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antrcm Aug 18. 2015

인간관계 (1)

- 속고 속이는 감정게임 속 말일 뿐인가.

살면서 한번쯤 겪게 되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회의감.

요즘따라 늘 느끼는 기분이다.


한번만 느껴도 죄절감과 박탈감 등으로 인한 자존감 하락이 장난 아닌데

그걸 자주 느끼게 되니 아주 죽을  맛이다.


한번은 초등학생 때 느꼈던 것 같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굳이 카운트를 하자면 여기가 시작 지점인 듯.)

초등학교 2학년 때 소꿉친구 2명과 함께 셋이 뭉쳐 다녔는데

어제까지 즐겁게 놀다 다음날 학교를 갔더니 그 둘이서 나를 따돌리더라.

사고도 채 형성되지 않았을 시기에 그런 황당한 일을 겪으니 뭐가 뭔지 모르겠고 내가 뭘 잘못한 건가 보다는

쟤네가 나한테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평소 장난을 자주 치며 놀았기에 장난 인가 싶어 옆에도 가보고 말도 걸어보고

그렇게 하루 종일 둘 뒤를 따라다녔지만 내 말에  대꾸는커녕 알은 체도 하지 않고

나를 무슨 영화에 나오는 투명인간마냥 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학교는 끝이 나고 있었고 나는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가기엔 내 자존심이 바닥을 치고 있었기에 더 이상 다가가는 건 포기하고

책상에 가만히 앉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렇게 나는 청소가 다 끝나기를 기다렸고

모두가 자리에 앉아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해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그 어렸던 나는 큰소리로 냅다 울어버렸다.

당연히 반의 모든 아이들이 나에게 시선이  집중됐고 왜 우냐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하루 종일 나를 따돌리던 두 아이는 당황하며 나에게 달려왔고

(그들도 나를 따돌리는 게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나온 행동인 것 같다.. 이게 더 슬프다..)

보고 있던 반 친구들은 그 둘에게 너네 왜 친구를 울리냐며 못 됐다며 그들을 비난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나의 영악함에 내가 놀라는 중...)

그 둘은 나를 달래 주면서 반 아이들에게 그런 거 아니라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라.

뭐가 그런 게 아닌 건지.. 그렇게 내 왕따사건은 끝이 났고

3학년이 될 때 전학을 가게 되어 그 둘과는 다시는 볼일이 없을 줄 알았다.


얼마 전에 중학교 동창 친구에게서 sns 쪽지로 연락이 왔다.

초등학교 때 나를 왕따 시킨 아이중 하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단다.

우연히 내 얘기가 나와 생각나서 연락해본다며 한다는 말이

 "ㅇㅇ이가 너 많이 보고 싶대! 다음에 셋이서 같이 놀자!"


아이러니하다.



가볍다. 관계들이. 허공에서 나뒹군다.

실체도 없는 공간의 암흑 속을 허우적 대며 방황하는 개미가 된 기분.


2015년 5월 3일 오후 11:15분

-내 휴대폰 메모장에서 작성.

작가의 이전글 의지라는 이름의 이중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