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랑 Feb 25. 2024

문해력 저하가 심각하더라

#꼬꼬마 독서지도 #4편





꼬꼬마 독서지도, 4편





 독서 지도를 하다 보면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성격부터 취향까지 전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한 가지 부문에서 공통점을 보인다. 바로 문해력 저하이다.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전 세계를 통틀어 보더라도 낮은 편에 속한다. 2008년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조사 대상 19세~79세 중 완전 비문해자는 1.7%로 나타났다.*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비문해율도 높은 모습을 보였다. 



김순임 (2008), 2008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 개요, 국립국어원, 29p



 하지만 2024년에 들어 해당 통계를 살펴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 같다. 현장에서 바라보면 실상은 더욱 심각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노년층으로 향할수록 비문해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비문해율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 같은 사회 현상은 이미 한 차례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것이 문해력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이나 짧은 영상 (숏폼)으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SNS 문화가 퍼진 것도 한몫할 것이다. 


 이 같은 고민으로 독서 지도를 시작하려는 보호자들이 참 많다. 독서 지도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이 필수적이니까. 아이가 책 읽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문해력 향상만을 고려한다면 독서 지도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독서 지도사의 입장에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앞서 '독서 지도를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문장을 읽는 것이다. 그런데 문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짧은 그림책을 읽는 것조차 어려워한다. 




 간혹 가다가는 이런 일도 있다.


 "이 책은 어떤 내용이었어?"

 "호랑이랑 아이들이 친구 하는 내용..."


 아이가 읽은 책은 <해님 달님>이었다. 아이들의 엄마로 변장한 호랑이가, 아이들을 잡아먹으려 하는 것이 책의 줄거리이다. 하지만 아이는 문장을 읽지 않고, 책에 그려진 그림만 보고 내용을 유추했다. 본래 줄거리를 생각해 보면 <해님 달님>을 재창작한 것과 다름없을 정도의 대답이다.


 놀랍게도, 이런 일은 매우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 지도사는 아이들의 이런 습관들을 손쉽게 파악해 낸다. 그 후 올바른 책 읽기 방법을 끊임없이 아이에게 설명해 준다. 다행히 그림만 읽던 아이들도 달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어에서 단어로, 단어가 문장으읽는 글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새로운 문제가 대두된다. 아이들이 드디어 글을 읽기 시작했지만, 글을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특히 문제를 풀 때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지문과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했기에 정답도 찾아낼 수가 없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1:1로 글을 다시 읽혀주면 내용을 전부 이해한다는 것이다. 혼자 읽는 것보다 선생님과 읽으면 이해가 쉬우니, 매번 도움을 요청해오곤 한다. 그러나 혼자 읽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자주 도와주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한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수개월. 스스로 권의 책을 읽고, 온전한 감상을 꺼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마라톤을 달리듯 장기간 이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책에 흥미를 읽지 않도록. 끊임없이 살피고 칭찬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문해력 저하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SNS에 익숙해 책을 접할 기회도 현저히 적다. 기르는 것은 어렵지만, 손 놓고 있으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문해력이다. 내가 수업에서 들은 <해님 달님> 이야기는 더 이상 남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루 한 장이라도 좋으니, 오늘은 우리도 책장에서 책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 출처 : 김순임 (2008), 2008 국민의 기초 문해력 조사 개요, 국립국어원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7253204

작가의 이전글 정말 한 치 앞을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