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통찰 (도서 감상문)
이혼의 아픔과 여러 직업 사이에서 방황하던 저자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사막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사막 여행을 통하여 얻은 지혜들을 이 책에 간결하게 담아냈습니다. 일견 그 지혜는 사막을 건너는 실무 지침인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요긴하게 참고할 수 있는 통찰입니다. 길지 않은 책을 읽어 가면서 저는 무릎을 여러 번 쳤습니다. ‘그래 인생은 사막이야, 목표가 명확히 보이기 때문에 목표만 놓치지 않으면 언젠가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등산이 아니라, 한 번 방향을 잃으면 다시 그 방향을 찾기 어려운 사막처럼 늘 나침반을 보면서 방향을 유지해야 하는 사막이야!’라고 되새김하면서 말입니다.
돌아보면, 제 삶도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늘 목표를 정해놓고 그 목표를 향해 전진하라는 현대사회의 여러 성공 이론에 충실하고자 애썼던 것 같습니다. 그 목표는 때로는 평생이 걸리는 장거리 목표일 때도 있었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당일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은 회사 일처럼 단거리 목표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또 다른 노력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항상 무언가 모자라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가끔씩 지나간 세월을 되짚어보면서, 제가 처해 있는 상황에 만족을 느끼지 못할 때, 저는 제가 목표를 잘못 세운 것인지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사용한 방법이 잘못된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 보자는 마음으로 또다시 새로운 목표를 정하곤 했습니다. 마치 산을 오르면서 이 봉우리 저 봉우리 계속 올라 보는 것처럼...
이제 저는 우리의 인생이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막을 건너는 것에 가깝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산을 오를 때는 산 정상이 어디 있는지 보입니다. 즉, 목표가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다른 방향의 길이 나타나도 당황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방향의 길이 나타나도, 혹은 밑으로 내려가는 길을 만나더라도 산 정상이 어디 있는 지만 알면, 그 길들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라는 자신만 있으면 정상에 도달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을 보면 산을 오르는 일 같지는 않습니다. 살아가면서 목표가 명확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목표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매일매일 살아내는 일상이 그 목표로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지,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 그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인생은 정해진 목표를 찾아가는 등산보다는 목표는 보이지 않아도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한, 사막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생은 어떻게든 정상에 도달하면 되는 여정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간들이 올바른 방향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막에서는 자기가 가야 하는 방향을 잃어버리면 죽음을 뜻하므로, 처음에 잡은 그 방향을 놓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 방향을 추구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우리도 인생을 곧고 정직하게 살고자 마음먹었으면 죽기 직전에 그러한 정직의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매 순간이 정직하여야 합니다. 인생을 평화롭고 따뜻하게 살고자 마음먹었으면 매 순간 그렇게 살아가야지 그 따뜻함과 평화를 죽기 전까지 달성하기만 되는 목표로 마음속에 보관하고 있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책 속에서 저자가 주는 통찰을 하나씩 따라가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라
인생이 끝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사막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라고 해도 우리에게 따라가기만 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지도를 줄 수는 없습니다. 그때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거나 어디서 영험한 지도를 구하기 위하여 애쓰지 말고 자기 마음속에서 나침반을 꺼내어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방향인지를 확인할 일입니다. 또한, 목표가 너무 멀리 보여서 바라보기만 해도 위축될 때는, 가야 할 길의 거리는 잊고 목표를 향해 가는 이 발걸음이 맞는지 그 방향만 확인하는 것이 먼 목표로 인하여 기가 죽거나 좌절하지 않는 길입니다.
2.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
한참 바쁘게 달려가다가 쉬는 일은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경쟁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대사회 속에서 옆에 있는 경쟁자들이 자지 않고 질주하는 순간에 혼자만 쉰다는 것은 성공의 길에서 뒤처진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그때도 쉬어야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쉬는 시간을 아끼면 당장은 조금 더 전진할 수 있지만 곧 지칠 것이고 지친 가운데 방향을 잃을 수도 있고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 만큼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평균 수명 팔십 년의 긴 경주인 인생에서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은 어쩌면 자살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젊은이와 노인의 나무 베기 경주가 떠오릅니다.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나무를 벤 젊은이보다 중간중간 쉬어 가면서 도낏자루를 갈았던 노인이 결국 내기에서 이기고 않았습니까?
3. 모래에 갇히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라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재력만으로 인생의 곳곳에서 다가오는 위기와 위험들을 다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한 발 물러선 여유 속에 어깨에 힘을 빼고 문제에서 떨어져서 문제가 스스로 물러설 수 있는지 봐야 할 것입니다. 타이어에서 바람을 충분히 빼고 압력을 낮추어 운전함으로써 타이어가 모래 속에 박히지 않고 오히려 모래가 타이어를 밀어내는 것처럼, 타이어의 지혜를 배울 일입니다.
4. 혼자서, 함께 여행하기
혼자서 여행해야 할 때가 있는 반면, 때로는 친구나 연인과 같이 여행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혼자 여행하다 텐트를 친 밤에 조용히 사막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어지러운 머리를 식혀 자신에게 집중하고 인생을 정리하는 내면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동반자가 있으면 뜨거운 낮에 사막을 헤매면서도 외롭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는 즐거움과 친밀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5. 캠프파이어에서 한 걸음 멀어지기
사막에서 캠프 파이어는 따뜻함과 안전함이 있는 자기 집과 같은 곳입니다. 그곳에서 편한 쉼을 얻을 수 있고 사막의 무서운 동물들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그 캠프 파이어를 떠나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가정을 떠나 있어야 가정이 얼마나 고맙고 귀한 곳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멀리서 봐야 캠프 파이어의 존재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있어야 세상 속의 어려움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캠프 파이어 밖에서만 사막의 고요와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습니다.
6.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
우리는 마음속에 많은 경계를 만들어 놓고 살고 있습니다. 그 경계는 실제로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마음속에만 존재하면서 자신의 길을 또는 능력을 가로막는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앞을 가로막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그 국경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의 몸으로 부딪쳐 확인해 볼 일입니다.
2020년 7월 25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