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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타날 현 Jan 05. 2024

오빠랑 눈사람

하루 시 한 편, 열째 날



창문 밖을 자꾸만 힐끔거린다


등굣길 우리 오빠손이 뻘게지도록

커다랗게 뭉쳐놓은 얼굴이

어느새 홀쭉해졌는데


이러다 금방 사라지겠어


조급한 내 마음도 모르고

아직 2교시밖에 안 됐는데

햇볕은 한낮 같고


흘러내려가는 양쪽 볼에

눈 한 덩이씩 붙여 놓으면

오빠는 모를지도 몰라


쉬는 시간까지 이제 3분

교실에서 오른쪽 복도로

왼쪽 계단에서 일층 중앙현관으로

그리고 운동장까지 달려가는 길을 그려보는데

종이 울린


허연 입김 뿜어내며 달려가는 길

저 멀리 보이는 두 사람

하나는 눈사람 또 하나는

우리 오빠


눈사람 녹으면

너 울까 봐 나왔지


하얗게 웃어 보이는 오빠 얼굴 아래로

두 손이 또 뻘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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