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2014. 11. 17 ~ 2019. 11. 25 밤 11시
본격 요리 프로그램과 스타 셰프의 탄생을 알린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억한다.
지금의 이연복 셰프를 있게 했고, 드라마 ‘파스타’의 모델인 샘 킴 셰프를 알게 했고, 웹툰 작가인 김풍 셰프, 일식 고수 정호영 셰프, 불가리아에서 온 미카엘 셰프 등 개성 있는 셰프들이 출연해 게스트의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로 15분 동안 요리를 완성해 경연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다.
스타의 냉장고를 그 상태 그대로 소개하는 것도 특이하고 재밌었는데, 백미는 어떤 재료든 15분 내에 요리를 완성하는 셰프들의 솜씨였다.
그 과정에서 시간에 쫓겨 쩔쩔매는 셰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과연 요리계 금손이 무엇인가를 보여줘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거나 고급 재료가 있는 반면, 거의 텅텅 빈 냉장고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 썩은 음식 등 냉장고만 봐도 생활상이 그려지는 게 신기했다.
먹는 걸 중요시하거나 요리를 잘하는 스타인 경우 냉장고도 다양한 재료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대체로 사 먹거나 요리에 관심 없는 스타인 경우 냉장고가 방치된 수준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도 요리 좀 해먹어야겠다.’ 또는 ‘냉장고 청소해야겠다.’가 많았던 걸 보면 나 역시 요리와 거리가 멀었던 사람이었다. 내가 잘 못 하니 잘 하는 셰프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건지도 모른다.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스타를 보면 굉장히 깔끔한 성격이란 걸 알 수 있었고, 고급 재료가 있을 땐 요리에 돈 좀 쓰는구나를 알 수 있었다.
반찬통에 이름까지 써서 보관하는 사람은 정리 정돈의 끝판왕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질릴 정도였다. 그걸 보고서 나도 냉동실에 보관하는 음식들을 그렇게 한 적이 있었는데, 찾느라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유용하긴 했다.
부모님이 주신 반찬이 있는 스타들은 그나마 괜찮은데, 그마저도 없는 스타들의 냉장고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일단 쓸 만한 재료가 없으니 셰프들이 무척 난감해했고, 그런 와중에 꾸역꾸역 요리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경이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프로그램을 즐겨봤던 이유가 극한상황에서 뭔가를 이루어내는 셰프들의 프로페셔널 때문이 아닌가 한다. 스스로 준비한 식재료도 아니고 15분간의 시간제한과 스타의 입맛을 만족시켜서 우승해야 하는 경연이었기에 압박감이 시달리며 요리하는 모습을 보는 게 빅재미였다.
그런데 냉장고를 스캔한 셰프들은 자신의 노하우로 무슨 요리를 할지 기획하고 재료를 선택해 어떻게든 요리를 만들어낸다. 승패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고 노하우를 발휘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게다가 상상하지도 못할 요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창의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요리만큼 오감을 발달시키는 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또한, 한 분야에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출연한 셰프들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내 딸도 요리 전공이라 주방에서 일할 때 무척 힘들어했다. 체력 소모도 많고, 불을 다루는 직업이어서 늘 긴장 상태인 데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합도 중요해서 스트레스가 많았다.
그런 곳에서 10년 이상을 견뎌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연복 셰프만 하더라도 바닥부터 시작해 유명인이 되었으니 한 분야에서 이름을 얻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보여준 셰프들의 모습은 냉장고 상황에 좌절은 해도 포기는 하지 않는 정신이었다. 그 정신은 최악의 상황과 좌절 속에서 만들어진 진주처럼 값진 것이다.
냉장고 하나만 봐도 그 사람의 성격이나 생활상이 그려지듯이, 어떻게든 요리를 만들어 스타에게 정성껏 대접하는 셰프들의 태도에서 진주 같은 삶의 자세를 배웠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은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냉장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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