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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Aug 01. 2020

한국의 4대 미녀

순전히 저의 기준과 상상만으로

허풍 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그들의 4대 미녀를 정해 놓고 나라를 흔들 만큼 아름다웠다고 숭상해 왔습니다. 그 4명은 살았던 순서대로 왕소군, 초선, 서시 그리고 양귀비입니다.

왕소군은 한나라의 아름다운 궁녀였습니다. 한원제의 정략결혼 정책 때문에 고향을 떠나 멀리 혹독한 추위의 땅 흉노에 시집갔던 비극의 신부입니다. 다른 궁녀들과는 달리, 화공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못생기게 그려진 초상화 때문에 왕이 흉노 왕의 신부로 골랐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시집간 흉노의 땅에서 유명한 한시를 남깁니다.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초선은 후한 말 유명한 삼국지 시대에 간신 동탁과 여포의 사이를 갈라놓아 그 세력을 파괴한, 한나라 충신 왕윤의 양녀입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에 의하면 그녀의 미모에 부끄러워진 달이 그 얼굴을 가렸다고 합니다.

서시는 춘추전국시대 '오월동주', '와신상담' 등 유명한 고사를 남긴 앙숙이었던 오나라와 월나라의 운명을 바꾼 미녀입니다. 거친 장작 더미 위에 눕는 '와신'으로 아버지 원수를 갚은 오나라 왕 부차에게, 복수를 다짐하던 월왕 구천이 쓰디쓴 곰의 쓸개를 빠는 '상담' 끝에 바친 미녀가 바로 서시입니다. 강물 속 물고기가 그녀의 미모에 놀라 헤엄치는 것을 잊었다고도 하고, 그 찡그린 얼굴을 온 오나라 여자들이 따라 했다고도 합니다. 오왕 부차가 그녀에게 빠져 나라를 돌보지 않자, 결국 오나라는 망하게 됩니다.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며느리이자 후궁입니다. 현종이 아들의 신부로 골랐으나 너무 아름다워 본인이 데리고 살았습니다. 꽃을 건드리자 부끄러워 잎을 말아 올렸다는 아름다운 그녀에게서 '경국지색', '절대가인'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녀에게 빠진 현종 때문에 당의 태평성대 시대는 저물고 '안녹산의 난'까지 벌어집니다.

여기까지가 중국인이 좋아하는 4대 미인입니다. 중국인의 뻥에 약이 오른 저는 한국의 4대 미인을 생각해 봤습니다. 정윤희, 황신혜와 김태희 같은 현대 미인들 말고 우리의 고전 속에서 미녀들을 뽑아봤습니다. 뭐 달리 생각할 분도 있기는 할 텐데 별로 개의치는 않으렵니다. 어차피 사진이 없으니 객관적인 기준으로 반박하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제가 생각한 우리의 첫 번째 미녀는 도미부인입니다. 도미부인은 그 아름다움과 절개에 대한 소문이 왕에게까지 흘러 들어가 비극을 초래했던 백제의 미녀였습니다. 그녀에게 반한 개로왕은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남편 도미를 옥에 가두고 유혹합니다. 그래도 되지 않자 도미의 눈을 멀게 하여 쫓아낸 후, 다시 그녀를 유혹하고 협박하였으나 도미부인은 이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도미부인은 하늘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쳐 사랑하는 남편과 재회하고 일생을 고구려에서 마쳤습니다. 유부녀의 미모로도 왕의 눈을 멀게 했던 그녀는 우리의 첫 번째 미녀로 손색이 없습니다.


두 번째 미녀로는 수로부인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이었습니다. 절세미인이어서 산과 바다를 지날 때 산의 신들과 바다의 신들에게 여러 번 납치되었다고 합니다. 신들도 반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신라 향가 '헌화가'의 주인공입니다. 남편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여 내려가는 도중에 벼랑에 핀 철쭉을 보고 가지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소를 물고 가던 한 노인이 벼랑에 내려가 꽃을 꺾어 바치고, 이도 모자라 뻔뻔하게도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하고 헌화가까지 같이 지어 바쳤습니다. 노인네가 목숨 걸고 벼랑을 기어 내려가 꽃을 꺾어 노래와 함께 바쳤던 아름다웠던 그녀입니다.


세 번째로 뽑은 미녀는 장녹수입니다. 장녹수는 연산군의 후궁입니다만 노비 출신이었습니다. 시집을 두 번이나 갔었고 애도 낳았습니다. 노비 출신에 애 딸린 유부녀인데도 불구하고 연산군의 눈에 띄어 후궁이 되고 종 3품까지 올라간 그녀는 엄청난 미인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야사에 의하면 30이 넘은 나이에도 10대 소녀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미녀에 최강 동안이었던 그녀가 우리의 세 번째 미녀입니다.


우리의 네 번째 미녀는 장희빈입니다. 본명은 옥정이고 정 1품의 지위까지 오른 숙종의 후궁입니다. 현모양처의 대명사였던 정식 부인 인현왕후를 내보내고 잠시나마 왕비에까지 올랐었던 그녀는 조선 제20대 임금 경종의 생모입니다. 
장희빈은 현명한 군주였던 숙종이 신하와 백성들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면서 본처를 폐하고 왕비로 봉할 정도로 미녀였습니다. 공식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서도 '그녀가 아름다웠다'라고 기록하였다니 우리의 네 번째 미인으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어떠십니까? 저의 한국 4대 미녀 추천이 그럴듯한가요?


2020년 8월 1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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