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의 첫 번째 프로젝트 : 부산국제영화제 '경마장을 털어라!'
Neverland - 피터팬 '꿈 속 나라' 네버랜드 같은 부산을 꿈꾸며
네버랜드는 부산 전역을 무대로 삼아 재미있는 일을 만듭니다. 의류, 건축, 기획, 디자인, 개발, 사진, 세무 분야 전문가가 모여 깊이 몰두하고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새롭게 조합해 나가며 유형의 결과물을 창작해요. 저희 네버랜드와 즐겁게 놀아줄 여러분 환영합니다!
준비를 위한 준비만 하는 사람. 자칭 걱정인형이라는 저를 두고 하는 소리일까 싶었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스스로 부딪혀 경험하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큰 영광을 안겨준다고 했던가요. 저와는 대척점의 성향으로 이 말과 가까운 민수님이라고 있는데요.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 준 분이기도 합니다. '가볍게 시작했다가 마음에 들면 최선 다해보기'라는 생각을 되뇌며 저희 네버랜드 팀원 모두가 영화제라는 다소 큰 주제로 첫 발을 내딛게 됩니다.
네버랜드는 부산국제영화제 동네방네비프 그중 부산 렛츠런파크 경마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제를 맡게 되었습니다. 경마장이란 공간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주춤했으나 마권으로 투표도 해보고 뛰어도 다니며 이내 적응해 나갑니다. 제일 처음 방문했을 때 텅 빈 경마장 가운데 놓인 거대한 스크린을 보고 하나같이 동시에 와! 내뱉은 감탄이 떠올라요. 단 몇 명이라도 우리와 같은 이 기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터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죠. 그 앞이 관객으로 가득 채워질 줄은!
영화제 붐은 도래했어요. 요즘 20-30대는 영화관이 아닌 영화제를 찾아 나선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설레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와 활동을 좋아하기 때문 아닐까요.
앞서, 저희는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목표 인원 대비 적은 스태프 인원
2. 넓은 동선
3.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만큼 참가자의 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영화 이외의 소구 지점을 제공
4. 경마장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살려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사회 측의 요청
영화제라는 축제의 분위기를 가져가면서 이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디자인팀이 굿즈, 브로슈어, 현수막, 티켓 등의 물리적 장치를 배치해 경험을 설계하고 행사 전반의 프로그램은 개발자가 웹 페이지 형태로 구현해 현장에서 관리상의 변수와 인력 투자를 최소화하고자 하였습니다.
나아가 막바지로 향해갈수록 엄습해 온 압박감과 두려움으로 '참가비를 받기로 했던 전제'가 흐려질 뻔했으나 이 또한 민수님의 결단으로 유지가 되어 랜딩페이지와 예약 및 결제페이지까지 개발 작업 범위에 포함되게 됩니다.
네버랜드가 행사 직전까지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있었어요. 영화제 메인이 되는 상영 영화. 영화를 배급받기 위해 영화제 측에서 얼마나 많은 검토와 이해관계를 마주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영화가 변경되면서 저희가 뒤엎었던 기획들을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아래와 같아요.
1) 부산행 : 기차 속 스토리를 러닝 코스로 재현한 좀비런
경마장 이름이 렛츠런파크잖아요. 굳이 말만 달려야 할까. 달리는 주체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러닝이라는 주제가 나왔습니다. 부산행 영화 속 기차에서 428km 생존의 여정을 러닝 이벤트에 압축해 담으려 했어요. 종착지는 단 하나 부산으로. 열차 대신 두 발로 좀비를 피해 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풀어낸 첫 번째 기획이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지는 못했지만 이 다음에는 KTX를 빌려 실제 영화 속 부산행 열차를 출발시켜 보는 것 또한 저희의 꿈으로 또 하나 남겨두었어요.
2) 오션스일레븐/도둑들 : 비밀 요원이 되어 경마장을 털어라
사행성으로 비춰지는 경마장의 이미지를 역이용해 반대로 우리가 경마장을 털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경마장이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장소인 만큼 '조폐국을 터는 종이의 집'과 '카지노를 터는 도둑들'처럼 도둑이 소재가 되는 영화와 연결 짓는다면 참가자에게는 기본적인 스토리 틀과 의상을 제공해 일원이 된 듯한 소속감을 부여할 수 있고 프로그램에서는 미션형 게임의 흐름을 짜임새 있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3) 하이파이브 : 이기기가 아닌 달리기를 기준으로 우승을 바라본 꼴등 말을 찾아라
비범보단 평범에 가까운 우리 모두에게. 영화는 초능력을 표면적으로는 물리적 힘처럼 비추지만 결국은 연대를 말하고 있었어요. 서로 덜고 채워주려는 끈끈함 덕에 모든 주인공들이 낭만과 반짝임의 대상으로 비칠 수 있었듯 관객들 그리고 꼴등하는 말까지도 잠시나마 모두가 작은 영웅이 되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4) 영화는 괄호로 남겨두고 : 부산의 로컬 브랜드로 성공 공식을 채우자
영화가 끊임없이 변경되는 상황 속에서 프로그램과 영화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었던 기획은 일정 상 무리라는 걸 받아들였어요. 대신 그 이외의 소구점으로 부산 축제라는 지역성을 살려 로컬 브랜드에게 연락을 돌렸습니다. 촉박한 일정이었음에도 옥스포드 블럭 완구 기업, 이재모피자 삼진어묵 모모스커피의 F&B 기업, 아르떼뮤지엄 문화예술공간과 함께 간식과 리워드 선물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보류된 안들 모두 저희 팀원들 마음 속에서는 아직 버리지 못했거든요. 차후 언젠가는 꼭 네버랜드가 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행사가 끝난 지금 솔직한 마음을 풀어보자면 예약 전 날까지 무서웠습니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해방감으로 펼쳐둔 일들과 과연 우리 뜻대로 수확이 이뤄질까 하는 불안함이 교차하는 지점이었거든요. 시간을 들였던 과정과 별개로 예약 인원이라는 객관적인 성적표를 받아들 준비를 했죠.
예약 페이지 오픈과 함께 부산오빠 / VGP.BUSAN / COMBINE 부산 지역을 중점적으로 활동하는 3개의 인스타 정보 채널과 동네방네비프 공식 페이지 그리고 지역 맘카페에서 홍보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루마다 백 명 단위로 늘어나는 참가자 수를 보면서 우리가 틀리지 않았구나 서로 다독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어요. 동네방네비프 영화제 스태프 분들과 마사회 직원 분들도 함께 모니터링하며 응원을 더해주셨습니다. 그 결과 기존 777명에서 여건이 더 확보되어 939명의 참가자분들을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9월 20일과 21일. 영화관이 되기에 조금은 생소한 부산 렛츠런파크 경마장에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축제나 행사는 한 마디로 규정되기보다 개인마다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다르게 풀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저희는 경마장과 영화제라는 하드웨어를 유지함과 더불어 이를 돋보일 수 있는 카우걸 카우보이 콘테스트, 돗자리 피크닉 등의 소소한 소프트웨어를 더했습니다. 실제로 참가자분들은 저희의 상상력을 뛰어넘어 다채롭고 색다른 이야기를 안고 찾아주셨고요.
경마장이 영화라는 감성적인 소재와 접해지면서 좀 더 쾌활하고 경쾌하게 다가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었는데요. 마무리되고 일주일 정도 저희가 만든 축제를 검색해봤어요.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영화 사랑하는 사람까지 완벽한 주말이었어요" "동네 영화제의 따뜻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등 정성스러운 후기를 남겨주셨더라고요. 저희가 전하려 했던 가치가 공감받았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영화제가 다소 낯설었던 경마장에서 각자만의 방식과 시선으로 경마 문화를 새롭게 접하고 유연하게 경험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맛있는 음식도 함께 !
제가 이전 회사에서 광고를 기획하며 가장 벽에 부딪혔던 지점이 신선한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일이었어요. 실제로 이번 축제에서도 전반적인 큰 주제를 잡는 역할은 기획자인 제가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비중이 컸습니다. 오히려 제가 힘을 쏟았고 투자했던 건 기획과 실행을 짜임새 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이었어요. 흔하게 기획자의 업무 범위는 경계가 없다고 하죠. 그에 들어맞게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빠진 구석 없이 다 끼여있었습니다.
모든 기획과 디자인은 일러스트를 보조로 두고 피그마 내에서 이뤄졌습니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피그마에 낯선 상황이었지만 다른 옵션은 UI 컴포넌트가 포함하는 정보량이 제한적이거나 원본 환경에서 2인 이상 실시간 공유와 수정이 불가능했던 이유로 어렵지 않게 메인 툴에 대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제한된 시간 동안 비대면으로 대부분의 업무가 진행되었던 만큼 기능들을 우수하게 활용해 높은 완성도를 내려 하기보다 단 기간에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과 친밀도를 높이는 것을 큰 목표로 삼았는데요. 그 결과 모든 회의나 아이데이션 과정이 백업 페이지에 기록되었더라고요. 차후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전 작업이 연장된 원인이나 개선점을 도출함에 있어 여러 방식으로 참고될 것 같습니다. (완전한 결과물은 없기에 백업 추천합니다!)
기획, 개발, 홍보,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팀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업무들을 수행함과 더불어 유기적 순차적으로 연결된 구조가 많았기에 일정 관리는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공유하면서 진행했습니다.
예 1) 법인 설립 여부 결정 - 결제 외부 API 연동 결정 - 예산 반영 - 예약페이지 정책 및 로직 기획 - 개발
예 2) 디자인 홍보물 제작 / 랜딩페이지 오픈 - 홍보업체 연락 및 확정 - 홍보촬영 - 예약페이지 오픈
예 3) 보물찾기 프로그램 기획 - UXUI 디자인 - 개발 - UT 및 QA - 수정 및 보완 - 설명서 작성 - 현장 오픈
PM과 가장 어울리는 단어는 책임 아닐까요. 범람한 수많은 일들을 모으고 추려서 당일까지 이끌어가는 그리고 현장에서도 이걸 실행에 옮길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버랜드에는 2분의 PM분들이 계신데 민수님은 대외협력적으로 부산의 여러 업체들과 클라이언트의 소통을 책임졌고 성우님은 내부에서 팀원들을 북돋아주고 한 곳을 바라보도록 목표를 수렴시켰어요. 양 축에서 의지되는 저희 팀의 아빠 엄마같은 존재랄까요. PM분들이 가장 빛을 발한 건 프로젝트의 마지막 행사 현장이었습니다. 촉박한 일정 속에서 놓쳤던 빈 틈이 행사 곳곳에서 튀어나왔고 이 돌발 상황들을 착실하게 메워주셨거든요.
특히 보물찾기는 스태프 교육, 현장 관리, 안전 등 다각적인 점검이 필요했었습니다. 경험은 총체적인 거잖아요.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면 성우님께서는 이를 토대로 고객의 동선과 시야를 따라 하나하나 세밀하게 챙겨주셨습니다. 건축 업계에 계신만큼 자신만의 관점과 완성도를 가지고 현장의 흐름에 유연하지만 일관되게 해결점을 찾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영화제는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오프라인 행사입니다. 몇 시간 동안 겪게되는 참가자와의 다양한 접점들을 부드럽고 유쾌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가 중요했어요. 처음 택배로 받아 입어본 티셔츠부터 행사 장소임을 인식하게 되는 현수막, 참가 확인을 하며 부여받는 번호표, 투어와 음식을 교환받는 티켓, 다음 발걸음을 안내하는 브로슈어, 마지막 성취를 눈으로 보여주는 리워드까지. 물성이 있는 무언가를 거치면 그 인상이 명징해지는 효과가 있죠. 예솔님을 포함한 디자이너분들이 작업한 촘촘하고 밀도있는 경험들이 이번 영화제를 떠올릴 때 배경이 되어줄거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마음이 설득된 누군가에게는 네버랜드 또한 더 단단한 브랜드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디자인팀 팀장인 예솔님과 함께 기획부터 잡아나갔던 입장에서 무엇보다 많이 느낀 건 끊기는 지점이 생겼을 때 혹은 필요에 동의했을 때 '없으면 내가 만든다'는 즉각적인 결정이 근사했다는 것. 인쇄부터 디지털까지 작업물의 범위가 넓고 방대했거든요. 그 모든 여정이 거슬리는 것 없이 하나의 행사로 읽힐 수 있었던 건 예솔님이 총괄하면서 거쳐온 여러 고민들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민우님과 원석님 개발자 두 분은 '기획의 틀과 구조는 유지하면서 서비스가 가능하려면'이라는 질문을 붙잡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함께 고민을 해주셨어요. 안돼라는 말로 가로막기보다는 안된다면 대안을 고민하고 방법을 바꾸고 가능한 걸 찾으려 드는 문제해결적인 태도로부터 많은 걸 배웠습니다.
하나의 이슈에도 새벽 피그마 창에선 몇 시간이 훌쩍 넘는 회의가 오고 갔습니다. 결론을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이었는지 밀도는 압축적이었어요. UX 구조를 여러 안으로 만들고 기다리기보단 먼저 실행해 구현 여부를 검토하고 방향을 정하면 UI를 입힌 뒤 끝까지 밀어붙여 수정을 최소화하려 노력했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어느 때보다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는 태도가 강했는데 이런 빠른 결정과 실행의 사이클 덕에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해답을 개척할 수 있었어요. 웹 페이지로 진행된 프로그램의 출시 과정은 별도의 글로 적어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볼게요.
부산이 재미가 없다면, 재미를 만들 수 있는 '판'을 만들자는 게 민수님이 네버랜드 팀원들을 모았던 이유이지 않을까 한 차례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이제서야 짐작해 봅니다. 기획자라는 역할로 네버랜드이기에 완성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부산 토박이로써 함께 자라온 영화제와 대학생 시절 자원봉사 이후 다시 만나게 된 점도 뜻깊었네요. 저희는 일상을 정비하며 다음 베이스로 달려갈 채비를 하겠습니다. 언젠가 또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면 '네버랜드 이 사람들 또 재밌는 거 하네' 하면서 반겨주세요.
서툴렀지만 해맑았던 네버랜드의 첫 출발선을 함께 달려준 부산국제영화제와 마사회 직원분들 그리고 939명의 참가자분들까지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잊지 않겠습니다. 마무리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문구들로 채워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