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영화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한평생 잊지 못했고, 잊지 못한 것을 벌로 알아온 지난 날을 마무리한 뒤, 잊지 못할 앞날을 긍정하는 단호한 마음으로.
잊지 못할 기억에 대한 주저없는 단 하나의 확신. 그리고 그를 표현해내는 완벽한 엔딩. 짙고 길었던 여운을 단숨에 거둬들이는 단단함. 스크린 속에서 만난 가장 단단한 마침표. 겨울의 끝, 새 봄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부 소진한 후에도 혀 끝에 대롱 매달려있는 것만 같은 잔여의 언어를 발견할 때 우리는 추신을 쓴다. 아무리 말하고 써도 뭔가가 더 남은 것만 같은 잉여의 느낌. 해도 해도 부족한 것 같은 발화, 토해내고 비워내도 차오르는 마음. 추신에는 가장 마지막 꺼풀이 벗겨진 민낯(에 가까운) 마음이 담긴다.
쥰의 꿈에도, 윤희의 꿈에도 서로가 있다. 멀찍이 떨어진 현실의 공간에서 서로가 없는 채로 계속될 현실의 생. 그리움의 꿈은 아마도 그만큼 영원히 지속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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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가 징벌의 삶에서 벗어남에 따라 주변 이들의 얼굴에도 서서히 미소가 떠오른다. 그게 윤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든 아니든 간에 윤희가 점차 웃음을 되찾는 것과 윤희의 주변 인물들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서사가 서로 맞물리는 점이 가장 인상깊다. 결국 나아지기 위해선 함께 가야 한다.
기억과 감정은 눈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다. 언제쯤 그치나 주문을 외워봐도 한바탕 다 쏟아지기 전까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치우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잊을 만하면 돌아와 다시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다. 영원은 그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