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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뉘 Jan 14. 2024

다름으로 다름을 이해하다

우리의 유사점을 공유하고 차이점을 축하하라

남호주의 수도치곤 너무도 조용하고 작은 도시.

호주에서 유일하게 영국 범죄자들의 유배지가 아닌 유럽의 자유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 

호주에서 와이너리가 가장 많이 있는 곳. 

호주의 도시중 열린 공간이 가장 많은 도시. 

시민들의 환경보호 의식이 높은 곳. 그래서 무분별한 개발을 거부하는 곳. 그래서 변화가 없는 곳.

국제적인 예술 festival이 일 년에 두 번이나 열리는 곳. 그래서 축제의 도시라 불리는 곳. 

하지만 그 거창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호주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 

직업도 많이 없고, 이민자도 많이 없고, 한국인은 더더욱이 찾아보기 힘든. 

하지만, 저렴한 주택 가격 덕에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도시.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애들레이드이다...


누가 그랬던가 외국에 살면 애국자가 된다고. 고작해야 4천 명 남짓한 한국 이민자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너무도 낮다. 그래서 나의 15년 이민생활은 밥상머리 교육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원들과의 저녁 회식은 한국 숯불 바비큐 혹은 치킨. 점심은 만두집, 주말 친구들과의 약속은 우리 집에서의 한국음식 시식 등. 나의 믿음은 하나, 한국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미래 한국의 영향력을 늘려가는 것.


하지만 그에 앞서 중요한 것은, 그 어느 문화도 우월한 것이 없으며 단지 다를 뿐이 다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스스로 문화의 차이를 분명히 인식하되, 그 차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진정한 밥상머리 교육이 된다.


문화란, 특정한 그룹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만들어진 행동 방식, 믿음, 규범과 같은 것이다. 비록 짧지만, 내바라본 문화의 차이점은 이렇다.


호주의 문화는 한국문화와 아주 다르고, 미국과도 다르며, 또한 영국과도 다르다. 영연방 국가의 하나로서 영국의 문화와 아주 흡사한 듯 하지만, 그보다 훨씬 케쥬얼 하고 relax 한 편이다. 아마도 사계절 없이 연중 따듯한 날씨적인 영향도 한몫을 하는 듯하고, 특별히 전쟁을 겪지 않은 순조로운 역사, 그리고 이제 100년 남짓한 짧은 역사의 영향인 듯하다. 물론 원주민의 역사는 5만 년이 넘지만.


한때 친했던 미국분의 말이 기억난다.  호주 문화를 Tall poppy syndrome에 비유했다. 이것은 키가 큰 양귀비들을 잘라낸다는 뜻으로,  죄인의 유배지로 시작했던 호주인들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컴플랙스로,  아주 잘난 사람들을 은근히 경계하는 문화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단순히 콤플렉스를 뛰어넘어, 일종의 동료의식 (mateship)으로 발전된듯하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으며, 이것은 교육시스템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면, 뛰어난 상위의 10%에 초 집중하는 한국과 미국과 달리, 하위의 10%에게도 투자와 집중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 수업은 그룹과제와 그룹 활동이 많은 편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사회의 보장제도를 통해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편이다. 자연 또한 인간이 지배해야 하거나 소비해야 할 대상이 아닌, 돌보고 관리하여 다음 세대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이해하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물론 지하자원이 국가의 큰 수입을 차지하기에, 호주 역시 경제 성장을 위해, 심한 환경피해를 만들어 온 것은 사실이며, 광산과 원유회사들의 정치 로비는 다른 국가들만큼이나 늘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다만 시민들의 참여와 힘이 사회와 정치의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공공의 이익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인지 사회, 정치의 투명성과 성숙한 시민문화가 비교적 잘 자리 잡혀 있는 편이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 평등성, 정치의 투명함 그리고 긴장감 없는 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분명 호주라는 나라가 아주 이상적이고 매력적인 나라로 비추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문화에는 양면이 있듯,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깊은 철학과 역사, 문화의 부재를 보게 된다. 그리고 효율적이지 못한 생산성과 심각한 개인주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개인주의 속에서 지독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한국의 문화는 관계중심의 문화이다. 때론 지나친 관심과 배려로 인해 상처를 주고받을 때도 많이 있지만,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며 살아가기에 필요한 배려심을 키우는데 분명 도움이 되며, 성숙한 사회에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에 한국인으로 귀화하신 한 스님께서 말하셨다. 한국인의 정은, 세상 어느 국가에서 찾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인데 정작 한국인들만 그것을 모른다고. 이러한 한국의 정이 좋아 한국 사람, 한국 문화를 찾는 현지인들도 점점 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성과 같은 것이라고.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인의 아름다움은, 뚜렷한 4계의 아름다움처럼 아주 독창적이다. 영리한 머리, 뜨거운 가슴, 따듯한 정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 깊은 철학과 섬세한 문화. 이러한 한국인의 역량과 재능과 탁월함은, 늘 세계를 놀라게 한다. 특별히 예술, 문화, 과학분야에서 보여주는 창의력,  산업분야에서 보여주는 순발력, 판단력, 혁신성, 그리고 디테일한 관리능력.  나는 이러한 개개인의 탁월함이, 우리 사회 속에서 국가 속에서 조화가 되고 아름다운 파트너십으로 성장할 때,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서 엄청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오늘도 서적과 인터넷을 뒤지며, 세계 속의 한국인들을 알아간다. 일제 강정기 속에 독립운동을 하다, 홀로 독일로 유배되어 평생을 한국을 알리다, 세계적인 문학가가 된 이미륵 선생님. 전쟁 후 사막화를 선고받은 한반도의 땅에, 삼림의 기적을 이루어낸 현신규 박사님,  미국도 떨게 한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님. 전세 계속에 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한,  세계적인 반도체 발명가 강대원 박사님. 사라지지 않는 열정, 세계의 소프라노 조수미 선생님,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생태학과 통섭의 리더 최재천 교수님., Australia’s got talent에서 Euro vision에서 스타가 된 임다미 님, K-Pop으로 세계의 무대 속에 선 BTS 등… 이들은 모두 나의 영웅이며 가족이다. 감사한다 당신들의 희생과 노고에.


그 피땀을 이어가고자, 한국의 인지도가 낮은 이 작은 남호주의 아들레 레이드에, 한국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해마다 열리는 AZ Asia festival은, 애들레이드의 인구가 모두 모일만큼 큰 연중행사고, 전 세계에서 여행객들의 발길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이 국제적인 야외무대 위에서 한국의 가락을 울렸던 멋진 가야금팀의 감동을 기억한다. 김치 시연회를 통해 만들었던 김치는, 모두 현지인들에게 팔려 동이 났다.  한복을 입고 직접 만든 하회탈과 청사초롱을 들고, 마지막 밤 축제 장을 돌았을 때, 온 청중들의 눈은 한국의 미에 홀린 채 찬사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는 그날 지역 라디오 방송에 초청되어, 한국의 전통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 행사는 단지 5명의  이민자와 6명의 유학생들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곳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한국을 기억한다.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는 우리의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을 소망하고 믿는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이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약간의 조율이다.  우리의  거대한 유산을 소중히 간직하고 지키되,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건강한 울타리.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뛰어넘은, 성숙한 공동체 의식. 그 성숙한 하나 됨이 사회 속에 퍼져 나갈 때, 우리의  DNA 속에 들어 있는, 한민족의 뛰어남과 독창성은, 우리 사회의 성장을 뛰어넘어 세계를 주도하는 엄청한 미래의 힘이 될 줄을 믿는다.

 

“Share our similarities, celebrate our differences.”

우리의 유사점을 공유하고 차이점을 축하하라

 – M. Scott P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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