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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매니저 Oct 31. 2024

일을 꼭 해야 해?

나는 일을 하고 싶은가? 왜?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 나도 '일'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왔다. 

이 질문을 다시 꺼내게 된 것은 친구가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나는 왜 일을 하고 싶을까?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 구분은 완벽하게 별도인 것은 아니고 조금씩 겹쳐져 있을 수 있다.



1. 내가 원하는 모습 

이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 '일은 꼭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나는 왜 그걸 원할까 생각해봤는데, 나에게는 일하는 게 일하지 않는 것보다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의 기혼자인 나는 아직 아이는 없다. 물론 2세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이를 아는 주변 어른들 (특히 시댁)의 푸시가 굉장하다. 향후에 아이를 낳게 되더라도 나에게 있어서 전업 주부로 사는 것보다 워킹맘으로 사는 게 나에게는 더 가치 있는 일로 느껴진다.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가치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가정을 꾸리고 가꿔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일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쌓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인간에게 주된 가치는 "가족, 직업, 돈 친구 건강"이라는 5가치 가치라고 한다.

나는 "돈 > 직업 > 건강 > 가족 > 친구"인 것 같다. 물론 이 순서는 인생을 살면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일을 하는 모습이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여러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내가 높은 가치를 주는 부분이다. 물론 성장하지 않는 일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직을 통해 환경을 변화시켰고, 반강제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왔다.



2. 경제적 기반과 안정감

내가 일을 해야 하는, 하고 싶어하는 다른 중요한 이유는 노동은 경제적인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에 내가 노동을 하지 않고도 일정하게 현금이 들어오는 것이 보장되는 사람이라면 일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그렇지 않다. 나의 주된 소득의 원천은 나의 노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을 계속 해야지만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나에게 경제적인 기반은 왜 중요할까?라고 생각해 봤을 때, 나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이 잘 버는 경우에는 내가 안 벌어도 되는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족 구성원이 사라진다면? 불가피하게 그 가족 구성원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그 가정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내고 큰 일 없이 살 수 있을 것이다.

오지도 않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제대로 설 수 없는 상황이 나에게는 매우 불편하다. 스스로 제대로 설 수 있어야 비로소 온전해지는 기분이고 안전해지는 기분이다. 누군가에게 나의 경제 상황을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


10대 때 그런 생각을 종종했다. (우리집은 아빠가 외벌이를 하고 엄마는 전업 주부였다) 만약 아빠가 죽으면 '우리집은 가세가 기울게 되겠지? 형편이 어려워지겠지?'라는 생각 말이다. 그와 더불어 '아빠가 있을 때만큼 내가 공부에 집중하고 전념할 수 없겠지? 서포트를 그 만큼 받을 수 없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 뒤로 내가 대학에 붙은 다음에는 아빠가 돌아가셔도 오빠나 내가 둘 다 대학생이어서 과외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으니, 내 앞가림은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동일하다. 어쩌다보니 미국에 반강제로 오게 되어서 구직중인 백수인데, 사실 남편의 수입으로 내가 생활하는 데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만약에 남편이 돈을 벌지 못하게 된다면? (다치거나 아플 수도 있고, 회사에서 짤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바람이 나거나 큰 이슈가 있어서 내가 헤어지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없어서 (내가 돈을 버는 능력을 아예 상실해버려서) 이혼이라는 선택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 


그런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 남자는 이혼하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데, 여지는 이혼하면 경제적으로 가난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엄마 시대와 그 이전 시대의 사람들 중에서는 정말 너무 이혼을 하고 싶었는데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가 없어서 이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내가 앞서 가정한 어떤 것도 실제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을 살면서 어떤 위기도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실제로 주변을 살펴보면 꽤나 이런 저런 이슈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건 사고들은 남의 일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급변하고 험난한 세상에서 믿을 것은 '내가 번 내 돈' 밖에 없는 거 아닐까 싶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당연히 있지만, 돈으로는 꽤나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다.



3. 여가를 달게 만들 필요악

예전에 대학교를 다닐 때 철학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리스 시대 사람들은 여가를 아주 중요시했지만, 여가를 더 달게 즐기기 위해 노동을 꼭 해야 된다고 여겼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맨날 놀기만 하면 사실 별로 재미가 없다. 일을 하다가 놀아야 훨씬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맨날 맛있는 것을 먹으면 별로 감흥이 없다. 가끔 먹으면 정말 더 맛있는 것 같다. (술도 가끔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물론 가끔 마시면 봉인해제된 것처럼 폭주하게 되서 다음 날에 끔찍한 숙취로 고생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놀다가 일을 하게 되면 좀 재밌는 느낌도 든다. 물론 그 느낌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 비슷하게 학생들도 느낄 때가 있을 것 같다. 계속 놀다가 공부하면 갑자기 공부하는게 재밌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달디단 여가를 더 달게 하기 위한 필요악이 노동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어서 조금 길어지게 되었다. 

바쁘게 사는 직장인들도 "왜 나는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을 듯 싶다.

(물론 곰곰히 생각하다가 '에라 모르겠고 내일 출근해야 되네'라고 결론이 나기 쉬울 것이다. 그래도 생각해보는 시도를 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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