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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04. 2024

그녀 그리고 또 다른 그녀

우리는 책방에서 만났습니다

플룻을 켜던 여인이 있었다. 음악을 했다고 한다. 플룻을 연주했다고 한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가게를 운영하며 아이들의 육아에 온 정성을 쏟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우리 책방에 왔다.


은주(가명)님의 첫인상이 기억 남는다. 그녀가 책방에 들어오던 순간 왠지 모를 환한 빛이 비치었다. 다소곳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책방 안을 둘려보던 그녀, 궁금했던 말들을 쏟아내던 그녀. 그녀가 생각이 난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서 '자기 계발'을 배우고 싶다고 했고 그렇게 우리의 첫 블로그수업이 진행되었다. 이전에는 블로그수업을 1~2회기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적어도 4회의 수업기간을 가진다. 경우에 따라서 수업 횟수를 늘리기도 한다. 본인의 의지가 있다면 말이다.


사실 블로그도 글쓰기도 끈기와 노력의 결과물이다. 아무리 사소한 글이라 해도 (댓글이라도!) 생각을 하고 글을 적고 글을 저장한다. 글을 아무렇게나 올리지는 않는다. 우리는 생각을 하고 글을 올린다.

어떤 단어를 적지? 어떻게 말을 하지? 우리가 일상의 대화를 할 때처럼 우리는 글을 적는다. 다만 글은 한 번 더 정제된 언어다. 말을 할 때는 순간순간 내뱉어지지만, 글은 반드시 생각을 하고, 쓰는 행위가 더해져야 글이라는 결과물이 나온다.


그렇게 그녀와 글쓰기를 시작했다. 아이디만 있던 휑하던 블로그를 처음 세팅했다. 기본적인 소개글을 적고 타이틀 제목을 생각해 본다. 잠시 곰곰이 생각에 빠지던 그녀. 망설이는 듯싶더니 바로 타이틀 제목을 정하고, 자신만의 소개글을 적어 올린다.

평소에 책을 통해, 육아서를 통해 생각의 힘이 단련되었음을 언뜻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수업을 하면서 말이다!

채움이 있으면 차곡차곡 채움이 넘칠 때 글이 된다. 우리가 매주 마주하는 일상이 그렇고 마주하는 사람경험이 그렇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책이 그렇고 환경이 그렇다. 우리 주변에 어떤 것이 있느냐에 따라 나의 샘물이 찰랑찰랑 채워진다.


허전했던 블로그가 생기를 더해간다. 그녀의 블로그 카테고리를 크게 3개로 구분했다. 그녀의 주관심사는 단연 아이들이었다. 우애 좋은 형제라는 단어가 그녀의 일상을 보여준다.

책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녀의 블로그가 시작되었다. 블로그의 처음 시작글, 사진과 이미지를 올리는 방법, 책 이야기를 올릴 때 사용하면 좋은 인용구나 스티커 등등. 매주 한 시간 동안의 수업시간이지만, 그녀는 열정적이었다.


숙제 과제를 꼬박꼬박 저장해 왔다. 매주 금요일은 그녀와의 만남의 시간이다. 전날까지 저장해 두었던 책이야기를 우리는 함께 정리해 나간다. 사진을 더 밝게 조정하고 글자색을 바꾸고 스티커를 하나둘 추가해 나간다. 순간순간 글이 날아갈 뻔할까 봐 조마조마해하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만큼 그녀는 블로그에 진심이었다! 글쓰기에 진심이었다.


지난주 일상이야기를 올리기로 했다. 내가 운영하는 최고그림책방 네이버카페는 블로그를 시작하는 회원들이 자신의 일상이야기를 마음껏 공유해도 좋다. 은주 님의 글도 올라왔다.

나와의 수업시간에 진행하려고 했던 블로그글이 그대로 발행되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한 번 더 피드백을 받고 발행하려고 했다는 그녀의 말에, 그럴 필요 없다고 알려준다. 그녀의 블로그 글은 이대로도 충분했다!!


3~4번의 수업시간에 피드백을 받고 블로그글을 올리고 점검받으면서 그녀의 이야기가 제법 탄탄하게 이루어졌다. 나 역시 이렇게 빠른 시간에 놀라울 정도로 블로그를 일상을 쏟아내는 그녀가 신기하게도 느껴졌다. 그녀는 글 쓰는 사람이었다.


어제 책방에 방문한 또 다른 그녀는 학원 선생님이었다. 학원을 운영하면서 지금 관리하고 있는 블로그를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매주 금요일 10시는 선생님과의 약속시간이다.

봄처럼 아니 여름처럼 화사한 옷을 입고 등장한 그녀. 오늘 약속이 있다고 한다. 평소에도 자신을 돋보일 줄 아는 그녀는 오늘따라 더욱 화사해 보였다. 손가락에 끼운 링반지처럼, 그녀는 자신을 나타내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블로그 첫 화면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내가 들어가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블로그수업 시간에는 첫 화면부터 다시 설정해 나간다. 이전에 칙칙하고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던 블로그화면을 타이틀부터 바꾸어나갔다. 기존의 글이 있어서 카테고리를 분류하고 수정작업을 해나갔다.

그녀의 블로그가 채워져 나간다. 최근 공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차분한 듯 수업시간을 잘 따라오는 그녀의 모습에서 끈기가 느껴진다. 요즘 중고등학생 중간고사 시험기간이라 선생님들의 일상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학교 시험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열심히 하지만,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 또한 저녁식사는 당연하듯 거르고 몇 시간 동안 강의를 하면서 목소리가 쉴 정도로 열정을 쏟아내는 일상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강의를 하고 나면 온 에너지를 집중하느라 끝나고 나면 맥이 풀리는 거다. 긴장감이 훅 풀리는 거다.


학원블로그 세팅을 하고, 블로그 내용과 이미지가 하나둘 채워져 나간다. 이전에 몰랐던 것들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다고'를 알게 되는 순간 블로그도 재미가 붙는다.

학원 블로그, 개인 블로그까지 초기 세팅을 마치고 자신만의 일상여행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해 나가야지 생각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사진들을 블로그에 하나둘 보관해놓고 싶다는 그녀를 보면서 가족들을 생각하는 진심어림이 느껴졌다.


책방에서 블로그를 배우고 글쓰기의 재미를 알아가는 그녀들이 참 소중하고 의미 있다. 내가 늘 올리는 글이고 하고 있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설렘이 되고 자기만의 세상을 열어가는 돌파구가 된다는 사실에 나는 오늘 한 번 더 깊은 깨우침을 얻게 된다.


지금 매일 하는 어린 왕자필사처럼, 나에게 책이 울림이 되고 사람들이 울림이 된다.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글을 통해 표현해 나간다. 자신만의 경험으로만 묵혀있다면 이제는 꺼내보라고 말한다. 당신들의 경험과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울림이 되고 깨달음이 된다.

우리는 그렇게 책방에서 만났다. 그녀들의 만남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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