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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 Apr 25. 2021

우리가 정한 "엄마의 생일 주간”

이제는 절대로 안 잊을 소중한 엄마의 생일

“엄마~생신 축하드려요~사랑해~”

“여보~생일 축하해~사랑해~”

“아직 이틀 남았는데 민망하게 자꾸 축하한데~”


엄마의 생일이 아직 이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생일을 축하한다고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때는 바야흐로 2016년 대학원에서 합격통지서를 받고 드디어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대학원 생활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대학교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수업이라도 밤새서 공부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대학원에서는 내가 연구주제를 직접 정하고 실험설계를 해야 하는 등 주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많다 보니 여간 정신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처음 입학했을 때만 해도 365일 내내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난생처음으로 두피가 벗겨질 정도였으니 죽을 맛이었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해피바이러스”라는 내 별명에 맞지 않게 짜증이 쌓여갔다.


그래도 남에게는 짜증을 내면 안 된다는 강박 관념 탓에 짜증을 누르고 살았는데, 오히려 이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독이 되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남에게 화를 내는 대신 괜히 죄 없는 엄마 아빠에게 화풀이를 하게 된 것이다. 엄마 아빠는 내가 화낼 때마다 내가 스트레스받아서 그렇다는 것을 인지하시고 묵묵히 짜증을 받아주시며 나를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참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는가.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계속 내 짜증을 받아주시던 엄마와 나의 통화를 듣던 아빠가 드디어 폭발하셨다.


“왜 그렇게 짜증을 내니? 너. 아빠가 지금까지 많이 참았다.”


다른 때 같으면 바로 죄송하다고 말했을 테지만, 그 당시에 나는 적어도 엄마 아빠에게는 내가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아빠에게 불같이 더 화를 냈다. 결국 나는 아빠와 크게 싸운 뒤 며칠간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니 정신이 들면서 그제야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여보세요?”

“엄마,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런데 그때 갑자기 엄마가 울기 시작하셨다.


“엄마? 내가 미안해. 울지 마…”


그러더니 엄마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날 엄마 생일이었어.”


아.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느니라 엄마 생일이었던 것조차 까먹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아빠도 엄마 생일날 아침부터 나와 대판 싸우느니라 엄마 생일을 잊고 넘어가신 것이었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하고 생일을 그냥 흘려보낸 엄마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셨다.


하나밖에 없는 남편과 딸에게 생일 축하를 받기는커녕 생일날 하루 종일 서로 짜증만 내고, 누가 미역국을 만들어주기는 커녕 장사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저녁까지 손님들에게 음식만 만들어줬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정말 서러울만했다.


그런 엄마의 울음을 듣자니 너무 죄송스러웠고, 아빠도 그런 아내를 보며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엄마, 미안해. 울지 마… 내가 잘못했어.”

“여보, 미안해.”

“알았어. 이제부터 다들 싸우지 마. 나는 선물 같은 거 필요 없어. 화목하게 웃으면서 살자. 그게 선물이야.”

“응. 알았어. 엄마 미안해. 사랑해.”



그 후로 나와 아빠는 그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매년 엄마 생일이 다가오면 아예 그 한주를 “엄마의 생일 주간”으로 정해놓고 일주일 내내 엄마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랑하다는 말을 귀에 딱지에 앉도록 말하곤 한다. 물론 엄마는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신이 눈물을 보였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민망해하시곤 하지만 덕분에 일주일 내내 하하호호 거리며 온 가족이 웃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엄마에게 이 한마디를 건넸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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