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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영양사 Jan 14. 2023

다이어트의 배신

결핍 그리고 과잉의 시대, 나는 내 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나?

正道

다이어트(diet)는 말 그대로 식이조절이다. 건강한 식사습관을 말한다.

 살을 빼는 것만 다이어트가 아닌데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살 빼는 방법을 다이어트란 말로 퉁치는 것, 건강하기 위한 식습관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삐까뻔쩍한 사진 몇 장 남기기 위해 내 몸을 기아상태(내 몸은 그렇게 인식한다)로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세상.


TV를 켜고,  각종 SNS를 켜면 다이어트 광고를 안 보기가 힘들 정도로 쏟아진다.

다이어트 보조식품과 건강기능식품, 심지어 유산균까지 다이어트 보조제로 광고하는 마당에 단순히 귀가 얇아서 내 소중한 지갑을 여는 것이라고만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나도 살면서 이런저런 다이어트를 해보았다. 두 번의 출산을 경험했고 각각 19kg, 23kg를 내 몸에 붙였다 떼어봤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지만 다이어트라고 정도(正道)만 걸었겠는가??

여러 번의 속임(?)을 당하고서야 결국엔 한 가지의 정도(正道)만이 출산 후의 불어난 내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유일한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2주 만에 -6kg 보장“

수많은 사람들의 리뷰 사진은 마치 이 걸 먹으면(혹은 마시면) 나도 긁지 않은 복권일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식약처에 등록을 했다는 둥, 논문을 들먹이는 둥…세상에 좋은 말은 다 같다 붙여놓은 제품들은 결국 체지방을 빼주는 게 아니다. 수많은 리뷰는 단기적인 체중 감소가 체지방이 빠졌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제품을 공짜로 제공받은(일종의 계약으로 맺어진) 사람들의 글과 사진들의 상위노출 목록일 뿐이다.

속임을 당하는 쪽(내돈내산)은 효과가 없다 하더라도 리뷰를 남기지 않고, 조용히 또 다른 곳에서 또 지갑을 여는 shy consumer일 뿐이다.

몰라도 당하고, 알아도 당하는 다이어트란 이름의 숙명.

언제까지 상업적인 다이어트 장사치들에게 이용당할 것인가? 뭘 먹고 빼는 다이어트 이제 그만해야 한다.

수분이든 근육이든 상관없이 체중만 단기간에 빼면 되는 것인지, 장기간 야금야금 체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늘릴 것인지 선택해야 된다. 전자라면 계속 다이어트 식품을 검색해야 할 것이고, 후자라면 결국 건강한 식사와 꾸준한 운동을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正道





正正道道正道




 다이어트의 반복은 우리 몸에 흔적을 남기고

(테이의 '사랑은 흔적을 남기고' 패러디쯤)



 우리 몸이 영양적으로 비상상태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장기간 천천히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그 상태를 최소 6개월 이상 지속했을 때 '성공적인 다이어트'라는 훈장을 달 수 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것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몸에 흔적을 남기게 된다.


설탕이 다이어트의 적이라며 대체감미료를 넣은 제품들을 먹고 마시는 동안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달달하고 맛있는데 살도 빠지고, 몸에 좋은 건 에덴동산에 가도 없지 않을까? 그런데 인간 세상엔 선악과가 널렸다.

 우리 몸은 달달한 게 들어오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후 인슐린이 분비되어 당을 체세포에 집어넣는(에너지를 낼 원료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거나 저장하는)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다. 그런데 달달한 게 우리 입에 들어와서 뇌가 인식을 했는데 혈당은 올라가지 않는다? 우리 몸은 탑재되어 있는 시스템을 작동할 준비가 되었는데 오류가 생기게 된다.




"give me the money!!"

"혈당 올릴 것들을 입에 넣으라고"  

뇌는 혈당을 올릴 무엇들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우리 몸은 뇌의 지령을 받아 한껏 참았던 식욕이 폭발하게 된다. 대체감미료로 시작된 것이 결국엔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단순히 한 두 번의 과식이나 폭식으로 우리 몸은 살이 찌거나 실패한 다이어트가 되진 않는다. 다만 이런 행위의 반복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포만감을 유발하는 호르몬,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

우리 몸의 시스템 속에 있는 호르몬들의 작동에 오류가 생기게 되면 정상화되는데 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에 극단적인 식이조절의 경험을 해 보았거나, 다이어트 약이나 보조제, 대체감미료가 들어간 제로콜라나 식품을 많이 먹었던 사람들은 올바른 식단조절로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체지방이 잘 빠지지 않는다.

실제로 회원들의 다이어트챌린지에서 식단을 점검할 때 식사 칼로리나 양이 적고 식사간격이나 생활패턴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심지어 운동량이나 운동강도 문제없음) 체지방 감소가 더디고 감소량도 적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회원들은 과거에 극단적인 다이어트 경험이 있었다. 물론, 반드시 이런 문제가 원인이라고는 볼 수 없다. 유전, 병력, 수면패턴 등 다양한 원인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체감미료의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아 질거라 예상한다. 그리고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들을 내 몸에 기꺼이 시도한 사람들은 내 몸의 호르몬 체계와 대사량의 변화, 식욕조절 시스템 등의 혼란으로 다음 다이어트는 더 쉽지 않은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칼로리, 무설탕, 고단백질

그러면서 맛있게 다이어트할 수 있다는 '이브의 사과'에 유혹당하지 말지어다.






다이어트 그 자체가 스트레스!!!

일상생활과 완전히 다른 식단, 양조절, 먹기 싫은 음식을 먹고 먹고 싶은 음식은 허벅지를 찌르는 심정으로 참는 일, 닭가슴살로 냉동실을 채우고 까끌거리는 현미밥이나 탄수화물이 없다는 곤약밥을 주문하는 일,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유난 떨기도 싫고, 그렇다고 막 먹을 수도 없어 눈치 보고 불편한 자리가 된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행위 자체가 고통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수면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킴으로써 체지방을 분해하는 데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다이어트를 반복할수록 우리 몸은 더욱더 체지방을 내어놓지 않을 거라는 생떼를 쓰는 아이처럼 된다.














목적지를 모른 체, 원인도 모른 체,

닥치고 다이어트

열쇠는 내가 쥐어야 한다.




내가 살이 찐 원인은 무엇일까?

결과가 있다면 원인이 있다. 그런데 원인파악을 잘 못하면 목표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밖에……

핸들을 약간만 틀어잡아도 길게 보면 차는 결국 차선을 벗어날 수밖에 없는 법!



평소 아침, 점심은 대충 먹거나 패스트푸드를 먹고 밤늦게 일을 마치고 야식으로 저녁을 먹은 후, 밀려오는 졸음에 바로 잠이 드는 생활패턴의 결과가 지금의 나라면 원인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원인을 바꾸지 않고 쉽게 가는 길을 택한다. 몇 주에서 몇 달을 닭가슴살+수분 빠진 샐러드+현미밥을 꾸역꾸역 먹고 안 하던 운동을 하고, 인플루언서들이 효과 있다는 바디슬림 패치를 붙이고, 다이어트 아이스크림과 스콘으로 간식을 먹는다.



내 지갑은 안녕(hello)하고, 내 체지방은 안녕(good bye) 하셨는가??


과잉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어쩌면 모두가 다이어트의 정답을 알고 있다. 많이 먹기 때문이다. 무엇을?? 무언가를 많이 먹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가끔 저는 물만 먹어도 살이 쪄요 “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 몸은 물을 이용해서 소화와 흡수를 하고, 에너지도 만들고, 체지방을 분해할 때조차 물을 이용한다. 물을 마셔서 살이 찌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물처럼 먹었기 때문에 살이 찐 거다.




나를 제대로 알면 백전백승이다. 끝도 없는 다이어트의 시도로부터 성공하려면 정도로 가는 길 밖에 없다.

원인을 제거하고 내 목적지를 정확히 향해 가야 한다.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서두르다가 출발지점으로 무수히 되돌아가는 것보다 빠른 길이다.

생각해야 된다.

원인은 무엇이고 내가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경험치가 쌓이면 반복된 실패를 막을 수 있다.









결핍과 과잉의 시대




먹방의 유행, 맛집 광고, 과연 세상엔 맛있는 게 너무 많다. 먹어봤자 아는 맛이라며 먹고 싶은 음식을 참는 모델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먼 이야기다. 아는 맛이 더 먹고 싶은 법!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에는 풍미를 내기 위한 각종 소스와 버터, 오일이 들어가 있고, 생각보다 설탕, 소금이 많이 들어있다. 튀기고 굽는 조리과정이 많아 신선한 식재료의 영양소를 온전히 섭취할 수 없다.

즉, 에너지를 내는 열량영양소는 과잉이고 그것들을 에너지로 대사 시키는 비타민이나 무기질의 밸런스는 결핍되는 식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먹은 열량 영양소들은 활동하는데 쓰이면 참 좋을 텐데 불행히도 활동량 보다 섭취량이 많아서 열량영양소들은 고스란히 내 체지방으로 적립완료 된다. 체지방 적립 등급이 아주 높은 VVIP 몸이 된다.




먹는데 돈을 들이고 빼는 데에는 더 많은 돈을 들이고

그것들을 반복할 뿐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어야 한다.




스포츠영양사로서 다이어트 상담을 하면 "식단 짜주세요"라는 요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나는 식단을 짜주지 않는다. 식단을 제시한다고 회원들이 그대로 지키는 것도 아니고 영양사에게 알려주지 않는 간식들의 정체를 탐정처럼 알아낼 방법도 없다.

또한 바디프로필 촬영이나 피트니스 선수들의 대회 준비가 아닌 이상 일반회원들에게 보디빌딩 식의 절제된 식단은 오히려 영양소 불균형과 너무 적은 칼로리 섭취로 우리 몸의 시스템오류를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식사로 다이어트 식단을 하고, 자신의 생활패턴과 활동량에 맞는 식사여야 한다.

다이어트만을 위한 식사와 운동은 결국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난 후 요요현상이라는 후폭풍을 때려 맞을 뿐이다.


내 식사를 사진으로 찍어보고 잘못된 식습관은 적어보면서 원인파악을 해보시라.

원인파악을 제대로 했다면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보일 것이다.

결국 열쇠는 내가 쥐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열쇠를 찾는다면 결과는 제 자리일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열쇠를 쥐어 줘서도 안 되고 과정 없는 결과주의는 내 건강을 다이어트와 맞바꿈 하는 어리석음을 낳는다.




다이어트 시작하니까 내일부터 탄수화물 안 먹을 거야!

저탄고지 식단하면 지방을 잘 사용하는 몸이 된대!

간헐적 단식하면 힘들지 않게 살 빠진대!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근육량 많아지고 살은 빠진대!

효소, 아르기닌, 유산균, 각종 닭가슴살, 곤약밥, 다이어트 스콘, 제로 콜라......

땀복, 체지방 분해 패치, 셀룰라이트 분해되는 마사지크림......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가??

다이어트가 끝나면 유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 껍데기는 잠깐 바꿀 수 있겠지만 그 잠깐의 기회비용으로 지불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진 않나?





다이어트라는 이름의 배신

나는 더 이상당하지 않겠다!!










스포츠영양사 윤지혜입니다.

글을 잘 쓰지도 못하고, 언변이 뛰어나지도 않지만

일반인의 관점으로 쉽게 이해하고, 적용해 볼 수 있는 '영양'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첫 글쓰기는 다이어트에 대한 올바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면 두 번째 주제는 지속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의 예시와 운동습관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건강한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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