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니니는 이탈리아 출신이고 푸르트벵글러는 독일 출신의 지휘자입니다. 이 둘은 20세기 전반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지휘자들이죠. 둘다 베토벤 연주로 유명했고 브람스와 바그너 작품을 선호했지요. 그러나 둘의 생애와 음악 스타일은 너무나 대조적이었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이태리 파르마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바람둥이 재봉사의 아들로 끼니조차 잇기 힘들었죠. 어머니의 애정을 받지도 못했어요. 겨우 학교에 다니고 첼로를 배운 것이 다행이었죠. 그는 커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었습니다.
반면 푸르트벵글러는 멘델스존 집안처럼 금수저 집안이었죠. 고고학이자 교수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의 지원으로 어릴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또한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소양을 키웠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몸집이 좀 작았지만 푸르트뱅글러는 키가 크고 피부가 흰 편이었어요.
음악 스타일도 완전히 달랐는데 토스카니니는 악보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원했고, 푸르트벵글러는 악보는 기호일 뿐, 그 너머의 음악적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토스카니니는 악보에 나온 셈여림이나 박자를 정확히 지휘했어요. 그러나 푸르트벵글러는 악보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직관을 중시했고 자신의 느낌대로 지휘했지요.
토스카니니의 음반 중 베르디의 <운명의 힘>서곡을 들어볼게요. 그는 베르디 오페라의 최고의 해석자로 추앙받았습니다. 아주 칼같이 박자를 지키고 군더더기 없는 불꽃같은 연주입니다
https://youtu.be/uwDPg0iaDx0?si=0-75KI9JwV-W1Fo8
토스카니니는 사위인 피아니스트 호로비츠와도 함께 작업했어요. 호로비츠 역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죠. 그들이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볼게요. 토스카니니가 어찌나 빠르게 연주하는지 모릅니다. 피아니스트 사위의 템포는 살짝 느린데 전혀 안 봐주고 막 달립니다
https://youtu.be/dchMFt0Nf6o?si=HZ2CEsAXJNxtnvV3
토스카니니는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했지요. 반 파시스트, 반 나치주의자였습니다. 80세에도 급한 성미 때문에 계단을 두 개씩 올랐다고 합니다. 마음은 늘 17세 소년인 것이 힘들다고 고백했답니다.
푸르트벵글러 역시 폭군이었죠. 그가 이끄는 베를린 필 단원들은 늘 긴장했고 연주에 초집중했어요. 다른 지휘자와 무대에 설 때는 단원들이 연주를 대충 했어요. 그러나 푸르트벵글러는 엄격했고 늘 정도를 걸었지요.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는 독일 출신 명지휘자인 푸르트벵글러를 선전 도구로 이용했어요. 심지어 히틀러 생일 축하연에서 연주를 하도록 시켰지요.
전쟁이 끝나고 그는 “친나치” 세력으로 분류되어 연주를 할 수 없었어요. 큰 고통을 받았죠. 그러나 작곡가 한스 아이슬러는 푸르트벵글러가 나치에 협조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만행에 침묵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푸르트벵글러의 베토벤 교향곡은 매우 유명합니다. 그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6번 전원 1악장>을 들어볼게요. 이 곡은 색으로 비유하면 저는 연두색이나 밝은 초록색이 떠오릅니다.
https://youtu.be/3gV7t9XmQn8?si=ocnTRlLVjv3jpWaG
둘은 세기의 라이벌로 오랜 기간 함께 활동했지요. 경쟁했지만 서로를 존경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평생 음악을 공부하고 수련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도반이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