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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01. 2024

누군가는 글을 쓰고 누군가는 글을 읽는다

며칠전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에서 북토크가 열렸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최신작 <구름에 달가리운 방금전까지 인간이었다> 출간 기념으로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님이 직접 책방에 방문해준 것이다. 제목부터 신비롭지 않은가? 오묘하기까지 하다. 우리 책방은 한달에 한번은 꼭 북토크를 열고 있다. 북토크를 여는 이유는 단순명료하다. 책에서만 보던 작가님을 직접 볼 수 있다는것, 직접 만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는 것. 사진도 찍도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데, 막상 글을 쓰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가? 어떤 소재를 던져주는 것도 좋다. 나 역시 처음에는 어떤 글을 써야 하고, 어떤 식으로 글을 풀어가야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망망대해에 나를 던져놓은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도 그렇듯이 일단 시작을 하면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된다. 글도 그렇다.

오늘의 주제를 먼저 정하고 (나의 오늘 주제는 글쓰기다) 관련된 에피소드를 생각해본다. 아! 그저께 북토크를 했었지! 김홍민 대표님이 와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났다. 그래서 그 글을 한번 써보기로 했다. 대표님이 가볍지만 진지하게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풀어놓았다. 관객을 바라보며 잔잔한 목소리로, 하지만 중간중간 빵빵 터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귀를 열고 듣고 있노라면 부드러운 음악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외국에 여행갔을 때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여권발급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통상 3개월 기간만 남으면 여권효력이 없어진다는데, 그런 경우를 대비해 긴급여권 발급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주었다. 장문의 글을 써야하는 데, 다른이들은 못쓰거나 분량이 너무 적었다. 김홍민 대표님은 글을 자주 접해온 이력 덕분인지 빼곡하게 장만의 한 페이지를 완성해서 긴급여권 담당자에게 전했다. 담당자는 굉장히 흡족해하며 서류를 받아들었다고 한다. 글쓰기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언제어디서 나의 글쓰기가 필요할지 모른다. 하다못해 긴급여권을 발권하기 위해 서류를 제출할 때에도 우리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평소 언제 어떻게 글을 쓰는가? 직장에서 학교에서 동네맘카페에서 우리는 알게모르게 조금씩은 글을 쓰고 있다. 댓글도 달고 있다. 글을 쓴다는 건 내가 정성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내가 이토록 내인생에 정성을 기울인 적이 있었는가 생각해본다.


한단어가 한문장이 되고 한줄이 되고 두세줄이 된다. 한문단이 되고 글이란 녀석들이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정도면 되었겠지? 하는 마음은 금물. 조금더 써내려가본다. 풀어낼수록 글이 엮어지고 풀어지는 경험을 한다. 이래서 글쓰기는 근육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난 사실 운동을 하지 않는다. 건강관리나 식단관리에 조금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운동과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나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기술하기 위해서 근육이 필요하다. 맞춤법이라든지 문단 형태라든지, 그런 것보다는 그저 나의 생각을 (타이핑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정도로) 표현하는 마법과도 같은 경험을 마주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잘' 쓴다는 것에 대해 어쩌면 모두, 한번쯤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이 맞는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단어가 '이 단어'가 맞는지? 글을 써나가기전에 이런 형태에 머무른다. 그러다보면 나의 글이 제대로 안 나온다. 단어에서 막히는 거다. 물론 평소에 굉장히 유식하거나, 상식을 범접하거나, 혹은 평소 다양한 서적을 통해 견문을 넓혀온 사람들에게는 단어나 용어정리에 있어서 쉬울 것이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들에겐 유식하게 보이려해봤자 거기서 거기다. 


맞춤법검사는 한글파일의 맞춤법검사기 가 해준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글로 적어내는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누군가 보아주면 좋고, 설령 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저 나는 오늘 나의 글을 적고 싶었을 뿐이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글쓰기, 책쓰기수업도 드문드문 진행하는데 점심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사실 아침도 안먹는지라 점심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수업시간에 집중하다보면 오후 2~3시가 넘어간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없지만 제대로 챙겨먹어야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매일매일 해야할 일들이 생기고, 어떤일은 새로 시작하고 어떤일은 마무리를 해나가고 있다. 2권의 책이 조만간 종이책으로 출간될 것이고 새로 책쓰기를 배우는 사람들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냈으면 좋겠다. 짧든 길든 적어봐야 알것 아닌가. 잘쓴다 못쓴다는 판가름하기 이전에 일단 '양을 채워라'가 나의 바램이다. 다른 책을 참고해도 좋고, 이전 블로그에 끼적거렸던 내용도 좋다. 거기에 덧붙여서 나의 생각을 적어보는거다. 


누군가는 오늘 글을 쓰고 누군가는 오늘 글을 읽는다. 나의 글을 보기도 하고 자신만의 글을 적어보기도 한다. 글을 많이 보다보면 또 언젠가는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랬듯이. 오늘 당신의 일상을 한번 적어보는 건 어떨까? 봄이 오는듯 하다가 매서운 꽃샘추위가 찾아온 오늘, 나를 좀더 강하게 단련시켜주는 것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머릿 속의 글을 하나씩 꺼내어 적어볼 때 그 생각은 나만의 것이 된다. 글로 정제된 언어는 처음은 서투르고 어색하지만, 점차 다듬어질 것이다. 그것은 곧 나만의 무기가 된다. 오늘 나의 글을 한번 잘 다듬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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