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는 올라가도 라이킷은 없는 이유?
알람이 떴다. 브런치에 매일 글을 올린 지 4일 차, 제일 처음 올린 글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는 알림이었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하루 만에 수락 메일을 받고, 준비해뒀던 첫 번째 글을 발행했다. 첫날 20명 정도가 내 글을 읽었고, 라이킷이 다섯 개 달렸다. 두 번째 날 올린 글도 비슷한 수준의 반응이었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다. 올리는 글마다 읽는 사람이 겨우 20명 남짓, 라이킷도 적었고 댓글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에 기운이 빠졌지만, 일단 읽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하루 20 내외였던 글의 조회수가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했다. 조회수 분석을 봐도 ‘기타’로 유입된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로 노출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조회수가 올라가면서 댓글과 라이킷, 구독자도 늘겠지 하는 기대를 품었다. 그런데 핸드폰은 조용하기만 했다. 조회수가 올라가도 요지부동인 라이킷과 무플의 연속, 처음에는 브런치 알림이 늦나보다 했다. 그러나 기다려도 감감무소식. 조회수가 많아도 반응은 이렇게나 없을수 있다니... 답답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첫 글부터 조회수가 1만에서 2만으로 터진 사람들이 꽤 있었고, 조회수 증가는 구독자 수와 라이킷 증가로 이어졌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그렇다면 조회수는 올라가도 반응은 없는 내 글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후기를 더 찾아보니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글은 음식, 맛집 탐방, 여행기, 투자, 재테크, 이혼, 시댁, 퇴직 등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글은 그 어디에도 접점이 없다. 1000이라는 숫자에 심장이 뛴 것도 잠시, 조회수 1만, 2만을 기본으로 찍고, 구독자와 라이킷이 폭발적으로 올라갔다는 후기에 혼자 풀이 죽었다. 수시로 확인하던 브런치 앱을 잘 안 보이게 앱 묶음 폴더로 옮겼다. 브런치와 잠시 거리두기를 해야겠다.
그런데 나는 댓글이 뭐라고, 구독자가, 좋아요가 뭐라고 이렇게나 신경을 쓰는 걸까? 사람들의 반응이 이토록 중요한가? 반응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었나? 내게 질문을 해본다. 나는 대체 왜 글이 쓰고 싶었나? 왜 내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고 싶었나?
가장 먼저 내가 쓴 글은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어떤 문제라도 일단 글로 쓰기 시작하면, 한 발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또 글로 정리하는 동안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은 한결 고요해진다. 그러면 제법 심각한 일 앞에서도 담담해지는 것이다. 고민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후련하다. 자궁근종에 대한 걱정을 글로 쓰는 동안, 엄청난 하혈과 중병에 대한 두려움마저 단순히 글의 소재로 여겨지는 순간이 왔었다. 나는 어느새 근종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었다. 지금은 아랫배를 묵직하게 누르는 근종보다 브런치가 더 신경 쓰이는 지경이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는 것이 좋다. 나는 어떤 일이 생기면 혼자 마음에 담아두고 끙끙대기보다 지인들에게 털어놓는 스타일이다. 그때마다 내가 겪은 분통 터지고 다소 무겁기도 한 일에 대한 피드백은 대체로 시트콤 같다는 것이었다. 정작 그 일을 당한(?) 당사자인 나는 화가 나는데 듣는 사람들은 웃고 마는 거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이 직접 겪어보지 않아서, 그런 수난사를 안 당해봐서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았다. 그렇게 신나게 풍자와 해학을 섞어가며 한바탕 하소연을 하고 나면, 어느새 나 또한 괜찮아진다는 것을. 혼자 담아놓지 않고 말로 풀어내는 내는 순간부터 나 자신을 옭아매던 족쇄에서 서서히 풀려난다는 것을... 그래서 마음에 쌓였던, 그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자신의 상처를 의사에게 털어놓는 정신과 상담이 치유의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내가 쓴 글도 누군가 공감해 주고 같이 웃어넘겨 줬으면 좋겠다. ‘세상에... 이렇게 큰 자궁근종을 가진 여자가 있다고? 뭐야... 근데, 괜찮잖아... 죽을 병 까지는 아니네...’ 하고 말이다. 그러다 가끔 위로받는 지점도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모든 일에 ‘끈기’가 부족한 나는 금세 타올랐다가 제풀에 꺼지곤 한다. 그 원인이 보통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다. 연극 대본을 쓰고 상을 타고, 지원을 받아 일주일간 공연을 올렸는데, 그 이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누군가 내 공연을 보고 너무 좋은 공연이라 정식 공연으로 올려보자고 하는 일도, 좋아하는 극단에서 연락이 오는 일도, 글을 쓰며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일이 몇 차례 반복될수록 나는 더 쉽게 꺾였다. 인생 역전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내 인생은 너무 여전하기만 했다. 점점 헛된 기대를 해서 실망하기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상처받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됐다. 이번에는 좀 달랐으면 한다. 남 눈치를 살피고, 반응에 일희 일비 하면서 쉽게 중단하지 않고 싶다. 매일 글을 쓰고 올리겠다는 다짐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하루아침에 로또에 당첨돼 부자가 되었다든가, 재벌을 만나 인생 역전을 했다든가 하는 기적 같은 스토리보다 작은 것들이 쌓여서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게 됐다. 대기업을 퇴사하고 매일 sns에 그림을 한 장씩 올리다가, 결국 그림 그리는 삶을 살게 된 김보통 작가처럼, 죽기보다 싫은 출근길, 한 시간씩 일찍 집을 나서 매일 소설을 쓰다가, 마침내 지긋지긋한 회사를 박차고 나와 소설가로서 전업하게 된 박상영 작가처럼. 10년 동안 주물공장에서 일하다가 반복되는 단순 업무가 주는 지루함을 버텨보려 시작한 공상을 초단편 소설로 써서 매일 커뮤니티에 한 편씩 올렸던 김동식 작가처럼. 나도 매일 작지만 소소한 글들을 써 내려가야겠다. 그런 작은 것들이 쌓여서 작지만 꾸준한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