTJ, ESFJ, INFP, INTP, INTJ라고 한다. MBTI를 채용 기준으로 삼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나 역시 그때는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납득이 간다. 나 스스로를 돌이켜봤을 때 내가 조직 생활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MBTI를 자신의 꼬리표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데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지만 말은 참 못하는 사람이다. 말하는 게 좋아서 글을 쓰시는 분도 있지만 나는 정반대다. 말을 못해서 글을 쓴다. 말은 못하지만 용케 글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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