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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Apr 28. 2021

작가의 든든한 지원군, 작가 노트

작가 노트가 뭐지? 


    "다들 오늘부터 작가 노트를 한 권 준비하세요." 작가 노트는 소설 창작 실기론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처음 내주신 과제였다. 단순히 수업 내용 필기로 사용될 줄 알았던 노트는 한 학기 내내 나를 따라다니며 버겁게 했다. 소설 창작 실기론 하나로도 넘쳐나는 과제 때문에 벅찬데, 다른 수업까지 있으니 챙기기란 여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작가 노트는 훗날 내게 큰 아군이 되어주었다. 




작가 노트가 뭐지? 



    일상 속에서 떠오른 소재를, 내가 본 것들을, 듣게 된 이야기들을 빼곡하게 적는 노트였다. 교수님은 무엇을 써도 좋으니 하루에 한 장은 꼭 쓰라고 신신당부하셨다. 꿈에 그리던 수업을 듣게 된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작가 노트에 쓸 내용을 찾아 나섰다. 주변 모든 것이 글감으로 다가왔고, 무엇 하나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관심 없이 지나갔을 학교 앞 돌계단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날은 평소 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새로 보게 되었다.


사람 가득한 1호선 지하철에서 기이한 모습을 발견했다. 지하철 자리에 빼곡히 앉은 사람들 모두가 일렬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존재했지만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작가노트에 썼던 내용이다. 나는 작가노트를 쓰기 시작한 첫날, 기존의 세상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신선한 충격이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신비로운 일, 그리고 불편한 진실들이 사방에 도사리는 곳이었다. 어쩌면 나는 너무 나에게만 집중하며 살았던걸 지도 몰랐다. 


     작가 노트에 재미가 들린 나는 온갖 내용들을 채워 넣기 시작했다. 기억에 남는 일, 그날의 감정, 주변 인물 관찰, 인상 깊은 문장, 노래 가사, 드라마 속 인물 분석 등등. 뿐만 아니라 내가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구상, 관련 뉴스 기사, 길에서 본 광고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심지어는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지하철 소리 등도 다운로드하여 보관했다. 흥미로운 일이었지만 작가 노트를 매일 쓰는 일은 절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효과를 톡톡히 보는 날이 있었다.



작가 노트의 힘. 



    소설 창작 실기론은 한 학기에 하나의 소설을 완성해 제출해내는 것이 과제이자 시험인 수업이었다. 나는 학기 중에 다른 과목들도 공부하며 하나의 소설을 완성시켜야만 했다. 정작 소설을 쓰기 시작하니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어떻게 플롯을 구상할 것인지, 인물의 유형은,... 


    소설은 현실에 존재할 법 한 이야기가 되어야 했다. 사실주의 소설을 쓰고 싶었던 나는 더욱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필요할 때마다 모든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나서는 건 쉽지 않았다. 특히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내게는 가능할 리 없었다. 그때 저력을 발휘했던 것이 작가노트였다. 차근차근 모아둔 정보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작가 노트를 보며 글을 쓰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나쁘지 않은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 노트는 아이디어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었다.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 주변의 정보들을 다시 되새기며, 사고의 확장과 창의성이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작가 노트를 평상시에 꾸준히 쓴다면 좋은 글감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가 노트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작가 노트는 작가의 시선을 넓혀줌과 동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나를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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