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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14. 2024

글 쓰고 싶었던 그녀 브런치작가가 되다

어제 책방에서 기쁜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매주 목요일마다 글을 쓰고 한 꼭지씩 완성해 나가는 K양의 브런치작가 합격 소식이었다. 글이라는 게 생소하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처음 글쓰기를 배우고 실제로 책방에서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글을 써나가면서 차츰 조금씩 글의 형태를 갖추어나간다.

글쓰기도 근육이다. 해보지 않으면 실제로 어렵다. 느낌대로 감정대로 적어나가기란 더더욱 어렵다. 해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방에서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독서모임에서 책 구절을 마주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느낌을 표현해 나가면서 글에 서서히 스며들어간다.


서로의 속도는 다르다. 너와 나의 속도가 다 다르다. 사람의 생김새, 키, 성향, 성격이 다르듯 글쓰기의 형태도 마음가짐도 속도도 다 다르다.

어느 누구는 저만치 걸어 나가는데 나는 아직 제자리인 듯하다. 빨리 뛰어가고 싶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덜컥 글이 막혀버리고 만다. 번아웃처럼 글아웃이 되어버리는 걸까?


자신만의 속도를 맞추어나가면 된다. 나는 나대로 이렇게 걸어갑니다. 하지만 매주 정해진 숙제는 해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시작을 했지만, 도통 글을 보내오지 않는 분들도 있다. 일단 단 5줄이라도 글을 보내야 내가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이대로 쓰세요. 이런 글감을 추가해 보세요. 이 책을 참고해보세요 라는 등등의 피드백 따위를 말이다.


글도 기브 앤 테이크다. 주는 대로 나는 피드백을 주고 공감을 표현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책방에서 열리는 북토 크는 우리에게 선물과도 같은 글감이 된다. 작가와의 설레는 만남은 물론이고, 작가와의 대화와 질문 속 답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이나 지혜를 얻게 된다.


매 순간 매번 북토크에서 나는 다양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희 작가님과의 만남에서는 잔잔함과 따듯한 그림책의 영감을 받았고, 마름모 출판사와 정아은 작가님이 함께한 북토크에서는 통통 튀는 재미있는 느낌과 깊이 있는 울림을 받기도 했다.


최근 참여한 김홍민 대표님의 북토크에서는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있다고? 평소 큰 관심이 없던 미야베미유키 작가와 소설에 관해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 어찌 북토크를 외면한단 말인가.


나는 기회가 닿는 족족 북토크를 열고작가를 섭외한다. 재고를 신경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작가와의 만남이 나와 책방과의 크나큰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일단 저지르고 본다.

누가 이야기했던가. 추진력 하나는 대단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는 어느새 추진력 왕이 되어가고 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물쭈물하다가는 한 글자도 나아가지 못한다. 특히 우리가 글 쓸 때 '누군가에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나라고 왜 안 그러고 싶겠는가. 잘 보이고 싶다. 편집자의 눈에도 들었으면 좋겠고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보고도 싶다. 하지만 지금의 내 위치를 알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그런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하겠지만, 일단 써라. 누가 읽든 말든, 다 버릴 각오로 (이 말은 정아은 작가님의 책에서도 일부분 나오기도 했다!) 글을 써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만, 너무 일기형태의 글이 되지 않도록 독자가 앞에 있다고 가정하면서 글을 써나가는 자세는 필요하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건 일종의 암시와도 같다. 나는 오늘 쓴다. 나는 오늘 쓸 것이다. 나는 오늘 브런치글을 발행한다. 나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리에 앉아서 블루투스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어제 브런치작가에 합격한 K양의 합격소식이 더없이 반가운 건 이런 나의 마음이 동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브런치에 합격한 것 이상으로 사실 기뻤다. 함께 책방에서 매주 만나고 글을 쓰면서 서로의 일상을 알아간다.

글을 쓰고 싶었던 그녀와 글을 알려주는 내가 만났다.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는 그녀를 보면 내심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책방에서 책도 보고 책도 읽고 책도 쓴다. <책 쓰는 책방 하나쯤은> 책을 처음으로 만들어보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처럼 하나씩 우리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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