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쓰고 있는 웹소설 배경이 일제강점기로 타임 슬립했다가 돌아온 것이다 보니, 일제강점기 자료를 자주 찾는다.
여기 나오는 여주의 술버릇이 좀 독특한데, 술에 취하면 ㅇ를 ㅇㅇㅇ. 그것도 일제강점기 ㅇ를.
ㅇ가 뭘까?^^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여주의 술버릇에 대한 자료를 구하느라 일제강점기 시를 찾았다.
일제강점기 때 활동했던 시인들을 찾아 보면서 새로운 시와 시인들도 알게 되었다. 암울했던 시대를 산 시인들의 시는 일제에 항거하는 내용이 많아,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을지 상상하면서 감상했다.
순수한 우리 글로 저항하는 정신이 멋있었고, 19세기 영국 작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의 <리슐리외 추기경>에서 리슐리외가 적들을 상대로 무기를 휘두를 수 없는 상황에 하인에게 한 유명한 대사처럼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다.
대표적인 저항 시인들은 우리가 잘 아는 윤동주, 이육사, 이상화, 한용운, 백석, 김영랑, 심훈, 김소월, 정지용 등이다.
일제의 부당한 침략에 양심과 목숨을 걸고 글로 싸운 시인들.
그분들의 시를 보면서 작가로서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에서 나온다.
살면서 생각만큼 강한 걸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펜을 생각이라고 하면 칼보다 강하다는 건 맞는 말이다. 사람은 생각에 따라 삶이 정해지고, 생각이 곧 정체성이 되니까.
일제강점기 문인들이 일제의 칼날 앞에서 굴하지 않고 제 신념을 지켰던 것도 바로 정체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라는 잃었어도 일본인이 될 수 없다는 저항 정신이 있었기에 지금까지도 위대한 문인으로서 칭송받는 것이다.
나라를 잃은 걸 부끄러워 할 줄 알았고, 그만큼 독립을 염원하며 시를 썼으리라 상상하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검은 먹물이 아니라 피눈물로 쓴 것 같아서.
얼마나 한 자, 한 자 진심을 다해 썼을까.
그 시대의 아픔을 몸소 겪지 않는 한, 그분들의 울분과 한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겠다.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글은 거울 같아서 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힘든 마음도 기쁜 마음도 글에 그대로 드러난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정화되는 기분이라 좋다.
힘든 마음이 글이 되어 실체가 될 때 힘든 나를 만난 것 같고,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마음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답답하던 마음이 덜어지며 홀가분해지기도 한다.
또, 작가가 직업이다 보니 글쓸 때 만큼은 정직하려 애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최선을 다한다.
일제강점기 문인들처럼 피눈물까진 아니더라도 입에서 피맛은 느껴질 때까지 마음과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그렇게 하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땐 스스로를 너무 책망하지 않는다. 재능이 없다며 남과 비교하지도 않는다.
결과가 안 좋았을 뿐,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건 반드시 경험치로 남기 때문이다.
경험치가 쌓이면 어느 순간엔 포텐이 터질 날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그때까지 인내하며 계속해서 글을 쓰는 게 당장 좋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하다. 일제강점기 문인들이 비록 해방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해도 작품은 남아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지고 있는 것처럼. 내가 쓰는 글 앞에서만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하는 사람이길 바란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이 달에는 순차적으로 앞선 작가님이 지정한 문장을 포함하여 글을 이어가는 글쓰기 릴레이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지정한 문구는 <포텐이 터질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