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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trcm Jul 26. 2016

내 글

여기에 이런 글들이 쓰이는 이유

내 글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혼자 주절주절 써 내려갔던 글인데 뭔가 공감하신다고 인스타 쪽지 같은 게 오면 반갑기도 하면서 씁쓸하다. 내가 쓰는 글이 밝은 글이 아닐뿐더러 우울하다면 우울할 수 있는 글들인데 그런 것에서 공감을 느낀다 하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약간 슬프다. -사실 내 글은 우울하다기보다는 나의 현실에 대한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지금 현재 느끼는 그런 생각들과 그 당시에 찐하게 머릿속을 스쳤던 생각들을 적는 곳이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에게 괜히 동질감이 들며 응원하게 된다.

여기서 응원이란 것도 참 웃긴데 살아가면서 당연히 들 수 있는 생각들이 응원을 받아야만 할 일들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고 사회를 겪으며 느끼는 것들, 연애를 하며 느끼는 것들,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회의감 기타 여러 가지 감정들을 같이 공유한다는 생각에 나도 같이 위로를 받는 것이 뭔가 대단히 복잡하면서도 씁쓸하면서 뭐 그렇다.


우리는 항상 생각을 하며 산다. 그 생각이 비관적인 생각이든 긍정적인 생각이든. 그 생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된다고 볼 때 10명의 사람이 모두 같은 정체성이 완성될 수는 절대적으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되는 순간 우리는 그 누군가와 아무런 연고가 없더라도 공감하게 되고 위로받고 응원하게 되는 신기한 일이 생긴다. 인간은 참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그렇게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되고. 그렇지만 하나의 생각이 같다고 해서 모든 생각이 같을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하나의 교집합이 생성되면 우리는 서로 맞추고 이해하면서 교집합을 점점 늘려가는 '척'한다. 그게 과연 진정한 나의 생각이 맞는 것인가? 그저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나 자신에 게도 솔직하지 못한 거짓된 생각들은 아닐까?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이 공감이란 단어야 말로 엄청난 사회성을 부여한 단어가 아닌가. 몇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어느 한 주제를 가지고 같은 생각을 하며 공감을 한다는 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 말이다. 그래서 나의 공감능력에 따라 내가 얼마만큼의 사회성이 있는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공감이 사회성의 전부는 아니다.-

내가 봤던 사회적으로 배척되는 인물들 대부분은 지나치게 솔직하거나 지나치게 고집이 심하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말하는 것뿐일 테지만 혼자만이 가지고 있던 나의 단점에 대한 생각들을 타인에게 들을 때만큼 잔인한 순간이 또 있을까. 어느 누가 나의 단점을 큰소리로 떠드는 인간과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할까. 게다가 어떤 하나의 의견에 대해 대화 없이 본인의 주장만 옳다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과연 어느 그룹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까. 그들이 사회적으로 배척되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회성 결여는 솔직함과 고집이 낳은 하나의 부작용일까?


대인관계를 위해 억지로 공감하고 의견을 굽히고 선의의 거짓을 말하고.


과연 나는 얼마큼 나 자신에게 까지도 거짓말을 하며 남들을 위해 맞춘생각이 내 생각 인척 하며 살고 있었을까?

어디까지가 내 진짜 생각이고 어디까지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공감을 위한, 나도 그런'척' 하는 생각일까? 나 스스로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하나의 주제에서 몰랐던 부분을 배우게 되고 그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아닐까.

그저 사회성을 기르고자, 남들과 어울리고자 했던 무의식 중의 공감하는 행동이 나 스스로를 공감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척'했던 생각들이 내 생각으로 자리 잡으면서 더 넓은 관점을 가지게 된다. 더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타인의 생각을 얻고 그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그 다른 생각으로 또 대화를 하고.

그저 생각과 대화를 통해 나라는 인격체가 완성된다.


지금 나는 아직도 나의 자아 생성 조각을 모으는 중이다. 여러사람을 만나고 여러상황을 겪으며 나 스스로 풀수 없던 미로같은 감정과 사건들을 타인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나' 라는 사람이 완성 되어가는 과정을 지금 내가 천천히 시행하는 중이다. 이 글쓰기는 그 수행과정에서 오는 하나의 일지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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