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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 Dec 09. 2020

르완다, 행복한 사회

뭣이  중한가? 돈 아니면 웃음?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르완다는 전체적으로 한국보다 행복한 사회입니다. 공동체 내에 서로를 생각하는 정이 남아있고 서로 싸우고 갈등할 때보다 웃고 떠들며 살아가는 모습이 더 많이 보여서 저는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부의 측면에서 르완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내세울 게 없습니다. 심지어 하루에 한 끼 밖에 먹지 못하거나 씻을 물이 없어서 몇 달씩 목욕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여기서는 웃는 얼굴들이 찡그린 얼굴들보다 더 자주 보입니다. 아마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제일 높다는 방글라데시의 경우처럼 주변에 자기처럼 가난한 자가 워낙 많으니 비교당하여 우울할 때보다 너나 나나 사는 처지에 별 차이가 없으니 물질에 스트레스를 덜 받아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직원과 친척들의 경조사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돈을 빌려서라도 부조를 합니다. 직장 내에서 잘 안다 싶은 직원들을 위한 기본 축의금이나 조의금으로는 5만 프랑이 꼽힙니다. 우리 돈 6만 원이 넘지요. 한국에서 저희 회사 공식 가이드라인이 직원들 간 부조에 5만 원이니 평균 소득이 한국의 10%도 안 되는 나라에서 과한 부조라고 생각되지만, 이들은 즐겨이 내고 이를 당연시합니다.


사무실에서는 낄낄대고 희희낙락하는 분위기가 언제든지 터져 나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직원들은 주말 동안 헤어졌다가 월요일에 만나면 몇 년 못 봤던 사람들처럼 요란하게 반가움을 표합니다. 지네가 언제부터 유럽인이었는지 포옹이나 볼뽀뽀가 사무실 안에서도 자연스럽습니다. 생일자가 있으면 돈을 갹출하여 케이크를 사 오고 요란한 박수소리와 함께 전체 사무실에 울리도록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줍니다. 누가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한 마디 하면 1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깔깔대며 박장대소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공만 있으면 몇 시간 즐겁습니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통제로 할 일이 없어진 남자들은 빈터에 매일 모여 공을 차고, 나무 기둥 두 개만 있는 골대 뒤에서 여자들과 아이들은 춤을 추며 응원을 합니다. 막노동하는 남자들은 하루 일당으로 3천 프랑을 벌면, 집에 가는 길에 로컬 바에서 500프랑짜리 맥주 한 병으로 자신에게 보상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여자들은 월급의 10%나 20%를 미용실에서 머리 다듬고 가발을 붙이는 데 쓰고도 아까와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자신을 소중히 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제 눈에 이들은 아등바등 살지 않고 오히려 사는 데 여유가 있습니다. 마치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고 아프면 죽는다는 식입니다. 내일이 불안하다고 자꾸 움켜쥐고 사람들 관계에서 항시 이해득실의 계산기를 두드렸던 서울에서의 삶과 이들의 것은 분명히 달라 보입니다. 르완다인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우리보다 가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못살아도, 후진국에 살아도 이들에게 배울 점이 있음을 느낍니다.


2020년 12월 9일

묵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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