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ntrcm Jan 26. 2016

방치

25년의 죗값

일생을 그렇게 살았더랬다.

원하는것을 갖기 위해서 원하지도 않는 일을 수없이도 반복했더랬다.

그래도 그게 슬프지가 않더라며 웃던 니 얼굴이 아직도 내 눈앞에 생생하게, 사진처럼, 지워지지도 흐려지지도 않고 둥둥 맴돈다.

니가 멋있어 보였다. 한번도 말한적은 없었지만 니가  가만히 숨만 쉬어도 나는 그게 멋있었다.

왜 한마디도 못하고 그저 말 안해도 알겠거니 하며혼자 아무렇게나 결론지어버렸을까.

내가 그때 너에게 한마디라도 했었다면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을까.

아니 그렇지 않을것이다.

이미 돌아선 너의 마음은 되돌아올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그랬다.

아니다. 내가 나빴다. 죽이되든밥이되든 한마디 말이라도 해볼걸.

아니다. 그냥 같이 옆에 계속있었더라면 니가 혼자 그렇게 있도록 두지않았더라면.



원체 사람을 멀리하던 너였다.

언제나 주위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맘을 열지않는게 늘 신경쓰였다.

그렇게 사람들을 심적으로 밀쳐대던 니 감정들이 순간 복합적으로 떠밀려와 나에게 부딪힐때면 나는 언제나 너에게 감당못하겠다며 네 성격을 비난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턴가 너는 나에게 아무런 불평도 불만도 하지않더라.

처음엔 그게 편하고 좋다고 생각했다.

어느순간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걸 깨달았지만 너에게 요구할순 없었다.

이미 너는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기로 다짐한듯 해 보였다.

다시 전처럼 나라도 받아주겠다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질않더라.

그렇게 너를 방치아닌 방치를 한지 어언 이십오년.



나는 니가 그립다.

나는 니가 두렵다.

나는 니가

나는 니가 나를 원망해주길 바란다.

나는 니가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나는 니가 나를 잊어주길 바란다.

나는 니가 돌아오길 빈다.


이제 먼지가 되어버린 너를 가슴에 안고 나는 또 다시 아무렇지 않은듯 살아간다.

평생을 그렇게 너를 묻은채로.


작가의 이전글 불편한 거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