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글이 그렇겠지만 사람에 따라서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여 주세요!)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첫 직장이 평생을 좌우한다"
나는 2014년에 첫 직장에 입사를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경험에 따르면 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아주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않겠지만 (스티브 잡스가 말했듯이 모든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는 것처럼) 저 말을 신경쓰면서 첫 직장으로는 '아무 곳이나 갈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완벽한 첫 직장을 찾고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해보자면, 나는 저 말을 아주 싫어한다. 첫 직장을 좋은 곳으로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냐. 안 뽑아주니까 결국 갈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지. 참나. 진짜 저런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물론 좋은 곳을 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본인이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본인의 적성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로 이해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일을 해 본 경험도 없는데 뭐가 나한테 맞는지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취업은 쉽지 않다. 물론 취업이 쉬운 아주 소수의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과거에도 취업이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취업한 회사라고 낙원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슬프다.
어떤 직장의 어떤 직무에 지원하느냐는 마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전공을 선택하는 순간과 같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라떼에는 그냥 엄청 공부를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이 중요하지,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볼 기회는 없다. 뭘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을 체험해봐야 하는데, 입시생에게 다양한 것을 체험할 시간 따위는 없다. 공부만 하기에도 바쁜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적당히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취업 역시 비슷한 것 같다. 처음부터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잘 생각해서 전공도 하고 동아리나 대외 활동도 해서 직장과 직무를 선택하면 좋겠지만, 보통은 허겁지겁 살다가 아주 여러 군데를 지원한 다음에 (내 전공을 우대해주는 곳이나 아니면 전공 무관인 곳 둘 중 하나) 내가 갈 수 있는 곳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30대가 되면 완전히 새로운 업종이나 직무로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수 있다. 특히 한 10년 정도 특정한 분야나 직무에서 경력을 쌓았다면 시장에서 꽤나 잘 팔리는 상태가 될 텐데, 그걸 버리고 아예 새로운 걸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제는 100세 시대이기 때문에 30대 아니 40대와 50대가 되어서도 새로운 걸 하기에는 늦은 나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첫 직장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학교 전공을 영어교육과를 나왔는데, 첫 직장으로는 전공을 살려서 영어 수험서 교재를 만드는 곳에서 교재 개발 연구원으로 일을 했다. (다른 회사들도 많이 지원을 했는데 잘 안 되었고, 의도치 않게 전공을 살리니 취업에 성공했다.) 그 다음 커리어들도 영어 교재 만드는 일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해당 회사에 다녔던 시간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 뒤에 했던 일들 중에서 꽤나 도움이 된 적이 많았다. 지금 글을 쓰는 일도 만약 교정 교열을 빡세게 봐서 써야 한다면 진짜 기깔나게 잘 할 자신도 있다.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는 업계나 직무를 바꿔도 크게 커리어가 나락을 가거나 하지 않는다. 첫 직장으로 좋은 회사를 가고 싶어서 취준만 몇 년씩 하는 것보다, 중소기업에 짧게라도 일해보는 경험은 굉장히 값진 것이다. 좋은 환경일지 나쁜 환경일지 모르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사회 생활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일이라는 것을 해보면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직접 부딪히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