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을 판단하는 기준, 체질량지수(BMI)
뚱뚱해서 혹은 뚱뚱해질까봐 걱정하는 게 너무 당연해진 세상입니다. 하지만 뚱뚱한 게 세계적인 걱정거리가 된 건 불과 40-5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1975년에는 전세계 어린이 청소년 인구의 1%만이 비만이었습니다. 2016년에는 이 수치가 7%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성인 비만 인구는 거의 세 배로 늘어났습니다. 오늘날 전세계 성인 일곱 명 중 한 명은 비만, 세 명 중 한 명은 과체중입니다. 뚱뚱한 사람이 늘어나는 걸 걱정하는 이유는 물론 비만이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장병 등 한번 걸리면 완치가 어렵고 죽을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하는 무서운 질병에 걸릴 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코호트연구 결과 뚱뚱한 사람들은 정상체중인 사람들보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에 걸릴 확률이 높고 그런 질병들로 인한 사망률도 높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2016년에는 국제암연구소가 비만이 대장암, 직장암, 간암, 위암, 담낭암, 췌장암, 신장암 등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뚱뚱하다는 건 뭘 기준으로 하는 걸까요? 누가 얼마나 뚱뚱한지, 어느정도 뚱뚱해야 건강을 염려할 수준인건지, 살을 뺀다면 얼마나 빼야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앞서 설명한 내용, 그러니까 1975년에 비해 2016년 전세계 비만 인구가 세 배 늘었다는 둥 전세계 성인 일곱 명 중 한 명은 비만이라는 둥 할 때의 "비만"은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체질량지수란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말합니다. 이때 몸무게는 킬로그램 단위로, 키는 미터 단위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키가 170 cm이고 몸무게가 65 kg이라면 65/1.7^2 = 22.5가 됩니다. 이 값이 18에서 25 사이인 경우 정상체중이라고 봅니다. 30 이상이면 비만, 25 이상이면 과체중, 18 미만이면 저체중입니다. 비만이 이런저런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들도 체질량지수를 활용한 것이에요.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단한다는 기준이 만들어진 것도 체질량지수를 활용한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들이 체질량지수가 18에서 25 사이일 때 심장병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하지만 체질량지수가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체질량지수는 키와 몸무게만을 가지고 계산한 값이기 때문에 얼마나 근육질인지는 따지지 않습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한창 보디빌더로 활동하던 당시 188 cm에 107 kg이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체질량지수는 107/1.88^2 = 30.3가 됩니다. 체질량지수만 보면 비만인 겁니다.
이처럼 근육의 무게와 지방의 무게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 체질량지수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25와 30이라는 값을 기준으로 삼는 것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오랜 연구 결과 18에서 25 사이의 구간에서 사망률이 낮게 측정되었다는 것일 뿐, 체질량지수 25라는 값이 어떤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체질량지수가 24.9였던 사람이 25.0이 된다고 갑자기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한 이런 연구 결과들이 주로 성인 백인을 대상으로 한 코호트연구에서 나왔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됩니다.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들에서는 조금씩 다른 결과를 보였습니다. 동양인의 경우 체질량지수 25 이하에서도 당뇨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양인의 경우 체질량지수 25가 아니라 23을 기준으로 과체중을 판단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한편 한국인 1280만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는 오히려 체질량지수가 25보다 약간 높은 사람들이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체질량지수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다른 지표들도 있습니다. 먼저, 허리둘레를 재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자는 80 cm 이상이면 과체중, 88 cm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하고, 남자는 94 cm 이상이면 과체중, 102 cm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봅니다. 또는 허리둘레와 함께 엉덩이둘레를 재고 허리둘레와 엉덩이둘레 사이의 비율을 계산하는 겁니다. 이 비율이 여자의 경우 0.8 이상이면 과체중, 0.85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봅니다. 남자는 0.9이상이면 과체중, 1.0 이상이면 비만이고요. 이런 방법들은 측정이 쉽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체질량지수 못지않게 정확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지방과 근육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인데다가, 허리둘레나 엉덩이둘레는 인종적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방법들과는 달리 근육량과 지방량을 분리해서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요즘 흔히 활용되는 체성분검사는 지방과 근육이 전류 저항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이용해 몸에 미량의 전기를 흐르게 해서 지방과 근육의 양과 분포를 추정합니다. 물론 CT를 찍으면 지방의 양과 분포를 훨씬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굳이 지방량을 재겠다고 체성분검사 대신 비싼 CT를 찍으려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요. 체성분검사 결과로 체지방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전체 몸무게 중 몇 퍼센트가 지방인지를 계산한 값입니다. 여자는 32%, 남자는 25%를 넘으면 과체중이라고 봅니다. 체지방률을 기준으로 한 연구가 아직 많지 않은 탓에 비만을 따로 구별할 기준치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이런저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체질량지수는 아직까지 비만을 판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완벽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체질량지수는 꽤 정확한 판단기준을 제공하기 때문이지요. 여태까지 주로 체질량지수를 이용해서 비만을 연구해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갑자기 체지방률만 측정해서 연구결과를 내놓으면 기존 연구와 비교하기가 어렵겠지요. 언젠가 비만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될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당분간은 체질량지수에 의존하는 수 밖에요. 한계가 있는 방법인 줄을 알고 있으니, 조금쯤 미심쩍어 하면서 사용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