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마음의 커튼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사람에 대한 마음의 커튼이 존재한다.
오랜 인연을 만났다. 그녀를 안 지도 7년을 넘겼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 가볍게 밥과 커피를 마시는 사이이며 그동안 것들을 대화로 주고받는다.
올해는 10월에 만남을 가졌는데 남부터미널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녀를 만나면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대화 속에서 무언가 막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아직 사람에 대해 신뢰를 잘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사람의 호의도 밀어낸다. 물어보니 다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거라 한다. 오히려 그런 의심을 안 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바라보았다. 이 각박한 세상 사람 좀 의심하며 살아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녀는 대부분은 현재하고 일과 앞으로 하고 싶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말할 뿐이었다. 그녀의 주제는 온통 자신의 고민거리들로 엄청 쏟아내곤 다시 주어 담는 식의 대화가 이어진다. 한 번이라도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봐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는 늘 중구난방이다. 한 이야기의 흐름을 타는가 싶다가도 산으로 갈 때가 많았다. 이야기에는 중간중간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영화 얘기를 하다가도 돌연 병원에 간 이야기나 사이클을 탄 이야기로 넘어가는 등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야기의 끝맺음이 없다.
또한, 그녀는 섹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관계는 남자만을 위한 것 같다면서 섹스를 하고 나면 여자는 걱정하는 것이 생겨 매달리는 것 같다는 듯한 이상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쾌락을 위한 one night이었다면 모를까 정상적인 범위에서는 아니라고 말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이런 것들이 자신의 경험을 비추는 것 인지는 몰라도 듣는 내내 참으로 안타까워서 솔직하게 남성이라는 것에 부정적으로 자기 방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내 말을 듣는 건지 아니면 궁금한 게 많아서였는지 내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기도 전에 그녀가 아래와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럼, 섹스를 한 여자는 관심이 떨어지지 않나요??”
라고 묻길래 전혀 그렇지 않다고 원나잇이라면 몰라도 서로 좋아해서 하는 섹스는 오히려 둘 사이를 더 돈독하게 만든다고 말해주었다.
간혹 가다 어느 한쪽이 너무 일방적으로 서툴러서 실망감을 안겨줄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대개는 위와 같다고 내 경험을 일반화시켜 이야기했다. 만약, 육체적인 합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 본 남녀라면 그 후로는 틈만 나면 만날 때마다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왜냐 그만큼 좋으니깐!!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이 맑고 거짓이 없어 투명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만난 그녀는 마음의 커튼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아직도 자신에게 다가오는 밝은 세상을 거부한 채 빛을 차단한 어두운 방 안에서 바깥을 경계하며 지내는 사람 같았다.
그녀도 처음에는 마음의 커튼을 활짝 열고 세상을 맞이했을 것이다. 분명, 그녀도 거짓 없고 꾸밈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녀가 마음속 깊은 곳에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일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언젠가 그녀의 마음에 커튼이 열려 해맑은 빛을 맞이할 날을 기다려 본다.