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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매니저 Nov 20. 2023

CSM이라는 직무가 있어

B2B SaaS에서 CSM이 하는 일

첫 글로 어떤 걸 써볼까 하다가,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인 “IT업계에서 B2B 솔루션의 CSM/CXM이라는 업무”에 대해 먼저 써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같은 직무를 하는 분들끼리 모인 자리가 있었는데, 어떤 분이 말씀해주셨던 게 참 인상적이었다. 

“소개팅 가서 무슨 일 하는지 말하기가 힘들다” “우리 엄마도 내가 그냥 다산 콜센터 같은 데서 일하는 줄 안다”


다들 빵 터졌다.

사실 내 짝꿍이랑 우리 가족들도 내가 무슨일을 하는 지 정확히 모를 것이다. 


2020년 2월에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CSM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이 순간은 2023년 11월이니 만으로 약 3년 9개월 정도 이 업무를 한 셈이다. 그 전에도 관련된 일을 했냐고 하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IT에 들어오기 직전의 직장은 IT 업계는 전혀 아니었지만, B2B로 고객사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긴 했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인해서 이 업계에 들어오고 이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커리어는 이 쪽으로 계속 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CSM이라는 업무는 대중적인 것은 아니다 보니,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마치 소개팅에서 무슨 일 하는지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래서 이번 첫 글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정리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처음 이 직무를 시작하였을 때, 이 직무 관련한 정보를 열심히 탐색해 봤는데, 한국어로 된 정보는 거의 없고, 거의 다 영어로 되어있어서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CSM은 Customer Success Manager의 약자로 한국어로 단순 번역을 하면 ‘고객 성공 매니저’이다. 회사마다 사용하는 이름은 다를 수 있는데, CXM (Customer Experience Manager), Solution Consultant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CSM은 정말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고객의 성공을 도와주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하다. 고객 성공 매니저가 지원하는 ‘성공’이 어떤 건지 먼저 정의해볼 수 있다.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좁은 의미로 해석하였을 때,  ‘성공’은 우리 회사가 제공하고 있는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이 이 솔루션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 봤을 때, 단순히 툴을 다루는 것에 익숙해져서 수월하게 다루는 것 뿐만 아니라, 이 툴을 활용해서 고객이 목표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처음 시작할 때 정확하게 어떤 것을 이루고 싶은지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며, 툴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로 인해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수 있고, 그러한 경우에는 툴과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고객이 성공을 맛보게 된다면 만족을 하고 재계약을 하거나 계속 구독을 하게 된다.


결국 CSM이 하는 역할은 “고객의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연결된다.


회사에 따라서 CSM은 운영팀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고객사를 상대하는 CS (Customer Service) 업무도 진행하긴 하지만, 단순히 운영과 CS 업무만을 해서는 고객 성공을 달성하기 어렵고, 그래서 CSM은 굉장히 많은 업무를 수행해야 된다. 천세희 대표님이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는데 CXM을 하면서 “개발과 디자인 빼고 다 하는 정말 잡스러운, 잡스다운 사람이었다”고 했다. 정말 잡다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구체적인 업무는 회사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래 4가지 업무를 하게 된다.



1. 고객사 온보딩 및 문의 응대

규모가 어느 정도 있고 대내외적으로 한 번 교통정리가 된 회사의 경우, CSM은 주로 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정말 쉬운 솔루션이 아닌 이상 (그리고 만약 정말 쉬운 솔루션이라면 - 노션, 슬랙 등 - 사실 CSM이 필요가 없습니다) 온보딩은 필수적으로 진행이 된다. 온보딩 교육의 횟수, 시간, 내용 등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진행을 하면 된다. 


CSM의 리소스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영역은 아무래도 문의 응대이다. 사실 제품이 완전하다면 문의가 들어올 일이 별로 없고, 그런 회사의 경우 CSM의 역할은 주로 재계약, 업셀링과 같은 어카운트 관리 및 세일즈적인 측면에 집중이 되고, CSM 한 명당 담당할 수 있는 고객사의 수도 많아진다. 하지만 완전한 제품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들이 많으며, 문의량은 많으며 그 문의는 여러 원인으로 들어오게 된다. 


(1) 사용성이 좋지 않아서 (=어려워서) 하나씩 다 알려줘야 하거나

(2) 오류가 많아서라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1)의 경우는 참고 자료를 보완하거나 교육을 통해서 고객사를 학습시키는 방법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품의 사용 용이성이 증대되어야 효율적인 리소스 관리가 가능하게 된다. (2) 오류가 많은 경우는 3번에서 이어서 설명하겠다.



2. 기획에 VOC 전달

고객사들과 직접 소통하는 직무이다 보니, 어떤 부분이 불편하다, 이런 기능은 왜 안 되는 것이냐 등의 피드백을 가장 먼저 듣게 된다. 


이러한 고객의 소리는 생각보다 중요하다. 물론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불만이 있어도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고객이 있다. 표출되는 의견이 모든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표출되는 의견들이 공급자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굉장히 중요한 부분에 대한 내용이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라면 제품에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기획자들은 CSM의 의견을 통하거나 직접 고객사 인터뷰를 해서 듣는 정보에 한정하지 않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기획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하며, 데이터만 봐서는 안 되고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도 필요하다.


고객의 소리를 기획에 전달하는 경우는 아래 두 가지가 있다. 

(버그나 오류 관련된 부분은 기획이 아니라 개발에 전달을 해야 되는 부분이다!)


(1) 이미 존재하는 기능의 개선

(2) 존재하지 않는 기능의 개발


이러니 저러니해도 고객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왜 더 이상 쓰지 않는지에 대한 부분은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CSM이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내부에 공유하는 것이 제품의 발전과 회사의 성장에 아주 중요하다.


(다른 글에서 공유하겠지만, 이렇게 공유하였을 때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문화에 따라 정말 다르고, 그 문화로 인해 제품과 회사의 발전이 달라진다.)



3. 개발 관련 버그잡이

저희끼리는 “버그잡이”라는 말을 하는데, QA팀이 없는 경우는 정말 QA팀처럼 하게 되지만 (물론 그런 경우는 개발팀에서 QA도 겸하긴 한다), QA팀이 버젓히 존재한다고 하여도 제품을 실제로 가장 많이 사용하여서 오류를 직접 많이 찾아내기도 하고, 고객사측에서 발견한 버그가 진짜 버그인지 확인하고 내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솔루션 회사는 시장의 기대와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기능을 출시하게 된다.  QA 팀에서 출시 전에 테스트를 해보더라도 실제 배포된 뒤 사용하게 되면 많은 오류들이 발견된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일단 출시한 다음에 오류를 수정하자는 입장도 있다. 많이 쓰게 해야 오류를 잡아서 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출시 전에 충분한 QA가 없으면 출시 후에 모두 다 괴로워지겠죠?


오류에 대한 체크 및 내부 소통 업무는 꽤나 업무에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오류가 최소화되는 것이다. 



4. 각종 문서 / 자료 제작

1번의 업무를 하면서 연장선상으로 온보딩을 위한 자료, FAQ, 레퍼런스 자료 등을 제작을 하게 된다. 회사 내에서 솔루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고객들이 원하는 바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CSM이기 때문이다. 기획이나 콘텐츠 담당자들이 작성해주는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고객들이 원하는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그 외에 회사의 조직 구성에 따라서 아래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5. 신규 세일즈

세일즈팀이 별도로 없는 경우는 세일즈도 겸하는 경우가 있다. 신규 세일즈가 된 이후에 해당 고객사를 담당하여 관리하게 된다. 보통 일정 이상으로 조직이 커지면 세일즈는 별도로 존재하여 CSM은 운영에만 집중하게 된다.


6. 재계약

CSM은 신규 세일즈보다 재계약을 담당하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이 역시 회사에 따라서 세일즈가 진행하는 경우가 있고, AM (Account Manager)이라는 재계약과 업셀링의 업무를 전담하는 롤이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세일즈 매니저가 계약을 해왔고, B라는 CSM 담당자가 운영을 담당하였을 때, 재계약이 돌아오면 A가 재계약을 진행하게 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B가 진행하게 하는 경우가 있고, 아니면 AM인 C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마다 구조가 달라서,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는지를 들어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이번 글에서는 CSM이 무엇이고 하는 업무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설명해봤다. 

첫 글이라서 분량 조절에 좀 실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차차 나아지겠지 싶다.

(브런치 작가도 선정된지 꽤 되었는데 계속 미루고 글도 안 써서, 뭐라도 정리해서 쓰자는 마음이 더 컸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CSM 업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 정리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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