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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Feb 08. 2024

진주 졸업식

칼럼 다시 읽기 (2018.2.12)

 진주 졸업식


 박자 감각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나이지만 그래도 2월이면 간혹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다.


“빛나는 졸업장을 받은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중략)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중략)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


 아마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바로 졸업 노래다. 이 노래 가사 중 필자는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라는 부분을 특히 좋아한다. 많은 것을 잊거나 잃어버리고 살지만, 이 부분을 부르며 혼자 코끝을 찡해하던 국민학교 졸업식 모습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때 감정을 온전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린 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의 의미가 정말 크게 다가왔었다. 어쩌면 그때의 추억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지금은 영화 속에나 나옴직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감동을 죽이는 사회이어서 그런지 지금의 졸업식에서는 감동을 전혀 찾을 수 없다. 감동은 고사하고 사람들의 눈살만 찌푸리게 만드는 졸업식은 졸업생들은 물론 학부모, 교사들에게도 형식적인 행사가 되어버렸다. 노래의 가사에 나오는 빛나는 졸업장이 사라진 현대판 졸업식, 참 씁쓸하다.  


 졸업의 의미가 사라지면서 학교의 의미도 사라지기 시작했다면 너무 과할까.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결코 과하지 않다. 왜냐하면 졸업식이 의미를 잃는다는 것은 곧 졸업의 가장 큰 의미인 감사함과 희망이 학교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졸업을 하면서 교사와 학교에 감사함을 느끼는 학생과 학부모가 과연 얼마나 될까?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졸업한다고 아쉬워하는 교사는 또 얼마나 될까? 감사와 희망의 마음은 감동을 낳고, 그 감동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눈물로 전달이 되어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던 졸업식. 그런 졸업식이 있던 시절의 학교는 참 따뜻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는 지난주 포항에 있는 한 중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마치 위쪽에서 내려온 사람들에게 주인 자리를 빼앗겨버린 동계 올림픽 같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전교생이 참석한 졸업식은 보기 어렵게 되었다. 도시의 큰 학교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 하다. 내가 참석한 졸업식 또한 마찬가지였다. 졸업식 장에서 재학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졸업생들의 모습에서 서운함이나 아쉬움, 감사함 같은 것은 더 찾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교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식이 진행되는 도중에 같은 학교 교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손님처럼 어슬렁거리면서 가장자리에서 졸업식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어휴, 애들은 빨리 집에 보내는 게 상책이야.” 구경꾼이 된 교사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 교사라는 것이 부끄러웠다.


 ◯◯◯중학교에도 지난주 졸업식이 있었다. 물론 전교생이 다 참석한 졸업식이었다. 식순 중 졸업생이 부모님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는 순수가 있었다. 감사장은 학생이 직접 작성하고, 또 직접 낭독하고, 그리고 부모님께 직접 전달하였다. 학생들은 감사장의 첫 글자를 읽기도 전에 목이 잠겼다. 감사장을 낭독하는 내내 학생과 부모님의 눈에는 진주보다 더 영롱한 눈물이 흘렀다.


 삭막해져만 가는 졸업식이 졸업의 참 의미를 되찾는 진주 졸업식으로 바뀌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한 학생의 감사장을 소개한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힘들 때마다 저를 위해 밤을 새우시고 저의 옆을 지켜주셨습니다. 항상 저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실 수밖에 없으셨던 어머니,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의 어머니가 되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제가 가진 것에 감사하며 잘 살겠습니다. 위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키기 위해 부모님께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 경북매일신문 2018.2.12. 연재 칼럼


<2024.2.8 오늘 생각>

오늘도 졸업식 있습니다.

오늘은 졸업생들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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