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 시즌이 이제야 끝났다.
태국에서는 성탄절이 휴일이 아니어서 교회마다 편한 날짜에 크리스마스 행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성탄 행사에서 연극을 하게 된 딸을 데리고 총 4군데의 성탄 행사를 참여해야 했다.
조용한 아침을 맞이하여 우리 교회 성탄 행사에서 받은 선물인 찻잔 세트를 꺼내어 보았다.
마침 이런 찻잔 세트가 있었으면 했는데 꼭 마음에 드는 선물을 받게 되어서 가장 좋아했던 것이다.
작은 도자기 티포트에 찻잔이 4개가 들어있다.
겉에는 벚꽃인 듯한 꽃들이 새겨서 있어서 꽃을 좋아하는 딱 내 취향인 듯하다.
얼른 차를 우려서 한 잔, 두 잔 조용히 음미해 보았다.
그런데 차를 따르다 보니 문제를 발견했다.
차가 깔끔하게 딱 따라지지 않고 밑으로 줄줄 샌다.
티포트의 입구 부분이 너무 뭉뚱 하게 만들어져서 그런 거 같다.
휴지를 가져 와서 밑에 흐른 차들을 닦고, 또 그것도 안되어 아예 행주를 가져와 티포트 밑에 대 놓아야 했다.
우아하고 고상하게 차를 따라 마시고 싶었는데 밑으로 새는 것 때문에 휴지로 닦아 가면서 마셔야 하다니
차를 마실 기분이 확 깨져버리고 만다.
겉만 봐서는 예쁘고 귀엽게 잘 만들어진 티포트인데 진짜 차를 따라서 마셔보니 문제점이 드러난다.
아무래도 만드는 사람이 예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실질적인 용도를 많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 사회가 어디나 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것, 보기 좋은 것에 치중한 나머지 실질적인 사용에 있어서
뭔가 미흡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것들이 너무 많지 않나?
사람을 볼 때도 화려한 겉모습을 가진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진짜 속내를 알지 못하며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에 나와서 이상형을 얘기할 때 다리가 얇은 사람, 발목이 가는 사람, 손가락이 긴 사람, 키가 큰 사람 등등 외모에 치중된 이상형을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사람의 다리가 두꺼워지면 싫어질 건가?
그 사람의 발목에 살이 쪄서 두꺼워지면 싫어진다는 것인가?
또 키가 크고 외모가 화려한 사람이면 성격이 더러워도 괜찮다는 건가?
진짜 연인으로서 함께 해 나가려면 정말 중요한 것은 성품이 아닐까?
겉모습에 치중한 나머지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겉은 화려할지라도 차가 줄줄 새는 이 티포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