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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r 29. 2024

69일째 영어필사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필사를 언제부터 했는지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 필사라는 의미는 다른 이의 말을 글을 저서를 따라 적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글을 한글로 따라 적는 필사는 많이 하고 있지만, 영어필사는 약간의 장벽을 느낀다. 아마도 우리가 학창 시절 흔하게 접한 영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뻥긋 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영어는 필요하다. 완벽히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어느 나라를 가든, 또 어느 나라를 가지 않든 영어라는 언어는 이미 우리에게, 나의 자녀들에게 가장 밀접하고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기에 나는 영어로 친해지려고 오늘도 펜을 든다.

지금 하고 있는 필사교재는 더블엔 출판사에서 작년에 출간한 <하루 10분 100일의 영어필사 어린 왕자> 도서이다. 우리에게 역시 너무나 익숙한 어린 왕자의 대목, 구절들을 위혜정 작가가 엮어서 출간한 책이다. 여러모로 나는 이 책을 좋아한다.


이미 위혜정 작가가 출간한 이전 책을 본 적이 있고, 실제로 <최고그림책방> 카페회원들과 함께 100일 동안 영어필사를 진행하고 완료했다.

처음이었다. 100일의 영어필사를 붙들고, 하루이틀을 건너뛰어도 100일을 완주했다는 사실에 나는 묘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꼈다.


영어필사에 관한 기억과 경험이 좋아서일까? 우리는 다시 한번 어린 왕자 영어필사교재를 필두로 100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누가 먼저 시작한다고 일찍 끝낼까? 절대 그렇지 않다.

필사라는 건, 100일의 영어필사라는 건 말 그대로 '꾸준히'가 정답니다. 하루이틀 건너뛰어도 상관없다. 달리기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누가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퐁당퐁당 걸어가도라도 100일이라는 일수를 채워보자는 것이 우리의 필사목적인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어린 왕자영어필사는 다시금 내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아주 끈끈하게. 내가 어린 왕자 교재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책방에서 일하다 보니 오히려 책과 멀어질 수 있다. 책을 마냥 계속해서 볼 것 같지만, 실제로 책을 운반하고 나르는 작업이 반 이상이다. 책방 운영과 홍보, 마케팅을 동시에 해내면서 (출판사 업무까지) 사실 책을 여유 있게 읽게 되지는 않았다.


나만 그런가? 생각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다. 책방에 일하는 다른 작가님도 나처럼 책방에선 책이 안 읽힌다는 말에 굉장히 위안을 받기도 했다.


어린 왕자 이야기는 우리에게 늘 어디선가 접하게 된다. 그만큼 익숙하고 편안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는 그 내용을 깊이 있게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어린 왕자를 본 적이 없었다!

어른이 되고 성인이 되어 보는 어린 왕자의 묘미를 나는 느껴보고 싶었다. 비록 어릴 때 어린 왕자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사실 어린 왕자는 버전도 다양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 읽어봄직하다) 마흔이 넘은 지금 어린 왕자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우리 카페 (최고그림책방) 회원님들과 다시 한번 시작하게 된 어린 왕자영어필사는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보아뱀이나 다양한 행성, 꽃의 가시에 관한 주옥과도 같은 이야기는 물론이고 평소 스쳐 지났던 영어단어들을 다시 한번 음미하는 계기가 되었다..


헉! 할 정도로 긴 지문도 많았지만, 함께 하는 동지가 있다는 든든한 느낌은 나의 필사를 지속하게 만든 큰 힘이 되었다. 누군가 나의 글을 보고 있다는 사실도 나에게는 뿌듯하고 즐거웠다.


책방에 책 쓰기를 하러 오는 k양도 그랬다. 평소 카페를 들여다보지만, 눈팅을 주로 하는 그녀는 어느 순간 어린 왕자의 구절구절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내가 카페에 매일 수시로 글을 오려고 답글을 다는 사람들을 아주 드물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눈팅으로 나의 글을 봐주고 도움받는 이들이 있어 나는 매일같이 글을 올린다. 필사한 흔적을 찍어 올리고, 사전을 찾아 함께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올려두면 누군가는 본다. 그리고 도움을 받는다.


k양은 평소 어린 왕자의 좋았던 구절과 느낌을 안고, 바로 어제 어린 왕자필사책을 구입해 갔다. 글을 적는다는 건, 누군가 보고 있다는 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영어필사를 함께하자! 시작한 이들도 그저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봐주는 이들도 모두 한 가족이다. 영어에 있어서만큼은 너무 어렵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영어필사를 다시 시작한 것처럼, 69일째 어린 왕자의 챕터를 오늘도 나는 눈으로 입으로 읽어 내려간다. 책방에서 영어필사를 시작했고 함께하고 있고, 함께할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서는 영어필사와 영어필사모임이 진행 중이다. 5월 경에는 빨간 머리 앤으로 영어필사를 시작한다.


함께하고 싶은 분들은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에 가입해 주시면 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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