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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Jul 29. 2020

르완다에서 운전하기

개판 오 분 전

르완다에서 운전은 참 재미없습니다. 기차와 지하철은 없고 버스는 운행하는 노선이 제한적인 데다가 빈대나 벼룩 거기에 더해 요즈음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위생상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물이 귀해 잘 씻지 못하는 버스 승객에게서 나는 고약한 냄새도 버스를 탈 수 없게 만드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현지인들도 버스를 가장 불편하고 돈 없는 사람들만 타는 운송수단이라 생각할 정도입니다. 이래저래 외국인들은 직접 운전하는 일이 필수이다시피 하지만, 저에게 르완다에서 운전하는 일은 고역입니다. 제가 원래 운전에 취미가 없기도 하지만, 르완다에는 운전을 불편하게 만드는 외부 요인들이 많기도 한 때문입니다.


저는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키갈리에서 마저도 대부분의 도로가 좁습니다. 르완다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컨벤션세터와 시내 중심부를 연결하는 도로, 시내 일부 구간, 공항으로 나가는 대로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도로가 왕복 각 1차선씩입니다. 심지어 고속도로 대신 도시와 도시를, 프로빈스와 프로빈스를 연결하는 국도마저도 왕복 1차선씩입니다. 더욱이 그 도로를 운행하는 운송수단의 절반 넘게는 오토바이 택시들이고 개인용 혹은 영업용 택시 자전거들도 많이 다닙니다. 차도 옆 좁은 인도에는 아슬아슬 줄을 지어 걸어가는 보행자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인도가 없는 도로에서는 보행자들이 차도 한편으로 걸어 다니기도 하고 신호등이 드문 형편이라 무단횡단자들도 많습니다. 이런 사정이니 운전하면서 절대로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여기서는 시속 60킬로만 넘어도 속도감이 느껴집니다.


운전자들은 추월을 위한 중앙선 침범을 예사로 여깁니다. 그것도 깜빡이도 키지 않고 말입니다. 보행자들이나 오토바이, 자전거를 피하기 위하여 중앙선을 밟고 혹은 넘어서 달리기는 아주 흔합니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갑자기 차를 세우고 유턴을 하면서 양쪽 차선을 다 막아버리고도 미안해할 줄 모르는 운전자들도 있습니다. 간혹 있는 2차선 이상 도로에서 혹은 회전교차로에서도 이들의 운전 매너는 정말 꽝입니다. 직진 차선에서 좌회전하는 놈, 조심조심 왼쪽의 차량들과 오른쪽의 보행자들을 피해 가며 우회전하는데 갑자기 왼쪽 차선에서 나보다 먼저 우회전하는 놈, 회전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차를 무시하고 끼어드는 놈, 회전교차로에서 안쪽 차선만 회전해야 되는데 바깥쪽 차선에서도 과감하게 회전에서 교차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놈 등 다양한 무법 운전자들이 있습니다.


차가 막힐 때는 오토바이들이 차들 사이로 잽싸게 끼어듭니다. 직선 도로에서는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겠거니 하며 봐주려고 노력하지만, 좌회전이나 우회전할 때도 끼어드는 오토바이들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죄회전이나 우회전 가릴 것 없이 항상 좌측, 우측을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좌우 회전하는 차선은 하나이지만, 심할 때는 좌측에 하나 우측에 하나 오토바이을 달고 회전해야 합니다. 안전장구라고는 헬멧 밖에 없는 오토바이 운전자와 승객들은 사고 시 생명까지 위험한데 이들 오토바이 기사들의 운전 습관은 용맹하기 짝이 없습니다.


또 르완다에서는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야간에 상향등을 켜고 운전합니다. 왕복 1차선씩인 도로에서 반대편 차선에서 상향등을 켠 차들이 계속 달려들면 눈이 부셔 운전할 때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짜증이 나는 건 둘째 문제이고, 어둡고 굴곡이 많은 도로에서 상향등 때문에 자칫 차선을 잃어버려 중앙선을 침범할까 혹은 인도로 넘어갈까 불안함을 달고 운전해야 되기 때문에 야간 운전은 더 피곤합니다.


또 차량 검문도 자주 당하는 귀찮은 일입니다. 주요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차에서 내려야 되고, 경비들이 앞자리, 뒷자리, 콘솔박스, 의자 밑, 트렁크와 차량 밑바닥 조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덕택에 르완다에서 테러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출근할 때마다 매일 검문을 당하면 유쾌하지는 않습니다. 뻔히 얼굴을 아는 회사 건물의 경비가 제 차 안을 꼼꼼히 살필 때면 고용된 저들이 무슨 죄가 있겠냐 하면서도 귀찮고 또 급하게 출근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짜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르완다에서 운전의 부정적인 면만을 얘기했지만, 르완다에도 운전 매너가 좋고 양보도 잘하는 운전자들도 많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도 아니 전 세계 어디서나 운전을 개떡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위에서 얘기한 저의 불편함은 르완다 만의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안위해도 여기 사는 제가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운전을 하지 않으려면 현지인 기사를 쓰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우리 돈 30만 원이면 가능하니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기사의 몸 냄새와 매번 시간 약속을 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기름을 삥땅해 먹지는 않는지 신경 써야 합니다. 역시 불편함이 있습니다. 운전하기 싫으면 혹은 운전할 수 없을 때는 새벽 일찍이건 밤이 늦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고, 반질반질 깨끗한 택시를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대한민국은 여기에 비하면 교통 천국입니다.  

 

2020년 7월 29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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