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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 매니저 Nov 02. 2024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 것

스타트업에 맞는 사람의 특징

8년 정도의 직장 경력 중에서 최근 5년은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와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면서 확실히 두 조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외국계 회사와 한국 회사의 차이도 피부로 많이 느꼈다. 이 부분은 다른 글에서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불안정한 조직이다.


PMF (Product Market Fit)을 찾지 못한 아이템들을 전전하고, 

BEP (Break Even Point,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투자자를 찾아 헤매고,

투자를 받기 위해 발버둥치고,

투자를 받아도 성과를 보여줘야 해서 전전긍긍하고,

조직 구성원들은 자주 바뀌는 그런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포인트들이 많다. (내가 왜 최근 5년 동안 스타트업에서 일했겠는가)


가장 좋은 점은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업무를 많은 권한을 가지고 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항상 인력에 허덕이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맡을 수 있고,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젝트 전체를 끌고 가면 더 성취감이 느껴지고 이게 다른 상황에서도 내가 비슷하게 해낼 수 있겠다는 느낌과 실력이 붙게 된다.

그리고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구성원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한 인력이다. (내가 되게 귀한 인력이 된 느낌을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다) 

내가 하는 일들이 임팩트를 주는 게 눈에 보이고,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게 되면 아무래도 재미있다고 느끼게 된다.


다만 제대로 된 상사나 선배가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만약 사회 초년생이라면 아예 처음부터 실무에 내동댕이쳐져서 우당탕탕하면서 일하는 스타트업 환경보다는 상사나 선배가 갖춰져 있는 회사 (대기업, 중견 기업, 규모가 있는 스타트업 등)에서 1-2년은 일을 하고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스타트업이 잘 맞는 사람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은 다음과 같다.


<스타트업이 잘 맞는 사람>

-변화하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 (안정된 상황이 답답하고 노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 부속품처럼 일을 하기 싫은 사람 (명확하기 구분된 업무에서 자신의 몫만을 수행하는 것이 재미 없는 사람)

-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해보고 싶은 사람

- 높은 직급의 타이틀을 빠르게 달고 싶은 사람

- 향후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



<스타트업이 잘 맞지 않는 사람>

- 안정을 좋아하는 사람 (회사가 성장하는 걸 보는 것보다 망하는 게 싫은 사람, 경제적으로 안정이 중요한 사람)

- 명확한 R&R을 좋아하는 사람

- 체계가 갖춰진 것을 좋아하는 사람

- 회사의 이름이 중요한 사람


스타트업이든 스타트업이 아니든 본인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라고 연봉이 항상 적고 스타트업이 아닌 기업이라고 연봉이 항상 많은 것도 아니다.

평균적으로는 그러한 경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들도 얼마든지 있다. 


본인이 어떤 화분에서 잘 꽃 피울 수 있는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다. 

나도 대학생 때 첫 취준을 할 때에는 정말 대기업에 너무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지금 생각하면 다행이다) 대기업은 붙지 못했다. 의도치 않았지만 여러 형태의 회사를 다니게 되었는데 (중견 기업, 해외 근무, 외국계 기업, 스타트업), 덕분에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나에게 맞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현재 있는 자리가 너무 힘든 사람이 있다면, 내가 적응을 못해서 문제인거 같다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커리어 관련된 여러 아티클을 읽다보니 여러 좋은 비유를 알게 되었다.

동그라미만 있는 세상에서는 세모가 문제가 되지만, 세모만 있는 세상으로 가면 세모는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세모가 동그라미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어렵다면 세모의 세상을 찾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동그라미 세상에 적응을 못해서 떠난다는 것이 실패이고 패배한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대기업만을 바라며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없듯이,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다.

어떤 곳에서 어떤 기회로 내가 어떻게 일하냐에 따라서 커리어는 정말 다양하게 뻗어갈 수 있고, 그게 인생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죽기 직전까지는 결코 한 사람의 인생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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