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좋은 표현이 아니다.
운전이 서툰 여성운전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니 말이다.
누구라도 초보운전자였던 시기를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평균적으로 공간감각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데다 운동신경이 둔화될 즈음인 중년에 운전을 시작한 여성에 대해 굳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도로 위 방해꾼으로 표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해심 한 조각을 선물하고 싶다.
나는 1998년도에 면허를 따고 바로 그 당시 인기를 끌던 빨간 아토즈의 운전자가 되었다.
그 후 계속 내차를 가지고 운전해 왔고 무사고이다.
다른 일에는 속전속결을 지향하지만 운전은 서두르지 않는다.
아마 겁이 많은 성격이라 방어운전 스타일로 (차간 간격, 속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부하건대 양보도 잘해준다.
어지간한 얌체가 아닌 이상 끼어들기도 관대하다.
아침마다 아이를 학교 근처에 내려주고 돌아 나오는 골목에서도 큰길에서 회전하여 들어오는 차를 생각하여 차머리를 들이대고 신호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남편에게도 늘 끼어들기에 예민할 거 없다고 말하곤 한다.
오늘 아침도 골목에서 매너 있게 회전차를 배려하고
큰 도로를 지나가던 중 신호를 받았다.
구청과 학교 앞이라 출근시간에는 늘 차가 많은 곳이다.
차 꼬리가 길고 신호를 따라가다 보니 횡단보도에 내차가 걸치고 말았다.
보행자에게 미안하고 눈치 보이는 상황이다.
횡단보도를 피해 뒤로 빼고 싶었지만 내 뒤에도 바로 차가 서 있었다.
초록 신호로 바뀌어 내가 보행자를 방해하고 있는 민망한 순간에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고개를 살짝 숙이고 빨리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는데 횡단보도를 지나가던 60대 남성분이 차를 툭치며 입과 눈으로 욕하며 지나갔다.
순간....;; 화가 났다.
물론 보행자를 방해했으니 잘못이다.
그런데 무리하게 가려다 신호를 놓친 것도 아니고 정말 정상운전 중에 일어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진짜 가끔씩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그 아저씨는 구청뒤의 산에 가는 모양으로 등산복에 등산스틱까지 가지고 있었다.
무엇으로 툭 쳤는지 알 수없어 집에 가는 도중 많은 시나리오를 썼다.
만에 하나 차에 조금이라도 흠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블랙박스에 그 아저씨의 모습은 찍혔을 테고
아마도 매일 그 시간쯤 산에 가는 근처 주민일 것이다 하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꼭 만나서 책임을 물으리라....
돌아와 주차를 하고 살펴보니 일단 눈에 보이는 건 없다.
아침 내내 기분이 좋지 않다.
운전자가 만약 남성이었다고 해도 그 아저씨가 그렇게 했을까?
물론 그 아저씨도 기분이 나빴겠지만 아침부터 꼭 그래야만 했을까? 상쾌한 아침바람맞으며 산에 가시는 분 치고는 마음의 여유가 1도 없다.
살다 보면 분노할 일들이 많다.
사회의 정의에 어긋나는 일들에는 화내지 않고 자신의 불편에는 크게 화내는 이웃보다 남이 모르더라도 이웃을 배려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도 손해 보기 싫어하는 어른은 재미가 없다.
오늘 아침 ##구청과 ##고 앞 횡단보도에서 방해를 받으신 분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