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독. 사람들의 의견이 맞았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이다. 지루한 물고기 이름 붙이기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줄이고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와 그 피해에 관한 분량을 늘렸으면 좀더 재미있는 책이 됐을텐데.
나는 우생학, 즉 모든 종(인종도)은 우열을 가려 분류할 수 있다는 학문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그런 주장에 따라 빈민, 장애인, 범죄자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불임수술을 시킨 법을 최초로 통과한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격리되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성화되었다는 것도 몰랐다.
이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것과 똑같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귀한 하느님의 자녀라는 기독교 사상을 토대로 세워진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그들은 우월한 유전자만 번성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만행을 저질렀다.
또 하나.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고찰하고 싶다. 우리는 편의에 따라 동식물의 종류에 이름을 붙여 구분한다. 물에 사는 동물에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들의 겉모습은 비슷하다.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고 타원형이나 길쭉한 모양이며 헤엄쳐 다닌다.
그러나 그 중에는 포유류처럼 폐가 있어 숨을 쉬는 폐어가 있다. 폐어는 어류보다는 포유류에 가깝다. 외형은 물고기지만 사실 포유류다. 물고기라는 카테고리로 물속 생물을 부르는 것은 사실과 어긋난다. 이것이 분기학자들의 결론이다.
자연은 인간이 설정한 분류 카테고리와 실제로 다를 수 있다. 그러니 겉모습만 보고 자신이 정한 카테고리만 주장하지 마라. 분류하고 이름붙여 자연을 좀더 알고 그 체계를 이해하고 싶겠지만 자연은 그렇게 쉽게 단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책 말미에 나오듯이 여전히 미국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범죄를 저지른다. 흑인을 습격하고 죽인다. 그들은 이것이 “과학의 문제”라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백인의 유전자가 흑인보다 우월하니 열등한 존재는 제거해야 한다고 ㅜㅜ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온 인상적인 문구를 올린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범죄에 대한 작가의 일침이다.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 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우리가 부적합하다고 여긴 존재들, 장애인, 저능아, 잡초, 벌레, 파충류 이것들은 우리 사회의 사다리 아래쪽에 있는 루저가 아니다. 그들 역시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존재만으로 소중하다. (아래 사진은 작가 룰루 밀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