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시기와 새해를 맞이하며
지난주 미사 때는 신부님께서 대림환의 촛불 색깔을 설명하셨다. 보라색과 장미색을 쓰는 이유는, 동틀녘 하늘의 색깔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 경험상 해가 뜰때는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았다. TV에 애국가와 같이 나오던 영상에서 처럼, 불타는 태양이 수평선 너머 쏘옥 나오는 모습은 직접 본 적이 없다. 다만 알게모르게 서서히 조금씩 하늘의 색깔이 바뀌다가, 어느새 보면 세상이 밝아져 있었다.
그렇게 변화는 보통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새해가 다가올 때, 우리는 목표를 세운다. 운동을 시작하겠다, 금연을 하겠다 같은 뭔가 다른 마음가짐. 하지만 해가 바뀐다고, 또는 새로운 날이 밝는다고 무언가 갑자기 바뀔 수는 없다. 천천히 뜨는 해처럼, 서서히 그리고 다채롭게 물드는 동틀녘 하늘처럼 우리도 조금씩 나아가면 좋겠다. 검은색이 파란색으로 바로 바뀌지 않듯, 장미색도 보라색도 주황색을 거쳐 비로소 모든게 밝혀지듯이.
2023년 12월 20일 스레드에 올렸던 글입니다. 당시 주변의 격려로 용기를 내어 미주가톨릭평화신문에 기고했었습니다. 평화신문에 기고했던 첫 글인데, 벌써 2년이나 지났다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 사이 기고한 글도 여럿되고 길이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대림환 촛불 색깔을 설명해주신 분은 홍성계 스테파노 (Our Lady Of The Blessed Sacrament, Roseland, NJ) 신부님이셨습니다. 사진은 Fuyu Yeo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