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 사람의 기대와 정 반대의 반응을 해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기대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서 YES라는 대답을 들을 것을 기대한다.
그런데 내가 하는 NO가 그 기대감을 와장창 깨트려야 한다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누구나 피하고 싶은 부분 일 것이다.
내 삶에도 몇 번이나 나의 기대감들을 깨트리는 NO를 들어야 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일본의 한 학교와 자매결연이 맺어져 있어서
몇 학생들은 고 1 때부터 일본어를 준비해서 일본의 학교에 가서 고등학교 과정 공부를 할 수 있었다.
2학년 때쯤이었나?
일본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 유학을 포기한 사람이 생겼고
새로운 신청자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어학 쪽에 관심이 많고 재능이 있었던 나는 그 소식이 반가웠다.
이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엄마에게 일본 유학을 보내달라고 얘기를 꺼내 보았다.
엄마는 바로 여러 가지 안 되는 이유들을 늘어놓으신다.
특히 큰 이유는 너무 비싼 물가!
"거기 가면 라면 한 봉지가 5천 원 값 이래. 그 돈을 어떻게 대주니?"
결국에 우리 사정으로는 일본 유학을 서포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어머니의 이유였다.
나는 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서 일본 유학에 대한 생각을 접었지만
풍족하지 못한 우리 집의 상황이 씁쓸했다.
그런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NO라고 말해준 엄마에게 감사하다.
고 2 때의 나는 혼자서 말이 안 통하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살기에는 너무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주변 정리도 잘 못하고
밥도 혼자서 잘 챙겨 먹지 못했고
건강이나 안전에 대한 관리를 혼자 할 수 있는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줏대도 없고 정확한 삶의 기준도 아직 자리 잡히지 않아서
사람들의 꼬임에 쉽게 넘어갈 어린아이였다.
만약 내가 혼자서 일본에 공부를 하러 갔다면 아직 정체성이 불확실했던 나의 삶은 망가지기 딱 좋았을 듯..
이제는 철이든 걸까?
NO라고 말해준 엄마와 상황들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NO라는 대답을 듣고 속상하고 쓰라린 기억이 있다면 한번 되짚어 봐도 좋을 듯하다.
내 삶에 NO라고 말해준 이들에게 감사한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