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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 고생하는 사서 Apr 23. 2024

낭사모 4차 모임

낭독을 사랑하는 사서교사 모임

낭독을 사랑하는 사서교사 모임도 어느덧 4번째 모임이다. 처음으로 함께 읽자고 선정된 '긴긴밤'(루리 글, 그림)을 릴레이로 반페이지씩 낭독하며 총 열한 명의 사서샘들과 30분 제한시간 내에 글을 읽고 느낀 점을 간단하게 글로 써보는 시간도 가졌다. 


사서샘들이어서 그런지 다들 글을 못쓰신다고 말씀은 하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다른 감성과 생각으로 읽어 낸 느낀 점들을 공유하면서 더 진한 여운이 생겼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긴긴밤'에 대해서 인생의 어두운 터널 같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지금의 자리에 서 있는 우리에게 응원의 글도 있었고, 나의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간들이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인생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는 것을 고백하는 글도 있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작품 속에서 내가 낭독했던 부분에 이름을 갖고 싶던 펭귄에게 코뿔소 노든은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있다. "날 믿어. 이름을 가져서 좋을 거 하나도 없어. 나도 이름이 없었을 때가 훨씬 행복했어. 이름이 없어도 네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도 너를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인간인 우리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펭귄, 코뿔수이지만 자연에서는 저마다의 냄새, 걸음걸이, 소리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만으로 '이름'이 없어도 내가 될 수 있는 곳이 자연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되고 그 사람의 향기, 말투, 걸음걸이까지도 세심하게 기억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사서교사는 학교에서 종종 독도라고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사서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나는 일명 자발적 아싸(outsider)로 지내고 있다. 근무하고 있는 학교가 원체 규모가 작기도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인간관계의 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나와 취향이 맞지 않거나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된다. 친구사이에서도 그렇다. 아직 미혼인 나는 이미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기혼 친구들과 만나면 대화의 소나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기에 나도 모르게 홀로 외떨어진 독도처럼 함께를 선택하기보다는 편한 홀로의 시간을 택하게 된다. 하지만 '긴긴밤'을 읽으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와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여기까지 지금 내가 있기까지 무수히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 있었고, 그들에게 자의든 타의든 많은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낭독을 통해 만나게 된 사서샘들과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함께 나누고 서로의 삶을 응원할 수 있는 관계가 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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