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사장에게는 절친한 대학 친구가 있었다.
제이슨사장은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그 학과에서는 대학원생 뿐만 아니라 학부생에게도 연구실에서 실험 조교를 하며 학부 졸업에 시험대신 논문을 제출하는 제도를 병행하고 있었다.
1,2학년 때 그래도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제이슨사장은 군대 졸업 후 3학년에 복학하면서 레이저광학실의 교수님에게 눈에 띄어 학부조교를 하게 되었고, 레이저를 이용해 얇은 박막의 두께를 측정하는 기술에 대한 연구 분야에 참여하게 되었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와이퍼의 두께가 적정하게 코팅되었는지를 측정하는데 사용되는 실용적인 기술이었기 때문에 제이슨사장은 훗날 반도체 분야로 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밤샘을 불사하며 실험에 열심을 보였다.
그러나 레이저광학 실험은 주위의 진동과 소음에 의한 노이즈 때문에 발생하는 실험 오차가 치명적인 관계로 매일 매일의 실험을 밤을 새워가며 진행을 해야 했다.
당연히 힘들고 지쳐가기 시작했고 실험기기에 장착한 측정 대상 박막을 1° 씩 돌려가며 레이저의 빛이 반사되는 양을 측정해야 하는 지루한 일에도 점점 싫증을 느껴가기 시작했다.
그 때 제이슨사장의 머리 속에는 이 실험 전체 과정을 자동화해 보고 싶다는 아이디어가 번뜩였고, 평생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컴퓨터에 설치해 작동하는 자동화 기기 개발에 착수하게 되었다.
하드웨어 제작은 전자학과와 제어학과를 찾아다니고 심지어 자동제어 분야에 있는 선배들을 찾아다니며 수소문을 한 끝에 그럭저럭 만들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었다.
소프트웨어는 단 기간 독학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더우기 일반 응용 프로그램도 아니고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그렇게해서 입력 받은 수치값을 수학적으로 풀어 그래프로 화면 상에 표시까지 해야했기에 S/W 개발 경험이 없는 제이슨사장은 다른 친구의 도움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최고의 전문가는 어의없게도 매일 함께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다니며 친하게 지낸 B라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그렇게까지 컴퓨터를 잘 다루고 소프트웨어도 기가막히게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졸업 논문으로 제출한 것 뿐만 아니라 물리학 학회의 논문 대회에 출품도 할 정도로 주위 사람들의 갈채를 받게 되었다. 두 사람의 협업의 결과물은 정말 멋졌고 그 과정에서 하나씩 불가능했던 일을 만들어 가는 재미와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웍의 맛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쁨과 희열 그 자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가 너무 손발이 잘 맞는 파트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훗날 언젠가 꼭 같이 벤처사업을 해서 빌게이츠나 스티브잡스 같이 멋진 회사를 만들어 보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졸업을 한 후에 각자의 길을 가던 두 사람은 틈틈히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며 각자의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일과 IT 비지니스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업의 꿈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그들은 언젠가는 꼭 같이 사업을 하자고 서로를 격려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좀처럼 사업의 기회는 다가오지 않았고 그렇게 각자는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졸업 후 10년 정도가 흐른 어느날, 두 사람은 오랫만에 다시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동안의 직장생활에 대한 염증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감, 현재 IT 분야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에 대해 밤을 새워 대화를 하던 끝에 둘은 결국 더 이상 기다리거나 늦추지 말고 의기투합하여 사업을 시작해 보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아이템의 선정은 그 후의 일이었고, 일단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발을 먼저 떼고 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꿈에 부풀은 제이슨은 그러나 두 사람이 모두 퇴직을 하고 사업을 벌리기에는 너무나 위험이 있기에 B 친구가 먼저 퇴직을 하고 사무실을 차린 후 함께 사업 거리를 일단 몇 개 수주해서 각자 맡아 진행해 보기로 했다.
B 친구는 그 즉시 직원 2명을 뽑아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테크노마트의 중간 로열 층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고, 직원들에게는 일반적인 나무 책상을 (그러나 고급에 속하는) 사 주고, 본인은 번뜩이는 유리 책상과 멋진 디자인의 의자를 사서 강이 내려다 보이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예전에 학생 시절에는 함께 라면 끓여먹고, 회사 생활 할 때에도 가급적 저렴한 서민 안주에 소주만 같이 먹던 친구가 다소 사치하는 기미를 보이는 것 같아 제이슨은 다소 꺼림직했지만 막 시작하는 입장에 의견 충돌을 내고 의욕을 꺾고 싶지 않아 그 자체를 그대로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며 본인이 맡은 사업은 주말 이틀을 모두 반납하며 헌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첫번째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B 친구는 새로 수주한 사업을 3개월만에 말아먹었고, 그로인해 클레임을 받게 되었는데 오히려 고객이 너무 심한 갑질을 한다며 잘못을 고객 탓으로 돌리더니 한달 여 싸우다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접고야 말았다.
크게 실망한 제이슨은 투자한 수천만원의 돈을 (먹지 않고, 쓰지 않고 모은 피 같은) 몇 달만에 날려 먹은 친구가 황당하기도 하고, 밉기도 했지만 고객 탓에 그렇게 된 것이라는 B 친구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그냥 마음 속에 묻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사업의 첫 삽을 실패로 끝낸 두 사람은 1년 여 각자의 길을 갔다가 어떤 다른 기회로 인해 다시 의기투합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B 친구에게 사업 전권을 맡겨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제이슨은 공동대표 체제로 가기로 하였고, 그렇게 두 사람의 두번째 사업은 시작이 되었다.
이번에는 좀 더 저렴한 사무실에서 겸손하게 시작하였고, 두 사람은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렵게 모아 마련한 전세금을 빼서 월세로 돌리고 그 돈으로 회사의 자본금을 만들어 법인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크게 성공해서 꼭 잘 살게 해 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각자의 배우자들을 어렵게 설득하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사업은 대체로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일감이 몰려 들었고, 개발 용역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 사업으로 야심차게 시작했던 디지털 포토 (그 때 디지털 카메라가 붐을 타기 시작했던 때라 지금의 인스타그램 + 포토북 제작 판매 사업을 시작했었다)도 회원이 급격하게 늘었고, 또 전시회에 출품했던 인연으로 일본의 상장사로부터 투자도 받고 일본 사이트를 만들어 일본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제야 제대로 사업을 해 보는가 싶었고 하루하루가 꿈을 키워가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었다. (물론 일 자체는 힘이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둘은 행복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오래가지 않아 더 크게 불거지기 시작했다.
B 친구는 사치하기 시작했고(첫 사업에서 한강 조망의 사무실에 유리테이블을 살 때 싹수를 알아봤었어야 했다), 여자문제까지 생기며 사업에 대한 집중력을 점점 잃어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여자를 회사의 직원으로 들이고(그냥 후배라고만 소개했으며, 마케팅 전문가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전문과 전혀 관계 없었다), 이후 임원으로 승진시키며 외제차를 리스로 뽑아주고 회사 자금을 빼 내어 전세집을 구해주는 등 난봉질을 하기 시작했다.
B 친구의 눈빛은 여자에게 홀린 상태에서 점점 그 총명함이 흐려져 갔고, 그 외도의 교활한 여인은 B 친구를 꼬드겨 제이슨을 몰아낼 궁리만을 하며 온갖 이간질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기 시작했다.
결국 제이슨과 B 친구는 7년 여 만에 서로 헤어졌고, 제이슨은 어려워진 회사의 채무를 모두 떠 안아주고 지분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창업자금까지 내어주며 B 친구와 그래도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B 친구는 교묘하게 회사의 위험을 모두 떠 안긴 채 자신만의 사업에 자신만만해 하며 인재들과 자금을 빼어 훨훨 날아 떠나갔지만 7년 여간 해 오지 않던 자금과 사업 관리의 스트레스를 처음 겪으며 (그동안 제이슨이 모두 도맡아서 어려운 뒤치닥거리들을 해왔다) 고생을 하다가 결국 뇌혈관이 터져 운명을 달리하고야 말았다.
B 친구는 고혈압이 있었는데도 고집을 부리고 약을 먹지 않았었다. 이 또한 교활한 여인의 꼬임 때문에 약을 먹지 않고 다이어트만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후에 요요현상으로 몸무게와 혈압은 되돌아 갔는데 과음하고 약을 먹지 않는 생활습관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그렇게 어의없이 도와주고도 친구를 잃은 제이슨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B의 사치와 사업 방치로 망가진 회사를 살려내는 일에 결국 실패하고 3년을 버틴 끝에 결국 회사는 부도를 맞고 폐업을 하게 되었다.
동업의 대부분은 재앙의 시작이다!
여러 사람들이 똑 같이 조언들을 한다. 동업은 절대 하면 안된다고..
그런 이야기를 나는 간단히 또 그렇게 하면 될 것을 구지 과거의 이력들을 낱낱히 되뇌여 가며 구구절절 설명을 다시 했다. 왜 그랬을까?
대부분의 동업을 하는 사람들의 과정과 심리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동업을 하고 있거나, 생각하고 있는 독자들께서 정말 철저히 자신의 처지와 동업자에 대해 이 글을 통해 거울 보듯 비춰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동업은 과거에 잘 알고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하게 된다. 모두가 그렇다. 예외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은 안 그래도 자신이 하는 동업은 괜찮을 거라고 장담을 하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그러나 이걸 알아야 한다.
사람은 바뀐다는 것을..
당신의 동업자는 예전에 잘 알던 친구나 동료가 아니다.
그는 당신이 못 보고 지나오던 세월동안 많은 경험을 거치며 변해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독자께서 생각하는 그 때의 그 사람과는 달라져 있다. 그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리고, 동업을 하는 그와 나는 모두 기본적으로 이기적일 수 밖에 없고, 내 잘못이나 내 낭비는 그럴만 해서이지만 상대방의 잘못이나 낭비는 회사에 해악이 되는 것으로 보이며 그 크기도 더 확대되어 더 크게만 보이게 된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바로, "내로남불" 이라는 말이 꼭 들어 맞는 대목이다.
나쁜 사람만 내로남불 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내로남불의 기질이 있다.
그렇기에 동업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럼 나 혼자 모든 걸 꼭 다 해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런 뜻은 아니다. 사업은 절대 혼자 모든 일을 해 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동업자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동업의 개념이 '동일한'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자금을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은 기여가 확실 시 되거나 그걸 감당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창업하는 모든 동업자들의 '수장'이자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그를 따라주는 '팔로워'가 반드시 되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를 감시하고 잘못을 하지 않도록 수정해 주는 '감사'의 역할도 서로 미리 합의하여 문서화 해 놓고 지켜 나가야 한다.
그렇게 조직에 '질서'를 꼭 부여하고 진행해야 하며, 그렇게 질서를 갖춘 동업은 진행을 해도 괜찮다. 아니, 꼭 그런 동업을 해야만 큰 꿈을 만들어 갈 수가 있다.
그러나, 리더가 복수가 되는 즉 너도 대표, 나도 대표라고 하는 형태나 그렇지는 않더라도 최종 의사결정과 투자 지분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고 흐릿하게 (그저 의리나 친분으로 대충 엮은 조직으로는) 만들어 놓은 상태로 시작하는 동업은 스스로 재앙을 불러오는 단초를 만드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리하자면 동업은 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드시 필요하되, 사람을 잘 살펴 리더를 정하고 그 리더가 모든 일에 최종 결정과 책임을 지도록 해야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를 추종해주는 팔로워가 되어주는 '질서'를 확립하고 하는 동업은 해도 된다는 것이다.
다만 동업이라는 사업의 형태는 어찌되었든 항시 폭탄을 잠재적으로 안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 점을 잘 상기하여 가급적 혼자 어렵더라도 개척을 해 나가거나, 훗날 동업자 간의 친분은 잃더라도 서로의 성공은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질서'는 잘 갖추고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에서 오늘의 긴 글을 적어 공유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동업'을 고민하시는 모든 예비 사장님들에게 힌트와 조언이 되었기를 바란다.
경영 상 경험 부족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여 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메일 : jasonconsulting@naver.com
참고글 : https://brunch.co.kr/@jason-hwang/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