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유 어게인
초등 사서교사 셋이 모여 만든 독서동아리 '사교클럽'에서 다섯 번째로 함께 읽고 나눈 책은 '씨 유 어게인'(김지윤 지음)이다. '불편한 편의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비슷한 느낌의 금세 후루룩 읽히는 책이었다.
책의 줄거리는 혜화동에서 맛나 도시락집을 운영하는 73세 정금남 할머니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요즘 시대가 살기가 팍팍해지고 경기가 어려워져서일까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런 인간관계를 나도 모르게 희망하게 되는 책이기도 했다.
대학시절 자주 갔던 혜화동의 풍경도 작품에 등장하기에 익숙하기도 하고, 도시락 가게 주인아주머니를 통해 서로에게 어쩌면 가족에게도 말 못 할 일들을 의지하고 힘을 얻기도 하는 내용을 보면서 마음이 참 따뜻해지기도 했다.
작품 말미에 주인공 정금남 할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도시락 가게를 정리하고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미국 뉴욕으로 떠나기 전에 가게를 찾아주던 손님들에게 적는 편지가 제일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된다.
투 맛나 도시락 식구들.
아니, 투라고 하면 너무 정 없어 보이잖여? 디어로 바꾸겠음.
디어 맛나 도시락 식구들.
이건 어쩌면 정금남이 보내는 마지막 쪽지여, 잘 읽으슈.
내가 왜 하고 많은 장사 중에 밥장사를 했을까 돌이켜보면
내 지난날, 아주 많은 날 배고팠던 것 같어. 매일 굶고 허기지고...
그래서 내 주방에 있는 주걱은 유난히 크고 내 도시락은 늘 넘치지.
나는 엄마 손은 약손이고 밥은 보약이라는 말을 믿거든.
내 손을 거친 음식이 그대들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믿거든.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믿거든. 요 며칠 또 그런 생각을 해봤잖여? 인생은 피었다 지는 거구나. 근데 지는 건 알겠는데, 도통 언제 피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어. 사실 어쩌면 내내 피어 있던거 아니겠어? 찬란하게 말여.
잊지 마. 그대는 항상 피어 있다는 걸.
글이 너무 길어지니 손이 떨리네. 이제 그만 줄이겠슈.
나는 그냥 그대의 삶이 온통 사랑으로 물들었으면 좋겠어. 그것뿐이야.
나는 이제 긴 여행을 떠날 참이야. 내 삶도 온통 사랑으로 물들여보려고. 그래서 가장 큰 캐리어도 샀어. 환자복은 영 내 스타일이 아니여서 말여.
그럼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혀고! 우리 꼭 반드시 씨 유 어게인이여!
이 편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따뜻한 밥 한 끼를 함께 나누려는 그 마음과 사랑으로 모두의 인생을 축복해 주는 듯한 주인공의 글은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다른 샘들도 글이 쉽게 읽혀서 좋았고, 이웃 간의 정이 묻어나는 이야기 그리고 선한 영향력이 얼마나 큰 파급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마음이 듬뿍 담긴 짧은 글이나 편지도 상대방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