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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EAful Jul 14. 2020

차를 품는 세 가지 방법(上)

BeauTEAful Story 007

색으로 향으로 맛으로 멋으로 마시는 차!

무슨 차를 마실까? 행복한 고민이 끝나면 마음에 닿은 차를 잘 품는 것이 다음 과제이다. 찻잎을 생으로 씹어 먹었던 신농의 방법 외에 차를 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그중 두 가지를 먼저 살펴보자.



(1)자다법(煮茶法), 차를 끓이다.


자다법

이름만 들어도 맛있는 굴비가 떠오르는 전남 영광의 법성포(法聖浦)는 성인이 불법(佛法)을 가지고 들어온 포구이다. 4세기에 인도의 마라난타 스님이 법성포를 통해 백제에 불법을 전하고 전남 나주에 불회사(佛會寺)를 창건했다는 설화가 전한다. 나주의 불회사는 일제강점기에 ‘오직 옛 기록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귀한 전차(錢茶)가 발견된’ 곳으로 동아일보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엽전과 비슷한 모양의 전차는 떡차, 단차(團茶), 병차(餠茶) 등으로 불린다. 2018년에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2호로 지정된 전남 장흥의 청태전(靑苔錢)도 전차의 일종이다. 투명한 유리 주전자에 동그란 모양의 청태전 하나를 넣어서 맑은 오렌지 빛깔이 뭉근하게 우러나도록 끓이는 모습을 차축제 홍보부스나 방송을 통해 봤을 것이다. 삼국시대부터 천 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청태전은 당나라 육우(陸羽)가 지은 『다경(茶經)』에 기록된 차와 유사한 형태이며, 마시는 방법 역시 비슷하다.


청태전(장흥군농업기술센터)

당(唐)대의 차는 찻잎을 쪄서 빻은 것을 동그랗게 뭉친 후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서 건조한 병차(餠茶)이다. 이때는 차가 식용에서 음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특성을 보이는데, 차를 끓일 때 소금, 파, 생강, 대추, 귤껍질 등을 함께 넣어 마셨다. 그러나 육우는 소금을 제외한 것은 차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하여 넣지 않았다. 소금을 넣어 마시는 방법은 송(宋)대에 사라진다. 당대에 유행한 자다법은 팽다법(烹茶法), 전다법(煎茶法)이라고도 하며, 자다(炙茶), 연다(碾茶), 자다(煮茶), 분다(分茶)의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먼저 차를 구워서 수분을 제거하고 향을 좋게 한다. 차의 열기를 식힌 후 맷돌에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솥에 끓인다. 이때 약간의 소금을 첨가하여 간을 맞춘 후 잔에 담아 대접한다.



(2)점다법(点茶法), 차를 일으키다.


점다법

당자송점(唐煮宋点)이라는 말이 있다. 당대에는 자다법, 송대에는 점다법이 성행했다는 말이다. 점다법은 다완(茶碗)에 곱게 간 차를 넣고 물을 부어 차선(茶筅)으로 거품이 일어날 때까지 격불(擊拂)하여 마시는 방법이다. 차에 소금을 비롯한 조미료를 첨가하는 것은 본래의 맛을 해친다고 생각하여 소금도 넣지 않고 마셨다. 지금은 20g 또는 40g 틴에 들어있는 곱게 갈린 말차(抹茶)를 이용하면 되지만 송대에는 차를 곱게 가루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은 절구에 차를 빻아서 맷돌로 곱게 갈고 체에 쳐서 더욱 곱게 만들어 지금의 틴과 같은 합에 담는다. 적당량의 차를 덜어내어 완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교반(攪拌) 한다. 곱고 하얀 거품을 일으켜 차가 완성되면 다완을 다탁(茶托)에 올려 낸다. 이와 같이 차를 만드는 기술을 겨루며 즐기는 것을 투다(鬪茶)라고 한다.



점다법은 일본 영화 <리큐에게 물어라(利休にたずねよ)> 또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에 등장한 말차를 떠올리게 만든다. ‘포포포포’ 솥에서 물 끓는 소리, ‘쭈르르르’ 다완에 물 따르는 소리, ‘슥슥슥슥’ 격불하는 소리, ASMR 만으로도 우리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송에서 들여온 점다법은 막부 시대의 주축 세력으로 떠오른 무사 계급에게 필수 교양이 된다. 다완에 담긴 뜨거운 차는 그들의 안식처이자 정치적 도구였다. 이후 센리큐(千利休, 1522~1591년)에 의해 와비차(佗び茶)로 집대성된 일본의 다도는 현재 많은 유파들이 전통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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