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대진으로 시작하는 7편의 드라마
2021년 9월에는 7편의 드라마가 방영을 시작한다. 9월은 올림픽이 끝나고 여름휴가도 끝나고 뭐 재미있는 이야기 없나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찾아 볼 시즌이다. 9월에는 tvN과 SBS가 각각 2편을 선보이고, JTBC, KBS, MBC가 1편씩을 준비했다.
해품달 작가의 <홍천기>가 드라마로
2012년 최고 시청률 42.2%를 기록했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원작을 쓴 정은궐 작가의 소설이 또다시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SBS가 8월 30일부터 방영하는 월화드라마 <홍천기>다.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하람이 그리는 판타지 로맨스로, 홍천기 역은 김유정이, 하람 역은 안효섭이 맡았다. 올해 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 속에 조기 종영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시대 배경을 원작의 조선시대에서 가상국가로 바꾸었다. 같은 채널의 전작인 <라켓소년단>이 최고 시청률 6.2%로 쏠쏠한 결과를 남기며 종영한 뒤 배턴을 이어받은 <홍천기>가 어떤 성적을 낼지 결과가 주목된다. <홍천기>와 맞붙는 타 채널의 월화드라마는 KBS <경찰수업>과 tvN의 새 드라마 <하이클래스>이다.
전도연과 류준열이 주연을 맡은 <인간실격>
JTBC의 기대작인 토일드라마 <인간실격>이 9월 4일 방영을 시작한다. <굿 와이프> 이후 5년 만에 TV드라마에 출연하는 전도연이 <운빨로맨스> 이후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류준열과 함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문득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달고 시작하는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동명 소설과는 관련 없는 오리지널 드라마이다. 연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영화감독 허진호가 맡았다. 전도연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대필작가로, 류준열은 역할대행 서비스 운영자로 등장하고, 박병은과 김효진도 나온다. 유명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은 데다 주로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등장해 방영 전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방영을 시작할 때 타 채널에 경쟁 드라마가 없고, MBC의 신작 <검은 태양>, SBS의 신작 <원 더 우먼>보다 2주 먼저 방영을 시작해 편성의 이점을 갖고 출발한다.
초호화 국제학교 엄마들의 거짓과 위선 <하이클래스>
9월 6일 방영을 시작하는 tvN의 월화드라마 <하이클래스>는 대한민국 상위 0.1% 여자들의 완벽한 삶 뒤에 가려진 거짓과 위선을 그리는 드라마이다. 파라다이스 같은 섬에 위치한 초호화 국제학교를 배경으로, 죽은 남편의 여자를 같은 반 친구 엄마로 만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로, 조여정, 김지수, 하준이 주연을 맡았다. 상위 0.1%에 초호화 국제학교를 배경으로 했다니 누구든 <펜트하우스>가 먼저 떠오를 만한데, 제작진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차별점을 확실히 주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같은 채널 전작인 <너는 나의 봄>이 2~3%의 저조한 시청률을 오르내리며 종영했기에 tvN이 <하이클래스>에 거는 기대는 크지만, 먼저 방영을 시작한 SBS <홍천기>와 같은 시간대에서 맞붙게 된다. 완전히 다른 장르의 드라마이고 주연배우들의 나잇대에서 보듯이 대상 시청자도 차이가 나지만, 그것과 무관하게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시청자는 한쪽으로 확 쏠려 버리기에 두 드라마의 대진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남궁민의 <검은 태양> VS. 이하늬의 <원 더 우먼>
9월 17일 첫 회를 방영하는 <검은 태양>은 MBC의 금토드라마이다. ‘드라마 왕국’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최근 드라마에서 재미를 못 보고 있는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방영 두 달 전부터 주요 시간대에 광고를 하며, 남궁민이 주연하는 하드코어 장르물이 곧 방영될 거라는 예고를 해 왔다. 일 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요원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검은 태양>은 남궁민과 박하선, 김지은이 주연을 맡았다. MBC가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던 금토 오후 10시대에 드라마를 편성하는 새로운 수를 두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같은 시간대 다른 채널에서 방영을 시작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원 더 우먼>이다. 비리 검사에서 하루아침에 재벌 상속녀로 인생 체인지한 여검사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드라마 <원 더 우먼>은 이하늬와 이상윤, 진서연이 주연을 맡았다. SBS가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로 재미를 본 후 4개월 만에 다시 편성한 금토드라마이다. <검은 태양> VS. <원 더 우먼>. 9월의 드라마 대진 중에 가장 흥미로운 대진이다. 그 대결의 승자는 2회차가 방영되는 9월 18일이면 가려질 전망이다.
서로 다른 남녀의 상대 이해하기 <달리와 감자탕>
<대박부동산> 이후 3개월 만에 KBS가 수목드라마를 시작한다. 9월 22일 시작하며 김민재와 박규영, 권율이 주연을 맡은 <달리와 감자탕>이다. 3無(무지-무식-무학) 하지만 생활력 하나는 끝내 주는 '가성비 주의' 남자와 본 투 비 귀티 좔좔이지만 생활 무지렁이인 '가심비' 중시 여자가 미술관을 매개체로 서로의 간극을 좁혀가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완전 다른 캐릭터의 남녀가 만나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넒혀가는 내용이 최근 종영된 JTBC의 <월간 집>과 흡사한 구도로 보인다. <월간 집>은 집을 사는(live) 곳과 사는(buy) 것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루었었다. 2018년 방영된 MBN 드라마 <마녀의 사랑>을 집필했던 손은혜, 박세은 작가가 공동 집필한다.
유재명, 한예리, 엄태구 <홈타운>
연이은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와 납치된 조카를 찾아 헤매는 여자가 사상 최악의 테러범에 맞서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tvN이 9월 22일 방영을 시작하는 수목드라마 <홈타운>의 개요이다. 유재명과 한예리, 엄태구가 주연을 맡았다. 처음에는 OCN 드라마로 편성되었다가 보다 많은 시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tvN으로 채널을 옮겨 방영된다. 시청률 높고 평도 좋았던 tvN의 목요드라마 <슬의생2>가 종영되고 나서 그 빈자리를 채우는 드라마인 만큼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